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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주의보' 공준수-나도희, 그들의 완전한 결합을 축복하며...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못난이 주의보

'못난이 주의보' 공준수-나도희, 그들의 완전한 결합을 축복하며...

빛무리~ 2013. 11. 23.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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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분위기 때문일까? 한국 드라마에서는 결혼식의 배경으로 유난히 성당을 많이 찾는다. 주인공들이 천주교 신자이든 아니든 그런 것 따위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그저 결혼식 장면이 필요할 때가 되면 아무 이유 없이, 필요한 절차도 모두 생략한 채 성당에서 아주 쉽게 결혼들을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나는 굳이 성당을 배경으로 결혼식 장면을 찍어 내보내는 드라마 제작진의 선택이 매번 탐탁치 않았다. 반드시 성당이어야만 할 필요가 있다면 모르되, 일반 예식장을 배경으로 해도 나름대로 엄숙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는 충분히 조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음으로 내가 생뚱맞은 성당 결혼식 장면에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깊이 감동하는 순간이 왔다.

 

물론 '못난이 주의보'에서도 반드시 성당이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신랑 공준수(임주환)와 신부 나도희(강소라)는 물론 그 가족과 친구를 통틀어 천주교와 손톱 만큼이라도 연관있어 보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는데, 급작스레 결혼 날짜를 잡더니만 하필 그 장소를 성당으로 정했다니 황당할 지경이었다. 작가도 역시 좀 걸렸던지 나도희의 대사 중에 "우린 둘 다 신자가 아니라서 교리는 속성으로 받기로 했어" 대충 이런 내용의 말을 첨가하긴 했는데, 그것도 현실적으로 맞는 말은 아니었다. (둘 다 신자가 아닌 상태에서 그렇게 속성으로 절차를 밟아 성당에서 결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서 나는 "왜 굳이 또 성당이야... 다른 데서 하면 좀 어때서..."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결혼식이 시작되니, 내 가슴은 이상한 설렘과 감동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배경으로 허락된 장소는 한국에 최초로 세워진 서양식 건물의 천주교회로서, 명동 성당보다도 그 역사가 더 오래된 약현 성당이었다. 단정한 예복 차림으로 신부를 기다리며 서 있는 공준수... 눈부신 햇살을 등지고 천천히 걸어오는 하얀 드레스의 나도희... 엄숙한 제단 앞에서 그들이 두 손을 굳게 맞잡는 순간, 형형색색의 스테인드 글라스에 새겨진 온갖 천사와 성인들이 박수치며 축복하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아마도 나의 착각이었겠지. 하지만 단언컨대, 그들보다 성당 결혼식에 더 잘 어울리는 커플은 찾아보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비록 가상의 인물들이지만, 깨달음의 본질에는 현실과 허구의 차이가 없는 법이다.

 

학창 시절 어느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사실 종교인과 비종교인은 별다를 것이 없는데, 다만 잘못을 저질렀을 때 종교인이 아주 조금 더 빨리 뉘우친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라고. 살다 보니까 그 말씀이 정말로 맞는 것 같다. 조금 더 빨리 뉘우친다는 것도 사람들의 타고난 인품을 동일하게 놓고 보았을 때의 이야기일 뿐이다. 사실상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들 중에도 천사같은 마음으로 타인을 감싸안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종교를 가진 사람들 중에도 자기 생각만 하며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상에 내려온 천사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바로 공준수 같은 사람이 아닐까? 그의 마음가짐과 삶의 자세를 돌이켜 볼 때, 종교가 있고 없고는 중요치 않다는 것을 어찌 부인할 수 있을까?

 

 

 
공준수가 천사라면, 나도희는 천사를 알아보는 혜안을 지녔고, 감히 천사의 손을 잡으려 할 만한 용기를 지녔고, 그 손을 잡기까지의 험한 과정을 이겨낼만한 강인함을 지녔다. 그러니 태어날 때부터 천사의 짝으로 운명지워진 여인이다. 그 흔한 관능의 유희도 없이, 사랑의 본질만을 오롯이 간직한 채 그들은 참 오랫동안 서로를 기다려 왔다. 이제 누가 방해할 수 있을까? 폭풍은 지나가고 찬란한 태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축복처럼 쏟아지는 햇살 속에, 그들의 결합은 더없이 완전했다.

 

"나는 당신을 내 아내로 맞아들여... 나는 당신을 내 남편으로 맞아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일생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지킬 것을 약속합니다!" 천사와 그 아내가 굳건한 서약을 마치자, 동생들의 축가가 이어졌다. 공준수가 자기 목숨과 인생보다 더 사랑하고 아껴 온 동생들이 그들의 결합을 축복하며 노래를 불렀다. 김동률&이소은의 '기적'이라는 노래가 이렇게 감동적이었던가? 노랫말의 내용은 그들의 사랑과 정확히 일치했다. 공준수와 나도희처럼 "단 한 번 스쳐 지나갈 때 한 눈에 서로를 알아 본" 커플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있을까? 먼저 다가선 쪽은 나도희였지만, 그녀의 이마에 쏟아지는 한여름 땡볕을 두 손으로 가려줄 때 이미 공준수의 마음은 사랑이 아니었을까?

 

이 세상 많은 사람 중에 어쩌면 우리 둘이었는지~♬ 

 

기적이었는지도 몰라요~♬

 

얼마나 나를 찾았나요~ 헤메었나요~♬

 

나의 기도를 들었나요~ 기도에 귀 기울였나요~♬

 

이 세상 살아가는 동안~ 단 한 번 스쳐 지나갈 때~♬

 

한 눈에 서로 알아 볼 수 있게 되길~ 이렇게~♬

 

비록 기나긴 분량을 소화하느라 적잖이 지루해지긴 했으나, 그래도 '못난이 주의보'는 명품 드라마임에 틀림없다. 비록 가상의 결혼식이지만, 이렇게 진심으로 감동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었다. 가슴 깊은 곳까지 따스한 행복감을 전해 준 공준수-나도희 커플에게 감사하며 (그들을 탄생시켜 준 정지우 작가에게도 감사하며) 그들의 완전한 결합에 다시 한 번 축복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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