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감자별' 여진구와 고경표, 삶의 기로에 선 두 형제의 혼란스런 마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감자별 2013QR3

'감자별' 여진구와 고경표, 삶의 기로에 선 두 형제의 혼란스런 마음

빛무리~ 2014. 1. 29. 07:00
반응형

 

'감자별 2013QR3' 제63회에서는 여주인공 나진아(하연수)를 사랑하는 노민혁(고경표)과 노준혁(여진구) 형제의 삶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선 여진구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 홍혜성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노준혁은 노수동(노주현)의 잃었던 막내아들로 밝혀진 (비록 본인은 진실을 알지 못하고 있지만) 이후 자신의 본래 이름을 되찾았고, 가업인 장난감 회사 (주)콩콩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후에는 사주의 아들이라는 신분을 감추기 위해 여진구라는 가명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 차후 노준혁 캐릭터의 이름은 여진구라고 지칭한다.) 현재 여진구와 나진아는 서로 아닌 척하고 있지만 사실상 연인이라고 해도 좋은 관계이다. 그들은 상대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똑똑히 인지하고 있으며, 상대의 마음도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고 있는 상태다.

 

 

그들은 철거촌 이웃으로 지내던 시절부터 허물없는 단짝처럼 가까웠고, 감자별 행성이 지구로 돌진해 오던 밤에는 짜릿한 첫 키스마저 나누었다. 잠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후에는 같은 집에 거주하고 (진아 모녀는 비록 차고일망정) 같은 회사의 같은 사무실로 출퇴근하며 거의 24시간을 붙어 지내니 그쯤되면 샴 쌍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이제 그들에게 서로의 존재가 없는 일상이란 상상할 수조차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만약 헤어진다면 더 이상 함께 웃고 장난칠 사람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도, 눈물 흘리며 어깨에 기대어 쉴 수 있는 사람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잃어버린 아들을 찾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한동안 숨을 고르던 노수동과 왕유정(금보라) 부부가 이제는 준혁에게도 재벌가의 차남으로서 마땅한 교육을 시켜야겠다며 유학을 제안해 온 것이다.

 

여진구의 마음은 몹시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는 사실상 노씨 집안의 차남이 맞지만, 오이사(김광규)의 계략에 속아 자신의 유전자 검사가 조작되었다 믿고 있으니 과연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 멀리 떠나라는 오이사의 종용을 뿌리치며, 왠지 모를 핏줄의 이끌림에 노준혁의 자리를 꿰차고 앉았지만 여진구는 한시도 속 편할 날이 없었을 것이다. 고민과 죄책감으로 어지러운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것은 항상 나진아의 곁에서 그녀를 바라볼 때 뿐이었는데... 이제 유학을 떠나든 떠나지 않든 여진구의 삶에는 큰 변화가 폭풍처럼 밀려올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정체를 가족들 앞에서 밝힌다면 (저는 이 댁의 아들이 아닙니다) 과연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과연 지금까지처럼 사랑하는 그녀의 곁을 든든히 지켜줄 수 있을까?

 

 

여진구와의 이별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지만, 노민혁과의 이별은 이미 시작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의 잊혀진 기억이 모두 돌아오고야 말았던 것이다. 추락사고 이후 7세 지능의 어린이가 되어 4개월의 시간을 보냈던 노민혁은 순식간에 다시 29세의 영민하고 재기발랄한 청년 사장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망가졌던 뇌가 제 기능을 회복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마는, 내 마음속엔 축하하는 마음보다 서운한 마음이 훨씬 컸다. 나는 스물 아홉 살 노민혁보다 일곱 살 노민혁이 족히 열 배는 더 좋았기 때문이다. 이제 노민혁은 예전처럼 입만 열면 자기 자랑에 침이 마르는 재수탱이 청년으로 돌아가게 될까? 아기 사슴처럼 순진무구하던 일곱 살 노민혁의 맑은 눈망울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걸까?

 

기억을 잃기 전에도 노민혁은 나진아를 좋아했다. 무급의 말단 인턴사원인 그녀를 구박하는 척하면서 늘 곁에 두었고, 심지어 추락사고를 당한 것도 그녀에게 보낼 셀카를 찍으려 무리한 자세를 취하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기억을 잃은 후에도 노민혁의 나진아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훨씬 솔직하고 대담해졌다. 강아지처럼 항상 그녀의 주변을 맴돌며 졸졸 따라다녔고, 좋아하는 마음을 전혀 감추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린애가 되어버린 노민혁이 계속 어린애 장난감을 가지고 함께 놀자며 보채는데도 전혀 귀찮거나 싫은 내색 없이 잘 받아주는 나진아의 고운 마음씨는 또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함께 놀이공원에 가서 신나는 하루를 보냈던 날, 일곱 살 노민혁은 스물 네 살 나진아에게 청혼을 했다. "내가 만약 다시 어른이 되면... 내가 기억을 다시 찾게 되면... 나진아씨, 나랑 결혼해 줄래요?"

 

기억을 잃고 어린애가 되었기 때문에 그녀를 충분히 사랑할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느끼며, 그 동안 노민혁은 많이 외로웠던 모양이다. 그녀와 자연스레 말이 통하고, 서로가 즐길 수 있는 놀이를 함께 하고, 수시로 치고 받으며 허물없는 스킨쉽까지 나누는 막내동생 준혁이가 무척이나 부러웠을 것이다. 그녀와 함께 노는 것이 자기에겐 즐거움이지만 그녀에게는 힘든 일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부터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노민혁은 다시 어른이 될 것을 열망하기 시작했다. 수술이 끝나면 자기는 죽거나 아니면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고, 만약 어른이 되지 못하고 지금의 상태로 남아 있게 된다면 그건 죽는 것보다 더 싫다고 그는 말했다.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어 사랑할 수 없는 삶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단호한 선언이었다. 일곱 살 노민혁의 사랑은 그렇게 뜨겁고 솔직하고 강렬했다.

 

 

수술을 마치고 즉시 회복되지 않았던 기억은 우연한 기회의 연상작용을 통해서 물꼬가 트인 후 일사천리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병원에 입원해서 집중 치료를 받은 노민혁은 드디어 완치에 가까운 80% 회복 판정을 받게 되는데, 부분적 기억이 불완전할 수는 있지만 일상 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거라는 의사의 소견이었다. 과연 치료를 마치고 회사에 복귀한 노민혁의 업무 능력은 나무랄데 없었고, 빠른 두뇌 회전과 스마트한 언변은 물론 살짝 재수없는 잘난체까지 예전의 모습 그대로 돌아와 있었다. 노민혁의 두뇌 이상을 뒤늦게야 확신하고 일격을 준비하던 오이사의 황당한 표정이라니! 한편으로는 통쾌함과 안도감을 느꼈으나 마음 한 구석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기다려요. 내가 돌아오면 제일 먼저 나진아씨한테 알려줄 테니까!" 입원해서 치료받는 동안 나진아를 볼 수 없는 게 가장 섭섭하다던 노민혁은 퇴원 후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다. 심지어 우연히 거실에서 마주쳤을 때조차도 "대표님, 축하드려요. 기억 회복하셨다면서요? 이제부턴 회사에 다시 나오신다면서요?" 활짝 웃으며 반가워하는 그녀에게 "네, 네, 그럼..." 하고 무표정한 대답만 남기고는 데면데면하게 지나갔을 뿐이다. 그녀를 향해 달려가겠다던 약속을, 다시 어른이 되면 그녀와 결혼하겠다던 약속을 까맣게 잊은 걸까? 사슴같은 어린애 눈망울을 바라보며 차마 거절할 수 없었기에, 나진아는 그 청혼을 받아주기까지 했는데! 정말 그녀의 짐작처럼, 노민혁의 머릿속에서는 그 모든 일들이 까맣게 지워져 버린 걸까?

 

하지만 노민혁의 몇 가지 말과 행동을 보면, 그가 지난 4개월간의 일들을 기억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약 4개월간의 기억을 통째로 잃은 채 그 이전의 기억만 회복하고 눈을 떴다면, 부모와 만났을 때 "어떻게 된 거예요? 저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라고 말했어야 자연스럽다. 하지만 노민혁은 처연한 눈빛으로 부모를 끌어안으며 "그 동안 저 때문에 고생 많으셨죠?" 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진아를 만났을 때 노민혁은 생뚱맞게 존댓말을 했다. 4개월 그 이전의 기억만 갖고 있다면 당연히 예전처럼 그녀에게 반말을 했어야 하는데 말이다. "나진아씨, 그것밖에 안 되나? 똑바로 못 해?" 라고 늘상 구박했던 그 때처럼... 그런데 노민혁은 아주 어색하게 존대를 하니, 지난 4개월 동안 꼬박꼬박 존대하던 기억이 생생히 살아있는 것 아니겠는가? 

 

 

막내동생 여진구 못지 않게, 지금 노민혁의 마음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는 이미 예전의 자뻑 왕자로 돌아왔는데, 그는 재벌가의 후계자이며 하버드 출신의 수재인데, 차고에 얹혀 살고 있는 가난한 인턴 여직원을 향한 자신의 뜨거운 마음이 어찌 당혹스럽지 않을까? 할 수만 있다면 부인하고 싶겠지만, 전후의 기억이 너무나 또렷한지라 부인할 수도 없다. 감자별이 지구로 돌진해 오던 밤에 약속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그녀를 기다리면서 셀카를 찍다가 추락했던 일이며, 기억을 잃은 후 어미 찾는 새끼 오리처럼 그녀를 쫓아다니던 일들이며, 자기를 향해 활짝 웃어주는 그녀의 미소를 보면 심장이 쿵쾅대고 뛸 듯이 기뻤던 일들이며... 하지만 선뜻 인정하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까? 이제 노민혁과 여진구는 극도로 첨예한 삶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그리고 중심에는 두 형제의 사랑을 받는 그녀, 나진아가 서 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