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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공주' 임성한의 배우 죽이기, 사면초가에 빠진 오창석-전소민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오로라 공주

'오로라 공주' 임성한의 배우 죽이기, 사면초가에 빠진 오창석-전소민

빛무리~ 2013. 9. 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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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요즘 임성한 작가는 배우들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 것 같다. 특정 배우를 향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막연히 배우라는 직업군에 대한 혐오증이 생긴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마치 작심하고 배우들 죽이기에 나선 것처럼, 배우들을 향해 휘두르는 작가의 칼날이 매섭기 때문이다. 끝까지 함께 할 것을 약속했던 손창민, 오대규, 박영규 등은 어느 날 갑자기 영문도 모른 채 중도하차를 당했다. 그러나 현재 남녀 주인공이 직면하고 있는 난감한 상황을 보면 차라리 중간에 잘려나간 중견배우들의 처지가 더 나은지도 모르겠다. 지금껏 임성한 작품의 주인공들이 이토록 홀대받은 적은 없었는데, 당최 어떻게 된 일일까? 오창석과 전소민이 처음 '오로라 공주'에 캐스팅 되었을 때는 드디어 기회가 왔다는 설렘에 얼마나 부풀었겠는가? 그들과 같은 중고신인에게 있어 임성한 작가의 작품은 신이 내린 동아줄 같았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오로라 공주'는 출발부터 주인공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드라마였다. 이번에도 임성한 특유의 재미를 기대하며 '오로라 공주'를 시청하던 나는 불과 한 달만에 지독한 실망을 느끼며 '오창석-전소민, 작정하고 비호감 커플?' 이라는 리뷰를 작성했던 바 있다. 처음에는 여주인공 오로라가 건방진 철부지여서 당혹스러웠고, 다음에는 남주인공 황마마가 줏대없는 시스터보이라서 황당했다. 오로라는 자기 생각이 만고불변의 진리라도 되는 것처럼 아무데서나 불쑥 나서서 남을 훈계하기 일쑤였고, 황마마는 누나들이 마뜩치 않아 한다는 이유로 3년이나 사귄 여자친구를 대수롭지 않게 차 버릴 만큼 무책임했다. 사람도 그렇지만 캐릭터도 첫인상이 얼마나 중요한데, 무슨 생각으로 주인공들의 첫인상을 이토록 구겨놓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변희봉)가 죽고 집안이 폭삭 망하면서 오로라는 좀 나아지는 듯했다. 하긴 든든한 배경이 없어졌으니 기가 죽을 수밖에, 속으로야 예전처럼 건방을 떨고 싶겠지만 그러다가는 노모랑 같이 굶어 죽게 될테니 울며 겨자먹기로 겸손해질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렇다고 크게 매력적인 히로인으로 거듭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전소민은 좀 나은 편이었다. 황마마에게는 그만큼의 약소한 변화조차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는 여전히 우유부단한 시스터보이였고, 단 한 번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글쎄, 윤해기(김세민) 감독 앞에서 오로라를 감싸다가 주먹 한 대 얻어맞던 그 장면에서 매력을 느낀 시청자가 혹시 있었을까? 하지만 그 모습조차 내 눈에는 방향을 못 잡고 갈팡질팡하는 못난이처럼 보였을 뿐이다. 계속 그런 식이더니 중반 이후로 황마마 캐릭터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황마마의 변절, 끝없는 시청자 우롱' 참조)

 

남주인공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으니, 이제 시청자가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남자는 오직 설설희(서하준) 뿐이다. 비록 오로라의 휴대폰에는 아직도 '2순위'라고 저장되어 있지만, 시청자의 마음 속에서 완벽남 설설희는 벌써 '1순위'를 차지한지 오래인 것이다. 이 상황에서 여주인공 캐릭터가 살아나려면 마땅히 설설희의 손을 잡아야 한다. 만약 넝마처럼 너덜너덜해진 황마마에게 돌아가려고 설설희를 버린다면, 등허리에 빨대 꽂아서 단물만 쪽쪽 빨아먹고 이 착한 남자를 버린다면, 시청자들은 오로라에게 남아 있던 손톱만큼의 호감조차 잃게 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임성한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남주인공을 망가뜨렸으니 여주인공이라도 살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품격을 맞추려는 듯 이번에는 여주인공을 사정없이 망가뜨린다. 저번에는 황마마가 조각조각 짓밟히더니, 이번에는 오로라가 갈기갈기 찢겨진다.

 

누나들의 극성 때문에 오로라와 헤어진 황마마는 느닷없이 승려가 되겠다면서 절로 들어갔다가, 누나들의 부탁을 받은 오로라가 찾아와서 돌아가자고 하니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따라나섰다. 숭고한 성직을 실연의 도피처로 삼으려던 것이나, 여자의 말 한 마디에 줏대없이 돌아서는 것이나, 진짜 한심해서 봐줄 수가 없었지만 더 이상 황마마에겐 실망할 마음도 남아있지 않았다. 깨진 유리잔이 더 짓밟혀서 가루가 되었다고 한들, 어차피 쓸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그런데 헤어진 후에도 황마마를 잊지 못하던 오로라는 급기야 설설희를 버리고 돌아갈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딸자식이 그 착한 남자와 그 좋은 환경을 뻥 차버리고 시궁창으로 기어 들어간다는데, 노모 사임당(서우림) 여사는 말리지도 않고 이렇게 말한다. "끌리는 사람하고 해야지 어쩌겠어!" 아하, 그것 참 눈물겹도록 애절한 사랑이다.

 

 

지금이야 누나들이 금쪽같은 남동생의 '출가 쇼'에 충격받아 로라에게 잘 대해주고 있지만, 그게 얼마나 갈까? 사람은 절대로 한 순간에 변하지 않는다.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더 이상 황마마가 머리 깎고 중이 될 염려가 없어지면, 누나들의 극성맞은 본성은 단박에 되살아날 것이다. 게다가 황마마는 어떤 남자였던가? 누나들 앞에서는 "로라를 데려다가 누나들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하게끔 순종하며 살게 하겠노라"고 큰소리 탕탕치고, 로라 앞에서는 "누나들 걱정 마라. 내가 다 알아서 한다" 라며 안심시키고, 자기 방에 와서는 "일단 결혼만 하면, 로라는 현명하니까!" 라고 혼잣말하던 인간이 바로 황마마다. 그 가증스런 성품이 쉽게 바뀔 것 같은가? 절에서 함께 돌아온 후 로라와의 관계가 회복되자 황마마는 좋아서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겪어보면 알겠지만 우리 누나들 생각처럼 그렇게 고약하지 않아... 내가 더 신경쓰고 잘 할게!" 나는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온통 새빨간 거짓말! 분명히 나중에 자기 입장 곤란해지면 "여자들끼리 알아서 하겠지. 로라는 현명하니까!" 하고 무책임하게 내팽개쳐 둘 거면서.

 

어쨌든 로라는 오늘 저녁에 설설희를 만나 이별을 고하겠노라 약속했고, 황마마는 걱정된다면서 근처에 있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오로라는 이렇게 대답한다. "걱정하지 마요. (설설희 그 사람은 내가) 말하면 분명히 깨끗하게 받아들여!" 이건 도대체 뭔가? 아무리 일방적인 사랑과 호의에 익숙해졌다고, 사람을 이렇게 무시할 순 없는 거다. 설설희 본인뿐만 아니라 그 부모님까지 만나서 온갖 애교를 떨며 희망에 부풀게 해놓고, 이제 와서 자기가 말 한 마디만 하면 설설희는 두말없이 깨끗이 물러날 거라고? 보자 보자 하니까 보자기인 줄 안다더니 정말 가관이다. 너무 잘해 주니까 상대방은 감정도 없는 로봇인 줄 아는 건가? 정녕 한 조각 미안한 마음도, 일말의 양심도 없는 건가? 

 

잠시 후 설설희를 만난 오로라는 평온한 어조로 말을 꺼낸다. "그저께 밤에 황마 작가 누나들이랑 진주 내려갔어요. 함월사에 출가한다고 내려간 황마 작가 데리러요... 어제 다 같이 올라왔어요!" 언제나 밝게 웃고 있던 설설희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심상찮은 기색을 느낀 것이다. 여기서 오로라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반드시 남녀 주인공이 다시 만나야 한다면, 그래서 이별을 고할 수밖에 없다면 그 방식이라도 염치가 있어야 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요. 그냥 나를 욕하고 미워하세요. 평생토록 용서하지 마세요!" 진심으로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며, 안타까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면 그래도 용서받을 가능성이 약간이나마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오로라는 건조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이렇게 말했다. "어떤 말을 해야 하는데... 내 입으로 안 하게 해줄 수 없어요?"

 

 

버림받는 사람의 아픔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이별을 고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오로라는 지금 그게 힘들어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힘든 일을 설설희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이제껏 자기를 사랑하고 희생하며 기다려 온 남자에게, 오로라는 힘들다는 이유로 마지막 예의조차 저버린 것이다. 그녀에게 설설희의 존재는 예나 지금이나 호구이며 짐꾼에 불과했다. 마지막 한 마디의 무게조차, 자기 대신 감당해 줄 영원한 노예... 아, 정말 임성한 작가는 왜 이러는 것일까? 이제 오로라도 황마마처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묵직한 중견 배우들은 도중에 마구 잘라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더니, 젊은 남녀 주인공은 도망치지도 못하게 붙잡아놓고 처참히 망가뜨린다. 오창석과 전소민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셈이라, 이게 아닌 줄을 알더라도 그냥 몸을 맡긴 채 내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혹시 배우들을 향해 "잘 봐라. 스타 작가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하고 과시라도 하려는 걸까? 현재 임성한이 휘두르고 있는 칼날은 '오로라 공주'라는 작품 내에서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이라 할 수 있다. 자기가 만든 세계를 그렇게 난도질하면서 쾌감이라도 느끼는 걸까? 그러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다. 욕하면서 보는 것도 한계가 있고 정도가 있는 법이다. 이런 식으로 언제까지 지금의 시청률과 화제성을 유지할 수 있을 듯싶은가? 붉은 꽃이 떨어지고 권세가 꺾인 어느 날, 자신이 휘둘렀던 칼날이 모조리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될 것임을 임성한 작가는 어찌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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