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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드라마 분류/별에서 온 그대

'별에서 온 그대' 넘어서야 할 두 가지 관문

빛무리~ 2013. 12. 1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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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자들' 후속으로 방송될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에 대중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 단연 화제의 중심에는 '해를 품은 달' 이후 명실상부한 최고의 대세남으로 떠오른 김수현의 이름이 있다. 최근 '도둑들'과 '베를린'의 연이은 흥행에 힘입어 스크린의 여왕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전지현의 이름도 그 곁에 있다. '넝쿨째 굴러 온 당신'의 박지은 작가와 '뿌리깊은 나무'의 장태유 감독이 뭉쳤다는 사실도 기대감을 더하는데, '별에서 온 그대'라는 제목은 또 얼마나 로맨틱하고 달콤한가? 별에서 온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몽환적 스토리는 어린 시절 탐닉했던 순정만화의 낭만적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이 추운 겨울 날,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마시는 듯한 기분으로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것 같다. 그런데 기본 설정과 포스터를 살펴보니 '별그대'가 넘어서야 할 두 가지 관문이 보인다.

 

 

1. 데자뷰,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제목만 들었을 때는 어느 날 갑자기 UFO의 불시착으로 지구에 뚝 떨어진 외계인의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공홈에 소개된 내용을 보니 그게 아니다. 남주인공 도민준(김수현)은 벌써 400년 전부터 이 땅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설정의 기초는 1609년 가을. 강원도 간성, 원주, 춘천, 양양, 강릉 등지에서 거의 비슷한 시간에 알 수 없는 비행 물체들이 출몰했다는 조선왕조실록 광해 20권의 기록에서 비롯된다. 작가는 그 비행 물체의 정체를 UFO라 가정하고, 그 때 조선 땅에 온 외계인이 지금도 같은 모습으로 서울에 살고 있다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것이다.

 

외계인 도민준은 404년 동안 지구에 처음 왔을 때와 똑같이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고 있다. 그는 매의 시력과 늑대의 청력을 지녔으며, 놀라운 속도로 이동할 수 있고 순간 순간 누군가의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을 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정체와 능력을 철저히 숨기고 있다. 지구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 그는 언젠가 자신의 별로 돌아가야 할 사람이기에,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일이다. 소유욕이나 집착, 성욕 따위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말하는 지구인들의 모습을 시니컬하게 비웃는 자세도 갖고 있다. 하지만 천송이(전지현)라는 여자를 만나면서 모든 것이 달라진다. 지구에 온 지 400년 만에 진짜 사랑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세상에 정체가 발각되어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인물 소개를 보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또 다른 캐릭터들이 있지 않은가? 우선은 올해 상반기 화제작이었던 '구가의 서'의 구월령(최진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지리산의 수호령인 구월령은 천 년 묵은 여우지만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인간과는 본질적으로 어울릴 수 없는 존재임을 알면서도 구월령은 윤서화(이연희)를 만나면서 불가항력적인 사랑에 빠졌고, 무려 천 년 동안 잠잠히 지켜오던 평화는 그로써 산산히 깨어지고 말았다. 세상에 정체가 드러나면서 구월령은 매서운 추격과 공격을 받았고, 천년악귀가 되는 비운을 맞이했던 것이다. 수백 년을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 온 영원한 생명의 존재... 매의 시력과 늑대의 청력... 축지법을 쓰는 듯 놀라운 이동 속도... 도민준은 구월령과 참 많이 비슷하지 않은가? 수백 년만에 처음으로 인간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위기를 겪는다는 설정까지도 흡사하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는 또 한 사람이 떠오른다. 사실은 구월령보다 이 사람이 먼저 생각났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박동주(노민우)는 천 년 또는 그 이상의 긴 세월을 인간 세상에서 떠돌며 살아왔고, 구미호(신민아)보다도 강하고 빠른 신체적 능력을 지녔다. 추측컨대 그의 정체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비형랑'이 아닐까 싶은데, 비형랑은 사람과 귀신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로 반은 사람 반은 귀신이라고 한다. 박동주는 인간 여자를 사랑해서 위기에 처하는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에 약간의 차이점이 있지만, 조선시대에 살았던 구월령과 달리 현 시대를 배경으로 존재한다는 점과, 인간 무리에 섞이지 않고 산 속에서 지냈던 구월령과 달리 인간 무리에 섞여서 자기 정체를 숨기며 살고 있다는 점에서는 도민준과 일치한다.

 

이렇듯 도민준 캐릭터에서는 어디서 본 것 같은 데자뷰 현상이 느껴진다. '여친구'는 3년 전의 작품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구가의 서'는 최근작이라서 겹치는 느낌이 더욱 강할 수 있다. 게다가 구월령의 캐릭터가 워낙 매력적으로 구현되었기 때문에, 자칫하면 비교 열세에 처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구월령과 윤서화의 사랑이 비장미의 극치였다면, 천송이와 도민준의 사랑은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의 특성상 좀 가볍고 유쾌하게 표현될 듯한데 너무 과해서 유치하게 느껴지면 좋지 않을 것 같다. 과하지 않게 하면서도 확실한 차별화를 두는 것이 '별그대'가 넘어서야 할 첫번째 관문이다.

 

2. 부조화, 이모와 조카의 사랑이 다시 시작되나?

 

 

'해를 품은 달'에 이어서 김수현은 다시 한 번 '이모'와 사랑에 빠져야 하는 것일까? 남녀 주인공이 함께 찍은 포스터를 보면, 확실히 둘 다 선남선녀이기는 한데 솔직히 어울리지는 않는 느낌이다. 김수현이 워낙 풋풋한 동안이고 전지현은 유부녀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7살이라는 실제 나이차보다 더 벌어져 보인다. '해품달'에서도 그런 부조화 때문에 '조품이'(조카를 품은 이모)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는데, 한가인에 이어서 전지현도 '이모의 굴욕'을 맛보게 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김윤석, 이정재, 하정우 곁에서 전지현의 외모는 아주 날렵하고 산뜻해 보였는데, 김수현 옆에서는 어쩌면 이렇게나 확 달라 보이는지 당혹스러울 지경이다.

 

도민준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얼굴은 뽀샤시한 미소년이지만 그 속에는 수백 년 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능구렁이가 들어있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단지 예쁜 외모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당히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인물 소개를 보면 천송이 캐릭터는 어릴 때부터 스타로 떠받들어져 살아 온 톱여배우라 상식도 없고 싸가지도 없다고 되어 있다. (이런 여자가 주인공이면 굉장히 유치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도 들지만 애써 떨쳐버린다. 가뜩이나 요즘 볼만한 드라마도 없는데..;;) 그런 와중에서 천송이는 과연 어떠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까? 비주얼상으로도 남주인공의 막내이모 또는 큰누나뻘로 보이는 상황이라 더욱 쉽지 않아 보인다. 대본과 연출과 배우가 힘을 합쳐 넘어서야 할 두번째 관문이다.

 

 

작가와 감독의 전작이 로맨틱 코미디 장르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점도 살짝 불안한 요소이긴 하다. 박지은 작가는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일약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랐지만, 극명한 현실에 바탕을 두고 여성들의 결혼 생활을 그려내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에는 환타지에 사극까지 가미된 로코물이니 작가로서도 대단한 모험일 것이다. 장태유 감독은 '바람의 화원', '뿌리깊은 나무' 등 사극을 주로 연출해 왔는데, '별그대'에 약간의 사극 장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현대 배경의 로코물이니 역시 익숙치는 않을 듯 싶다. 하지만 장르가 달라도 실력은 충분히 검증된 바 있으니, 일단은 철석같이 믿고 보려 한다. 기대만큼 부디 잘 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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