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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대' 소시오패스 신성록, 단 2분 출연의 미친 존재감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별에서 온 그대

'별그대' 소시오패스 신성록, 단 2분 출연의 미친 존재감

빛무리~ 2013. 12. 2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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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의 폭풍 전개에 비하면 '별에서 온 그대' 2회는 코믹 에피소드 중심의 다소 느슨한 전개를 보여주었다. 어려서부터 배우 활동에만 전념하느라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천송이(전지현)의 몰상식함은 나날이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포털 검색 순위를 장식하는데, 매니저가 성실히 베껴 짜깁기 해준 리포트 덕분에 강의실에서 젊은 교수 도민준(김수현)에게 빵점을 맞는 모습이 '천송이 스페셜' 다큐에 그대로 찍히면서 상한가를 치고 말았다. 모카라떼가 맛있다며 '모카씨(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 선생에게 감사하고, 갈릭 피자에서 이상하게 마늘 냄새가 난다며 투덜거리고, 피부 관리를 위해 언제나 프로포폴(프로폴리스)을 애용한다는 천송이... 그 정도로 무식하면 아무리 예뻐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지는 못할 것 같은데 '별그대' 속 세상에는 지성미보다 백치미를 좋아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모양이다.

 

 

고향 별로 돌아갈 날이 머지않은 도민준은 400년 전에 만났던 서이화(김현수)를 찾으려 고심한다. 12년 전에 사고당할 뻔한 것을 구해주었으니 그녀가 현 시대에 환생하여 살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400년 전 그들의 인연은 꽤나 길게 오갔던 모양인데, 자세한 내용은 극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공개될 것 같다. 2회에서는 오밤중에 목 졸려 살해당할 뻔한 어린 과부 서이화를 도민준이 또 한 번 구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는 양반가의 과부들이 남편을 따라 자결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였는데, 서이화가 당최 죽을 생각을 하지 않으니 그 시집에서 열녀문 표창을 노리고 꾸민 짓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수차례나 목숨을 구해주고 은혜를 입으면서 필시 두 사람 사이에는 따뜻하고 은밀한 감정이 생겨났을 법한데, 과연 서이화는 어떻게 목숨을 잃었을까? 그녀를 보내고 깊은 상처를 끌어안은 채 400년이나 기다려 왔을 도민준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릿하다.

 

20세기에 환생한 서이화의 이름은, 모든 시청자가 알고 있다시피 '천송이'다. 12년 전에 도민준은 그녀를 분명히 알아보았는데, 왜 아무 말 없이 돌려보냈을까? 이제 영영 떠나기 전에 꼭 다시 한 번만 그녀를 만나고 싶어하는데, 안타깝게도 현재의 두 사람은 서로를 눈 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한다. 28세의 성숙한 여인이 된 천송이의 얼굴은 16세 소녀였을 때와 많이 달라졌을 테니 그렇다 치고, 도민준의 얼굴은 12년 전과 다름이 없을텐데 천송이는 왜 못 알아보는 걸까? 심지어 친구 유세미(유인나)에게는 그가 자신의 첫사랑이라고 말했으면서, 언젠가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열망을 품고 자기를 짝사랑하는 재벌2세 이휘경(박해진)의 청혼도 거절했으면서 말이다. (혹시 머리가 나빠서?;;;) 어쨌든 그들은 운명에 따라 교수와 제자로 다시 만나고, 옆집에까지 살게 되면서 좌충우돌하는 중이다. 빵점을 맞고 망신을 당한 송이는 술을 진탕 퍼마시고 민준의 집에 쳐들어와 주정을 부리는데, 그녀가 떨어뜨린 어렸을 적 사진을 보고 민준은 비로소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된다. 

 

  

한편 2회에서는 스토리의 전체 구도를 바꿔놓고 주인공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그 이름은 이재경, S&C 그룹의 후계자이며 이휘경의 둘째형이다. 원래의 캐스팅은 최민이라는 배우가 이휘경 역을 맡고, 박해진이 이재경 역을 맡을 예정이었다고 한다. 최민보다는 박해진의 인지도가 훨씬 높은 편인데, 박해진의 원래 역할이 이재경이었다면 짝사랑남 이휘경보다 베일에 싸인 그 형의 존재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최민이 부상으로 하차하게 되면서 박해진의 배역은 이휘경으로 바뀌었고, 공석으로 남게 된 이재경의 배역에는 뒤늦게 신성록이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이재경은 철저히 자신의 본색을 숨기는 소시오패스다. 겉으로는 능력과 인품을 겸비한 재벌그룹 후계자로서 더없이 완벽한 인물이지만, 실상은 자신의 기분과 욕망에 따라 장난처럼 살인을 저지르는 무서운 인물이다. 원래 재경과 휘경에게는 큰형이 있었고, 재경은 수의사의 꿈을 키우면서 회사에는 관심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어느 날 큰형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S&C 그룹의 후계자는 이재경으로 바뀌었다. 재경은 슬픔과 더불어 무거워진 어깨를 견뎌야 했고, 그 후로는 힘들 때마다 유기견 보호센터에 봉사활동을 나가면서 못 다 이룬 수의사의 꿈을 달래는 중이다. 하지만 이것은 연출된 모습일 뿐, 진실은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아마도 큰형의 사고는 치밀하게 계산된 이재경의 작품일 것이고, 동물을 사랑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은밀한 학대를 즐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신성록은 '별그대' 2회 46분경에 처음 등장하여 불과 2분 동안의 열연을 펼쳤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이재경이라는 독특한 인물의 캐릭터를 시청자의 뇌리에 뚜렷이 새겨넣은 작가와 배우의 능력은 정말 대단했다. 1분 가량은 재경과 휘경 형제의 다정한 대화로 채워졌다. 천송이를 짝사랑하는 것 외에는 아무 관심도 없어 보이는 순진남 휘경은, 회사 업무도 바쁠텐데 카메라도 없는 곳에서 묵묵히 봉사활동까지 하는 재경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르는 모습이었다. "형은 완벽한 인간이고요. 나는 형 따라갈 수도 없고 따라가고 싶지도 않거든!" 재경은 그런 동생에게 빙긋이 웃어 보이며, 큰형의 부재로 인해 준비 없이 회사를 떠맡게 되어서 힘들다는 뉘앙스의 몇 마디를 건넨다. 그 때 재경의 전화벨이 울리고, 휘경은 가볍게 인사하며 멀어진다.

 

재경의 휴대폰에 나타난 발신자 이름은 K라는 이니셜뿐이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한 여자의 비명에 가까운 처절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 좀 살려줘요. 꺼내줘요.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래요. 맹세할게요. 당신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잖아요~" 살려달라고 울먹이며 애원하는 여자에게, 이재경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물론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여태 죽인 사람보다, 죽이고 싶었지만 살려둔 사람들이 훨씬 많거든. 넌 후자에 속해. 그러니까 난 네가 나한테 애원할 게 아니라 고마워하길 바래!" 마지막 말을 하면서, 이재경은 무표정하던 얼굴에 씨익 미소를 떠올렸다. 동생 휘경에게 지어보이던 천사의 미소와는 전혀 다른, 섬뜩한 악마의 미소였다. 그리고 나는 알 수 있었다. 이재경 역에 신성록은 멋지게 성공한 캐스팅이라는 것을.

 

 

박해진이 맡았더라면 또 다른 느낌의 이재경이 탄생했을 것이다. 박해진이 하얗고 여리한 외모를 해갖고서 끔찍한 소시오패스를 연기하면,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었을 것도 같다. 그에 비해 선이 굵고 강렬한 신성록의 이미지는 얼핏 매서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소시오패스 역할에 잘 어울린다. 반전의 묘미는 사라졌지만, 대신 안정감이 있다. 그리고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며 연극 무대에 익숙한 신성록의 연기는 스케일이 크고 울림이 좋아서, 극대화된 공포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머지않아 천송이는 최정상의 위치에서 날개없는 추락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 원인 제공자는 다름아닌 이재경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대사건이 일어날 듯하여 무섭고도 설레는데...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돼 있어. 지구인들은 그것을 운명이라고 부르더군!" 이제 도민준은 운명이 이끄는 대로 다시 한 번 그녀를 구하기 위해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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