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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제국' 야수를 사랑한 공주의 비극, 드디어 시작되나?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황금의 제국

'황금의 제국' 야수를 사랑한 공주의 비극, 드디어 시작되나?

빛무리~ 2013. 9. 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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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명백히 황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쟁 이야기지만, 전쟁 속에도 사랑은 피어나게 마련이다. 더욱이 사랑은 모든 예술작품의 영원한 테마가 아니던가? 치열하고도 복잡한 전쟁 스토리에 집중하다가도 처음부터 예고된 야수와 공주의 사랑이 언제 시작될까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총 24부작의 드라마가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데도 좀처럼 사랑의 불꽃은 타오르지 않았다. 장태주(고수)와 최서윤(이요원)은 형식적이나마 결혼을 했고 무려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같은 방을 쓰며 살아왔지만, 두 사람의 마음속엔 오직 황금의 제국을 향한 욕망뿐인 듯, 서로를 향한 인간적 관심은 아예 차단된 상태로 줄곧 냉랭한 분위기가 유지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종영까지 불과 5회를 남겨둔 시점에서, 공주님의 오만한 마음에 뒤늦은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장태주 그 사람, 알고 싶네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최서윤이 박전무(최용민)에게 털어놓은 이 한 마디에는 결코 단순치 않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물론 적의 심리를 파악하여 전쟁에 이용하겠다는 뜻도 있겠지만, 사실은 최서윤 자신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부지불식간에 드러낸 인간적 관심이었던 것이다. 현재까지의 추세로는 최서윤이 최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그녀의 마음에 생각지도 않은 사랑이 복병처럼 들이닥쳤으니 예측은 다시 불가능해진 셈이다. 과연 야수는 파멸의 목전에서 공주의 사랑으로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인가? 황금의 제국 왕좌(성진그룹 회장 자리)를 놓고 혼전을 벌이던 한정희(김미숙)와 최민재(손현주)가 19회에서 탈락했다. 이로써 사실상 장태주와 최서윤의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느닷없이 닥쳐온 병마에 모든 것을 손에서 놓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한정희 여사의 모습은 쓸쓸했다. 추적자 THE CHASER에서는 백홍석(손현주)의 캐릭터를 통해 복수하는 자의 입장에 깊은 몰입을 이끌어냈던 박경수 작가였는데, 이번에는 한정희의 캐릭터를 통해 복수의 허망함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복수심과 욕망이 결합하면 사람이 얼마나 불행해지는가를 보여주려던 걸까? 아들 최성재(이현진)로부터 배신 아닌 배신을 당하고 충격받아 치매에 걸렸음에도 끝내 복수심을 불태우던 한정희는 어쩌면 이 작품 내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일 것이다. 엄마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최성재는 얼마 남지 않은 그녀의 시간을 행복한 기억들로 채워주고 싶어하지만, 놀랍게도 한정희의 선택은 아들이 아니라 복수였다. 죽음을 앞둔 마음에도 사랑보다 증오가 앞섰으니, 그녀의 삶은 도대체 얼마나 쓰라리고 팍팍했던 걸까?

 

원수 최동성(박근형)의 숨결과 손길의 기억을 지울 수 있게 되었으니, 치매에 걸린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할 정도로 한정희의 증오심은 여전히 뼈에 사무쳐 있었다. 그토록 미워하면서 역겨움을 내색조차 않고 27년 동안이나 최동성의 곁을 지켜왔으니, 병이 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이제 기억을 모두 잃기까지 몇 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정희는 감옥에 갇힌 아들 성재를 구해내는 일조차 포기하고, 원수의 자식들을 지옥에 빠뜨리는 복수의 마무리에 전념한다. 그런데 한정희가 최후에 선택한 복수의 방법은 자신이 갖고 있던 성진시멘트(성진그룹 지주회사)의 주식을 최동성의 자녀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고, 계열사를 분리해서 역시 골고루 나눠주는 것이었다. 저마다 엇비슷한 힘을 갖게 함으로써 자기들끼리 더욱 피터지게 싸우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한정희가 최동성에게 약속했던 지옥의 실체였다.

 

 

최민재가 그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덕분이었다. 모든 욕심과 원망을 내려놓은 최동진(정한용)은 아들 최민재를 대신하여 감옥에 가며, 한정희에게 마지막 부탁을 했다. "성재 엄마도 민재 아버지도 제 자식 망가뜨린 못난 부모 아니겠소? 나는 그 안에서 성재를 내 자식처럼 여기며 보살필테니, 당신은 부디 민재를 그 지옥에서 빼내 주시오!" 아비의 절절한 진심이 전해졌던지, 한정희는 주식 배분에서 최민재를 철저히 제외시킴으로써 강제로 손아귀를 펴게 만들었다. 왕좌에 걸려 있던 최민재의 초상화는 그렇게 내려졌고, 복수를 마친 한정희는 집을 떠났다. 이제 황금의 지옥에 남은 것은 최동성의 자식들과 그 배우자들뿐이다.

 

하지만 무능력한 최원재(엄효섭)와 최정윤(신동미)은 최서윤-장태주의 적수가 아니다. 장태주는 빈 손으로도 황금을 움켜쥘 수 있는 인물이지만, 최원재나 최정윤은 손에 쥐어 주어도 금세 놓치고 말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실상의 결승전이 시작되었음을 직감한 최서윤은 선제공격을 날린다. "회장 자리에는 내가 앉았으면 해요... 나를 믿는 것 말고 장태주씨가 뭘 할 수 있죠? ... 불은 그쪽이 꺼요. 양말도 그쪽이 치우고... 주식은 내가 거둬 올게요!" 최서윤은 오랫동안 장태주를 곁에서 지켜보았으나 그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오만함이 눈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히 그런 녀석 따위는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다고 공주는 믿어 왔다. 하지만 야수의 차가운 눈빛은 공주의 오만함을 비웃고 있었다.

 

 

"형부는 적당한 로펌이나 알아 보세요. 오빠는 성진택배 관리나 잘 해!" 아침 식탁에서도 최서윤의 오만함은 하늘을 찔렀다. 그런데 장태주로부터 의외의 일격이 날아왔다. "나는 주주총회에서 공동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겁니다!" 손에 쥔 것을 포기함으로써 오히려 원하는 것을 얻을 수도 있음을 어째서 생각지 못한 것일까? 장태주의 공동의결권 행사 거부로 최서윤의 의결권도 무효가 되었다. 이게 웬 떡이냐 눈을 빛내는 최원재에게 장태주는 덥석 회장 자리까지 안겨준다. 최정윤과 손동휘에게는 그토록 원하던 자동차 계열사를 분리해 줌으로써 입을 막는다. 장태주의 결단 덕분에 강적 최서윤을 무력화시키고 엄청난 이득을 얻게 되었으니, 최원재를 비롯한 다른 식구들로서는 불만이 있을 리 없다.

 

이렇게 장태주는 최원재를 꼭두각시 회장으로 앉히고, 자신은 전략기획 본부장이 되어 실세를 잡는다. 무능한 최원재의 눈을 가리고 모든 요직에 자신의 사람들을 심어 놓는다. 그리고 최서윤은 경제연구소 이사장으로 좌천시켜 조용히 공부나 하게 만든 후, 그녀의 심복들을 모두 잘라내고 그녀가 추진하던 사업도 중단시킨다. 삽시간에 꼭대기에서 바닥으로 추락한 최서윤은 그제야 장태주라는 인간의 무서운 실체를 깨닫는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한 차례 호되게 뒤통수를 맞은 후, 그녀의 마음속에 오히려 장태주를 향한 호감과 사랑이 싹텄다는 사실이다. "평생 수천 권의 책을 읽었지만 지금에야 깨달았네요.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또 읽어서 문리를 깨달으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많은 사람을 모으는 것보다 장태주 그 사람, 알고 싶네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적을 알아야만 승리할 수 있으니, 알고 싶다는 말에는 그런 의미도 물론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자기 심복들이 모두 잘려나가고 있는데도 최서윤은 그저 무심한 미소를 지으며 "장태주, 그 사람 알고 싶네요!" 라고 중얼거린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또 읽듯이, 장태주 한 사람만 계속 읽고 또 읽겠다는 뜻이다. 위험하다. 막내동생 최성재를 꼬맹이라 부르며 살갑게 챙기던 모습 때문에 모성애가 강한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최서윤은 진짜 강한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였던 것이다. 최성재처럼 연약한 남자는 동생으로서 귀여움만 받을 수 있을 뿐, 결코 그녀의 사랑을 얻지 못한다. 공주인 자신을 감히 맨주먹으로 후려칠 수 있는 장태주의 능력과 과감함이 최서윤의 마음을 빼앗았다.

 

 

아직 자기 감정의 실체를 깨닫지 못한 채, 그녀는 다시 전투욕을 불태운다. 좀처럼 발톱을 드러내지 않는 장태주를 움직이기 위해, 그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윤설희(장신영)를 찾아간 것이다. "장태주씨는 안 돌아가요. 태풍의 눈 안에 들어오면 평온하지만, 한 번 들어오면 다시는 나갈 수 없어요. 나가려면 그 태풍을 다시 지나가야 하니까!"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최서윤에게 윤설희는 오늘도 장태주와 저녁 약속을 했다며 발끈하는데, 최서윤은 진짜 남편을 챙기는 아내처럼 하루의 식단과 그의 컨디션을 말하며 저녁 메뉴까지 추천해 준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윤설희는 공주의 막강한 위세 앞에 초라함을 느낀다.

 

"안됐네요. 그쪽 마음 태주한테 흔들리나 보네. 태주 마음은 내가 알려줄게요. 태주한테 당신은 거래예요. 나는 약속이고!" 거래는 깨뜨릴 수 있지만 약속은 깨뜨릴 수 없다던 장태주를 철석같이 믿고 자신있게 던진 말이었다.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돌아온 최서윤의 답변은 윤설희를 절망에 빠뜨린다. "뭐가 더 중요하죠? 거래와 약속... 윤설희씨도 거래 때문에 약속 어긴 적 많을테고, 장태주씨는 더 많을텐데..." 부인할 수가 없다. 윤설희도 장태주도 절대 양심적으로 살아온 인간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남는 것 없는 약속보다야 이익을 남겨주는 거래가 언제나 우선이었다. 과연 사업에서만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오직 사랑에서만은 약속이 우선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윤설희는 불안해진다. 햄스터가 쳇바퀴 돌듯 기약없는 자신의 기다림이 헛되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 졸이던 그녀는 결국 장태주에게 불안을 내색하고, 가뜩이나 윤설희에게 커다란 부채감을 지니고 있던 장태주는 흔들린다.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서 항상 자기 편에 서 주었던 사람에 대한 의리... 자기 대신 누명을 쓰고 근 10년이나 옥살이를 했던 사람에 대한 미안함... 긴장하지 않고 자신을 내려놓은 채 웃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유일한 사람의 소중함... 이러한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 (과연 사랑이라고 표현해도 좋을지는 모르겠으나) 장태주는 결코 그녀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1년만 더 기다려 달라는 말에 윤설희가 고개를 끄덕였음에도 장태주의 마음은 한없이 무겁다.

 

아직 준비는 끝나지 않았다. 기회는 오직 한 번 뿐이기에, 100% 이길 확신이 없을 때는 발톱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지금 시작하면 확률은 절반에 불과하다. 하지만... "성재가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장태주에게 윤설희는 자기가 꼭 지키고 싶은 나니까... 움직일 거예요!" 최서윤의 계책이 성공했다. 장태주는 그녀의 속셈을 알면서도 윤설희를 지키기 위해 한 발 앞서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승기는 최서윤이 잡은 셈이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야수를 사랑한 공주의 비극은 이미 시작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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