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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주의보' 천호진의 분노, 폭풍의 서막이 오르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못난이 주의보

'못난이 주의보' 천호진의 분노, 폭풍의 서막이 오르다

빛무리~ 2013. 10. 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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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 있는 동안 공준수(임주환)는 죽은 이경태의 부친(안석환)에게 3통의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경태의 부친은 그 편지들을 뜯지도 않고 반송시켰다. 그 어떤 변명도 사과도 듣지 않겠다는 완강한 태도였다. 공준수는 이경태 부친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편지를 보냈지만, 상대가 거부함으로써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할 수 없이 공준수는 출소 후 반드시 이경태 부친을 직접 찾아가 만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그토록 간절히 하고 싶었던 걸까? 물론 변명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살인의 진실을 밝히려는 것도 아니다. 자기 목숨보다 소중한 동생들을 지키는 것이 공준수 일생 최대의 목표인데, 살인 사건의 진실은 남동생 공현석(최태준)과 긴밀히 얽혀 있기 때문에 공준수로서는 절대로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 (외면적으로는) 자기 때문에 아들을 잃은 노인에게 공준수가 꼭 전하고 싶었던 그 말은 무엇이었을까?

 

"도희를 만나기 전에, 저는 제 자신과 약속을 한 게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그 약속을 저 자신이 잊어버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뜯지도 않은 채 되돌아 온 편지 3통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며 공준수는 중얼거렸다. 두 눈에는 그렁하게 눈물이 맺혔다. 자신과의 약속이란 아마도 이경태의 부친을 찾아가려 했던 그 결심을 의미하는 듯하다. 그런데 나도희(강소라)를 만나고 사랑하게 되면서부터 굳은 결심이 흔들렸다. 어차피 아무도 모르는 자신과의 약속인데, 그냥 혼자서 잊어버리면 그뿐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드는 모양이다. 수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형사(?)를 통해, 이경태의 부친이 한국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과 거처하는 장소를 알게 되었으나, 공준수는 선뜻 찾아가기를 망설인다. 도대체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은 무엇이었을까? 

나도희 때문에 결심이 흔들린다는 점에서 추측해 보면, 그 약속을 지킨 후 공준수는 더 이상 자유롭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혼자일 때는 별 상관이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위해서라도 자기 자신을 소중히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공준수는 이경태 부친을 찾아가 그 앞에 엎드려,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시라고 자기를 내던지려던 것이었을까? 그 후에 일어날 일을 짐작할 수 없으니, 최악의 경우엔 죽을 수 있다는 각오까지도 했던 것일까? 설마 이렇게 극단적인 내용은 아니겠지만, 당최 짚이는 게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회사에서는 독사같은 눈빛으로 그를 주시하는 이한서(김영훈) 변호사가 급격히 올가미를 조여오고 있는데, 공준수는 여유롭게(?)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이다. 확실히 이 남자는 타고난 그릇이 다르다.

 

하지만 결국은 이변호사에 의해 폭탄이 터지고 말았다. 나도희의 아버지 나일평(천호진) 사장은 자신의 아내 유정연(윤손하)과 공준수가 과거에 연인 사이였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었다. 그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나일평을 격발시키기엔 충분했다. 하필이면 공준수가 나도희의 천거로 옥탑방에 들어와 살고 있을 때 그 비밀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100% 우연이었지만, 믿어 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공교로웠다. 누가 보더라도 그 상황은 공준수와 유정연이 그 동안 계속 만나 왔으며, 의도적으로 나도희를 이용해 집안에까지 침투했다고 오해할만 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부처님 같은 나일평이지만, 가볍게 털어버릴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공준수는 즉시 옥탑방을 비웠고, 나일평은 회사에서도 나가 줄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공준수는 회사 일과는 상관없는 개인사라며 거부했다. 나도희를 생각해서라도 회사는 그만둘 수 없었던 것이다. 나일평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혀를 찼지만, 워낙 점잖은 성품이라 그쯤에서 멈추었다. 아무리 과거의 일이라지만 제 마누라의 애인이었던 놈을, 그것도 늙은 자신과 너무나 비교되게 젊고 훤칠하고 싱싱한 놈을 회사에 남겨두고 매일같이 마주쳐야 한다는 것은 웬만한 인내심으로는 견디기 힘든 일이었지만, 묵묵히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 후 공준수가 회사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유능하고 성실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나일평은 모든 사심을 버리고 공준수를 키워주기로 결심한다. 최고의 인재로 만들기 위해 회사 자본으로 유학도 보내주고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나일평은 그야말로 타고난 군자였다.

 

그런데 공준수의 업무를 방해하기 위해 갖은 수작을 부려왔던 이한서의 꼬리가 잡히고 말았다. 신제품 디자인을 고의로 유출시키고 특수 원단을 매점매석하여 회사를 곤경에 빠뜨린 사실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범죄였다. 하지만 이변호사의 손에는 몇 장의 유용한 카드가 쥐어져 있었고, 그는 자신이 위기에 처하자 나일평 사장 앞에서 그 첫번째 카드를 뒤집었다. "제가 그렇게 한 것은 미래의 BY의 오너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나도희 실장과 공준수 사원이 오래 전부터 연인 관계였다는 걸 알고 계십니까? 말씀대로 저는 지나친 야심을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공준수는 더러운 야심을 갖고 있습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직접 확인해 보시죠!" 나일평의 얼굴이 화석처럼 굳어진다.  

 

"내가 오늘 이상한 말을 들었는데, 설마 아니겠지만... 우리 딸과 공준수씨, 회사 동료 관계 이외에 다른 것이 없는 게 맞나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서늘한 강바람이 공준수의 뼛속까지 파고들며 온 몸을 얼어붙게 했다. "왜 대답을 못 해? 대답해 봐!" 이미 평정심을 잃은 도희 아버지가 큰 소리로 추궁했다. "죄송합니다..." 공준수가 대답하자, 곧바로 나일평의 주먹이 날아갔다. "죄송? 잘못 아셨습니다가 아니라 죄송하다고?" 설마 아니길 바랐는데, 아니라고 믿고 싶었는데, 죄송하다는 한 마디에 아버지의 가슴이 무너진다. 사정없이 공준수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나일평의 모습은 더 이상 차분하고 점잖은 신사의 그것이 아니었다. 나일평의 눈으로 볼 때 공준수는 살인 전과자 주제에 자기 아내와 딸을 번갈아 가며 집적거리는 천하의 더러운 놈이었다.

 

예고편에서 도희가 애원하며 그 사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하자, 차갑게 외치는 나일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그 놈이 놓게 할 거야!" 그것은 정말 무서운 분노였다. 착한 사람이 화가 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정석 같았다. 이로써 한동안 달달하던 공준수와 나도희의 사랑에는 극복하기 힘든 빨간불이 켜졌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나상진(이순재) 회장은 비록 연로하지만 눈과 귀가 날카로운 사람인데 언제까지 숨길 수도 없을 터, 만일 충격을 받아 쓰러지거나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 후에는 백날 무릎을 꿇고 "죄송합니다"를 반복해도 소용없을지 모르는 일이다. 사랑하는 도희의 곁에 당당한 모습으로 서 줄 수 없다는 미안함에 준수는 한없이 괴롭고 서글퍼진다. 모진 폭풍은 이렇게 운명의 서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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