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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주의보' 신주영-공현석, 짜증나는 러브라인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못난이 주의보

'못난이 주의보' 신주영-공현석, 짜증나는 러브라인

빛무리~ 2013. 8. 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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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120부작은 무리였던 걸까요? 명품의 향기를 풍기던 '못난이 주의보'가 늘어지는 전개로 침몰하기 시작했습니다. 별다른 스토리의 진전 없이 이곳 저곳에서 줄창 모두들 연애 놀음만 하는데, 그 연애 놀음에서 아무런 설렘이나 매력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죠. 우선 공준수(임주환)와 나도희(강소라) 커플부터 말해 본다면, 공준수가 자신의 살인 전과를 고백하고 나도희가 그것을 받아들인 후부터 이들의 러브라인은 예전의 설렘과 애틋함을 거의 잃었습니다. 제 생각엔 두 사람의 이미지에 어울리지도 않는 반말을 시작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화근인데요. 계속 존대하면서 약간은 서로를 어려워하는 모습도 남겨 두었더라면 지금처럼 긴장감 제로의 상태가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보거든요. 갑자기 나도희가 "연인끼리 반말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라고 말하는 순간,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죠. (도대체 그게 왜 당연한 건데?)

 

 

게다가 공준수에게 수시로 헤드락을 걸고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주먹질을 하면서 장난치는 나도희의 행동은 너무 이상합니다. 이제껏 보여 주었던 두 사람의 캐릭터가 장난꾸러기 철부지들은 아니었잖아요? 갑자기 반말을 틱틱 하면서 어린애처럼 장난을 치니까, 아무리 연애는 유치한 거라지만 어찌나 안 어울리고 어색한지 오글거림을 참고 보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두 사람의 캐릭터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고, 서로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사랑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루어지기 힘든 커플이니까, 다가설 듯 다가서지 못하는 듯한 애틋함과 간절함을 오래 유지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겁니다. 너무 거리낌이 없어지니까 오히려 망했다는 느낌이에요. 제가 이 두 사람의 러브라인을 많이 좋아했기 때문에 더욱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공진주(강별)와 강철수(현우)가 예상보다 쉽게 결혼에 성공하면서 그 쪽 러브라인도 더 이상 볼 게 없어졌습니다. 젊은 사돈댁에 얹혀 사는 주제에 끝없이 진상이나 부리는 시어머니 방정자(송옥숙)의 캐릭터만 부각되면서 볼 때마다 짜증만 치밀 뿐이에요. 좀 더 어렵게 성공했더라면, 공진주는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고, 강철수는 부잣집 여자들과 선을 보면서 1~2년쯤이 흘러갔다면 어땠을까요? 그래서 진주는 아빠 없는 아이를 혼자 키운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깨닫고, 철수는 부잣집 사위가 된다는 게 얼마나 허망한 꿈인지를 더욱 절실히 깨달으면서, 헤어졌던 서로를 향한 그리움이 짙어져갈 무렵, 우연히 어느 뜻밖의 장소에서 마주치게 된다면? (그 때 물론 진주는 아기를 안고 있어야겠죠..) 진주와 아기의 존재는 마마보이 철수를 강한 남자로 거듭나게 하고, 그래서 더 이상 무개념 엄마에게 휘둘리지 않는 상태로 결혼하게 되었다면? 이제 와서 그런 상상을 해봤자 소용없는 일이지만, 하여튼 아쉽습니다. 

 

 

툭하면 운명의 여인을 만났답시고 돈이나 털리던 추만돌(김하균) 아저씨가 첫사랑이었던 방정자 여사와 재회하면서 중년의 러브라인도 나름 진행중인데요. 중년이나 노년의 사랑도 얼마든지 아름답고 재미있게 그려질 수 있건만, 이들의 러브라인은 관심조차 끌리지 않을 만큼 무색무취입니다. 두 사람의 캐릭터상 은빛 멜로는 어렵겠지만 코믹이라도 제대로 살린다면 괜찮을 듯 싶은데, 어쩌면 이렇게 웃기지도 않는 걸까요? 직원들 월급조차 주지 못할 만큼 쫄딱 망했으면서도 허세를 버리지 못하고 카드를 펑펑 긁어대는 방정자와, 그런 여자를 사랑한답시고 남에게 돈을 빌려서 갖다 바치는 추만돌의 모습은 역시 짜증스럽기만 할 뿐입니다.

 

나도희가 더할 수 없는 단호함으로 여러 차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끝없이 들이대는 변호사 이한서(김영훈)의 무례함은 볼 때마다 후려치고 싶을 정도로 밉상이죠. 나도희의 부탁을 받아 공준수를 제자로 받아들인 디자이너 김인주(마야)가 며칠 후 느닷없이 "결혼해서 함께 파리로 가자"고 공준수에게 청혼했던 에피소드는, 물론 스쳐지나가는 사건이긴 했지만 적잖이 황당했습니다. 공나리(설현)의 매니저를 자청한 나상진 회장(이순재)이 탤런트 반효정에게 산삼까지 선물하며 호감을 표현하는 모습은 생뚱맞게 느껴졌고요. 촬영장에서 동우(조윤우)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서 강아지처럼 쫓아다니는 공나리의 모습은 그냥 피곤한 철딱서니로 보일 뿐입니다. 이렇듯 현재 '못난이 주의보'에는 별로 공감할 수 없는 남녀간의 밀당과 연애 스토리가 한가득인데, 그 중에도 가장 짜증나는 것은 신주영(신소율)과 공현석(최태준)의 러브라인입니다. 요즘은 이 커플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서 점점 드라마를 보기가 싫어질 지경이에요.

 

 

공현석 검사의 캐릭터는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문제는 신주영입니다. 얼핏 보면 냉혈한 원칙주의자 같지만 알고 보면 따스한 인간미와 배려심이 넘치고, 누구보다 형 준수의 입장을 잘 헤아릴 만큼 속 깊은 동생 현석은 볼수록 나무랄 데 없는 완벽한 남자군요. 그런데 이렇게 괜찮은 남자가 신주영 같은 여자에게 흔들리다니 정말 참을 수가 없습니다..;; 정지우 작가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신주영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을까요? 그 특이한 성품에 공감하는 시청자가 있을까요? 공현석을 스카웃하고 싶어하는 할아버지 나회장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접근했지만, 점차로 그 남자에게 끌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게 되어버린 심정이야 물론 이해합니다. 하지만 스토커처럼 쫓아다니기도 정도껏 해야지, 너무 심하니까 나중엔 보면서 토가 쏠릴 지경이었어요.

 

툭하면 술 마시고 전화해서 주정하고, 툭하면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매달리고, 징징대고, 또 찾아오고, 또 찾아오고... 정말 너무 짜증스럽더군요. 제가 도저히 봐줄 수 없을 만큼 질색하는 두 가지 캐릭터가, 돈 없으면서 명품 밝히는 된장족과 싫다는데 계속 들이대는 진상족이거든요. 신주영은 항상 엄마 나인숙(이일화)을 보고 한숨지으며 언제 철들 거냐고 애원하지만, 사실은 그런 엄마를 닮아서 굉장히 철없고 이기적입니다. 게다가 이변호사를 붙잡아 결혼하라는 엄마의 명령을 거역하지도 못할 만큼 심지가 약하고 주관도 없어요. 공현석을 사랑하는 자기 마음이 확실하다면, 아무리 엄마가 시켰어도 이변호사에게 결혼하자며 들이대서는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당연히 고집을 부려야 할 문제에 맥없이 엄마 뜻만 따르고 있는지? 엄마가 때려 죽이기라도 할까봐? 마침 할아버지 나회장도 공현석을 좋게 보고 있으니, 신주영이 자기 입장만 확실하게 세운다면 그들의 사랑에는 별로 큰 어려움이 없을텐데 말이죠. 살인 전과에 발목이 묶이고, 나도희의 계모 유정연(윤손하)과 애인이었던 과거까지, 겹겹의 장애물로 점철되어 있는 공준수-나도희 커플에 비한다면 공현석-신주영 커플의 사랑은 식은 죽 먹기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답이 없는 여자 신주영이네요. 당사자의 품질(?)이 그 모양이니 아무리 조건이 좋다 해도 저는 공현석을 위해서 이 결혼 반대입니다. 물론 제가 반대해도 소용은 없겠지만요.

 

완벽한 공현석에게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특이한 여자 취향'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매번 만날 때마다 진상인데 그게 뭐 귀엽다고, 이 순진한 남자는 점점 신주영에게 끌리고 있군요. 자기 앞에서는 그토록 애절하게 사랑을 구걸하면서, 뒤로는 다른 남자에게 결혼하자며 호박씨를 까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말입니다. 이렇게 굳건한 사람일수록 한 번 마음을 정하면 쉽게 바꿀 수 없고, 어렵게 마음을 열었던 만큼 상처를 받게 되면 남들보다 훨씬 많은 피를 흘리는 법인데, 도대체 신주영 이 ×은 나중에 뒷수습을 어떻게 하려고 이러는 거죠? 그녀의 이중생활을 알고 있는 사촌 나도희는 경고합니다. "공현석씨는 내 친구나 다름없는 사람이야. 상처주면 내가 너 용서 안 해!" 그렇죠. 바로 이게 모든 시청자들의 마음 아닐까요?

 

 

하지만 신주영은 뭘 잘했다고 오히려 성질내며 울음을 터뜨립니다. "나도 나를 용서하지 않고 살면 되는 거잖아!" 사고방식 하고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되긴 뭐가 됩니까? 자기는 다른 사람과 결혼할 생각이면서, 상처주게 될 것이 뻔한 줄을 알면서도 상대방을 끈질기게 유혹해서 결국은 마음을 열게 해놓더니, 무책임하게 자기도 자기를 용서하지 않고 살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그건 사랑이 아니라 100% 제멋대로인 이기심이죠. 정말 사랑한다면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는 마음이 1%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런 여자에게 공현석은 어느 덧 정이 들어, 길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것도 귀엽고, 퇴근할 때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반가운 생각이 든다고 말할 지경이 되었으니 어쩌면 좋습니까?

 

짐작컨대 나중에는 신주영도 정신을 차리겠죠. 생전 처음으로 엄마에게 반항하며 "나 이변호사랑 결혼 안 해. 공검사랑 할 거야!" 라고 용감히 외치는 순간이 오겠죠. 하지만 벌써 인상을 너무 구겨버려서, 나중에 변화되는 모습을 봐도 썩 탐탁치는 않을 것 같네요. 실제 사람도 그렇지만, 드라마 속 캐릭터도 첫인상과 초반의 느낌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오로라 공주'가 임성한의 전작들에 비해 시청률이 턱없이 낮은 이유도 제 생각에는 여주인공의 초반 캐릭터가 비호감으로 어필되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아무리 개념녀로 변신해 봤자, 벌써 머릿속에 '4가지 없는 ×'으로 각인되어 있으면 좀처럼 바꾸기가 어렵죠.

 

 

'못난이 주의보'를 아끼는 시청자 입장에서 원하는 바가 있다면, 여기저기 쓸데없이 널려있는 영양가 없는 러브라인들은 빨리 가지치기를 했으면 좋겠고, 신주영도 빨리 정신을 차려서 더 이상의 진상짓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120부의 중압감이 너무 크겠지만, 중반의 전개가 이렇게까지 망가지면 안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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