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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공주' 시누이보다 남편이 더 나쁜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오로라 공주

'오로라 공주' 시누이보다 남편이 더 나쁜 이유

빛무리~ 2013. 11. 1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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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마마(오창석)의 캐릭터에 치를 떨기 시작한 것은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오로라 공주'라는 작품을 통해 임성한 작가에게 극도로 실망하게 된 것도 그 무렵이다. 세간의 따가운 눈총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그녀의 작품을 호의어린 시선으로 즐겨 보던 나였지만, 도저히 이 작품은 기분 좋게 보아낼 수가 없었던 까닭이다. 그런데도 계속 보고 있는 이유를 묻는다면 솔직히 무어라 콕 집어 말하기 어렵다. 일종의 중독일까? 그냥 무심히 보고 있을 뿐 더 이상 실망할 것도, 더 이상 할 말도 없을 줄 알았다. 스트레스를 못 견딘 오로라가 양주 한 병을 혼자 다 비우고 미친듯이 "What can I do~"를 부르며 시누이들에게 술주정하던 장면에서도 그저 기막혀 웃었을 뿐 더 이상 할 말은 딱히 없었다.

 

 

그런데 122회에서 오로라뿐만 아니라 말 못하는 짐승한테까지 안면을 싹 바꾸고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황마마의 모습을 보니, 도저히 분노와 역겨움을 누를 길 없어 한심한 드라마의 리뷰를 또 쓰고 있다.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것일까? 드라마뿐만 아니라 현실 속에도 그런 남편이 적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나는 세상에 난무하는 허언(虛言)들이 참 싫다. 그 무수한 허언들 중에도 가장 치명적인 것은 '결혼 전의 헛된 약속' 들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배우자... 신뢰는 이미 회복할 수 없을 만큼 깨져 버렸다. 둘 사이에는 아이도 없다. (시누이의 학대 속에 첫 아이는 유산되었다) 이제 오로라는 무엇을 붙잡고 살아갈 수 있을까?

 

과연 오로라(전소민)를 향한 황마마의 집착은 욕심이 아닌 사랑이었을까? 어린애처럼 갖고 싶은 것을 못 갖게 되니까 심통이 나서 출가하겠다고 쇼를 벌였던 게 아닌가? "누나들 때문에 힘든 일은 절대로 없게 하겠다!"며 철석같이 약속했던 그 말은 의도적 속임수였을까, 그저 나오는 대로 무책임하게 내뱉은 허언이었을까? 그 허언을 수십 번 남발하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서 오로라를 데려갈 때, 결국 지금과 같은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황마마 자신은 알고 있었을까, 아니면 정말 모르고 있었을까?

 

  

오로라는 정말이지 볼수록 헛똑똑이다. 온갖 잘난체는 다 하더니만, 그렇게 뻔히 보이는 허언에 속아 스스로 발등을 찍고 말았다. 시누이들의 왕따와 폭언과 학대에 대응하는 방식조차도 멍청하기 이를 데 없다.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만 이용해도 얼마든지 시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증거 자료료 이용할 수 있는데, 짜증섞인 태도로 자기 입을 통해 전하니 시스터보이 황마마가 믿지 않을 수밖에!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시누이들도 마찬가지다. "이럴 거면 왜 결혼해 달라고 매달리셨어요, 왜요?" 절규하는 오로라에게 황시몽(김보연)은 태연하게 대답한다. "알잖아? 마마 때문에... 출가하게 놔 둘 수는 없잖아!" 자기 동생의 출가를 막기 위해서 남의 집 귀한 딸 인생을 제멋대로 이용해 먹었다는 그 뻔뻔한 소리를, 일말의 죄책감이나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게 대놓고 한다. 이쯤되면 인간이 아니라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시누이들에겐 별로 분노가 치밀지 않았다. 오로라가 사랑한 사람은 황시몽이나 황자몽(김혜은)이 아니라 황마마였으니까, 오로라는 시누이들을 믿고 결혼한 게 아니라 황마마를 믿고 결혼한 거였으니까, 시누이들이 아무리 허언을 하고 못되게 굴어도 남편 한 사람만 굳건히 약속을 지켜주면 아무런 문제될 게 없었으니까... 결국 황마마 그 인간이 모든 불행의 원흉인 거다.

 

 

"내가 장모님한테 잘 하잖아!" 그놈의 공치사는 또 어찌나 유난스럽게 하는지! 장모님이 그토록 따뜻하고 좋으신데, 사위로서 그만큼 잘하는 거야 당연한 일 아닌가? 무슨 말할 거리나 된다고... 아무리 누나들의 인격을 맹신한다 해도, 아내의 말을 무조건 안 믿으며 당신의 오해라고 규정짓는 태도는 기가 막혔다.

 

사람이 힘들다는데, 힘들어 죽겠다는데, 더 이상 같이 못 살겠다는데, 무슨 바보 천치 등신도 아니고 괜히 그럴 리가 있겠는가? 명색이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라면 최소한 50% 정도는 그녀의 말을 믿어 줬어야 했던 거다. 자신이 어려서부터 보아 온 누나들의 모습과 오로라의 입을 통해서 전해듣는 누나들의 모습이 너무 달라서 믿기 어렵더라도, 시집살이하는 아내의 과장된 하소연쯤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게 아니라 그녀의 입장에서 왜 그런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해 봐야 했던 거다.

 

팔순이 다 되신 장모님은 혼자 사시게 하면서, 새파랗게 젊은 누나들을 두고 분가할 수 없다는 황마마의 고집부터가 어불성설이다. 아내가 그토록 힘들어하는데, 설령 그녀의 오해가 맞다 해도 일단은 분가해서 숨 좀 돌리도록 해주는 게 남편으로서의 도리 아닌가? 자기 능력이 안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분가해서 안 될 이유라고는 오직 누나들이 서운해할까봐, 그것 하나뿐이다. 하지만 늙으신 장모님은 곁에 꼭 하나 남아있던 자식을 떼어놓으며 서운하지 않았을까? 어떻게 갖다 붙여도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 결혼 전의 약속들은 이미 물 건너간지 오래고, 남편의 터무니 없는 욕심과 이기심 속에 아내는 말라 죽어간다.  

 

 

사임당(서우림) 여사가 아들 며느리와 손자들을 만나러 미국으로 떠나자, 오로라는 친정 어머니께 맡겨 두었던 애견 떡대를 시집으로 데려왔다. 2주 가량의 짧은 시간이니까 괜찮을 줄 알았나보다. 하지만 결혼 초와 달리 안면을 확 바꾼 시누이들에게 떡대의 존재는 두들겨 패기 딱 좋은 동네 북에 지나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래도 어찌어찌 참아주는가 싶더니만, 이제는 아예 대놓고 질색을 한다. 개 냄새와 털 때문에 참을 수 없다고 구박하는 것은 기본이요, 슬리퍼에 오줌을 쌌다고 신문지를 말아서 퍽퍽 때리기까지 한다. 온통 찬바람만 부는 그 적진 속에서 남편조차 바람막이가 되어주지 않으니 천하의 오로라도 기가 죽었다. 한 마디 말도 못한 채 떡대를 데리고 방에 들어와 말없이 끌어안는 모습을 보니 가슴 아플 정도로 측은했다.

 

그래도 황마마는 아직 떡대를 예뻐하는 줄 알았는데, 이 철면피한 인간의 변심은 말 못하는 짐승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나보다. 자기가 보는 앞에서 누나들이 심하게 떡대를 구박하는데도 한 마디 제지가 없다. 그 모습이 너무 황당해서 나는 혹시 오로라의 꿈이나 상상이 아닐까 의심했지만 현실이었다. 황시몽과 황자몽은 떡대를 애견호텔에 보내라고 강요한다. 오로라는 덩치 큰 녀석이 좁은 우리에 갇혀 있으면 스트레스 받아서 병 난다고 애원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다.

 

결국 로라는 일주일 동안 떡대를 데리고 비어있는 친정집에 가서 지내겠다며 짐을 싸들고 내려온다. 시누이들은 펄펄 뛰며 그게 무슨 소리냐 하고, 구박받는 아내를 외면한 채 누나들과 노닥이던 황마마는 위압적인 목소리로 "올라 가!" 소리친다. (그럴거면 아예 묶어서 2층에 가둬놓지 왜?) 오로라가 그 말들을 무시하고 밖으로 나가려 하자, 황마마가 나서서 붙잡는다. "안 들려? ... 지금 이대로 나가면... 끝이야!"

 

 

이 남자, 무슨 억울한 게 있다고 자기가 먼저 이별을 말한다. 눈물로 애원하며 붙잡을 때의 마음은 어디로 날아가 버린 걸까? 오로라는 결연히 외친다. "그래요. 끝내요!" 하지만 황마마가 계속 팔을 붙잡은 채 놓지 않으니 오로라는 다른 쪽 손으로 그의 뺨을 때린다. 그러자 황자몽은 비명을 지르며 미친듯이 오로라에게 달려들고, 황시몽은 놀라서 기절해 버린다. 참으로 치떨리게 끔찍한 동생 사랑이다.

 

놀란 황마마는 급히 큰누나에게 달려가고, 덕분에 속박에서 풀려난 오로라는 그대로 떡대를 끌고 집 밖으로 나가 버린다. 드디어 해방이다. 제발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아무리 비호감 여주인공이라도 그 지옥에서 탈출한 것만은 잘 된 일이다. 기립박수라도 쳐 주고 싶다. 시누이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마지막 신뢰까지 무너뜨린 뻔뻔한 남편을 계속 붙잡고 매달려 살아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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