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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윅스' 이준기, 살아야 할 이유를 만나다 본문

드라마를 보다

'투윅스' 이준기, 살아야 할 이유를 만나다

빛무리~ 2013. 8. 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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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고 신뢰하는 소현경 작가의 신작이지만 '투윅스'는 방송 전부터 몇 가지의 의문점을 품게 했습니다. 우선 내용과 인물 설정을 보면 진지하고 묵직한 드라마인데, 제목이 하필 '투윅스'라서 초콜릿 바를 연상케 한다는 점이 황당하게 느껴졌지요. 물론 의미를 따지면 운명의 2주일(週日), 살인 누명을 쓰게 된 아버지가 백혈병에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14일간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뜻이지만요. 다른 좋은 제목을 찾을 수는 없었을까, 반드시 '투윅스' 라야만 했을까, 그보다는 차라리 '2주일'이 낫지 않았을까 등 여러가지 아쉬운 생각이 들더군요.

 

전작인 '내 딸 서영이'도 내용상의 퀄리티와 시청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나 제목은 꽝이더니 (먼저 방영된 드라마 '내 딸 꽃님이'를 따라한 것처럼 보여서) 이번에도 소작가는 제목 짓기에 실패한 듯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자기는 제목을 너무 못 짓는다고 한탄하며 생맥주를 기울이던 소작가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르네요. 아주 오래 전, 지금은 한국 최고의 스타 작가 반열에 오른 그녀가 작가지망생이던 시절의 일이지만..^^

 

 

두번째 의문은 '내 딸 서영이' 이후로 대략 1년간의 휴식을 취하려던 소작가가 불과 5개월만에 컴백하는 이유를 놓고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었습니다. 소작가가 생각하고 차기작을 위해 준비하던 아이템이 새어나가 다른 팀에서 먼저 그 소재로 드라마를 제작해 내보냈기 때문에, 몹시 분개한 소작가는 "진본과 아류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겠다!"며 불꽃 튀는 속도로 차기작 준비를 마무리하여 급히 내보내게 되었다는 이야긴데요.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혹시라도 진짜라면 작가로서 굉장히 불쾌하고 꺼림칙한 일이겠다 싶어서 조금은 걱정이 되더랍니다. 오직 실력으로 진가를 증명하겠다는 자세는 그녀답게 멋진 것이었지만, 긴 주말드라마 집필을 끝내고 휴식 기간조차 갖지 못한 채 컴백하는지라 건강상의 무리가 있지 않을까, 만약에라도 (작품성과 관계 없이) 시청률이 좋지 않게 나온다면 오히려 자존심에 타격을 입지나 않을까 우려되었지요.

 

하지만 뚜껑이 열리고 보니 두 작품 사이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공통점이 매우 적더군요. 백혈병에 걸린 딸과 살인 누명을 쓴 아버지의 설정은 똑같지만, 그 외의 설정들은 많이 달라서 별로 겹쳐지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현대극과 사극으로 시대적 배경이 다른 것도 한 몫을 했겠지만, 제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아이 엄마'의 존재였어요. '천명'의 주인공은 홀아비로서 아이 엄마가 죽고 없었지만, '투윅스'에는 엄연히 아이 엄마가 살아 있습니다. 수진이 엄마 서인혜(박하선)는 단지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든든한 약혼자 임승우(류수영)와 아이의 생부인 장태산(이준기) 사이에서 눈물겨운 멜로의 핵심까지 맡고 있군요. (톱 여배우 김소연이 검사 박재경 역할로 등장하지만, 아무래도 멜로 부분은 박하선에게 양보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것은 굉장히 큰 차이점으로서 두 작품의 경계를 뚜렷이 해줍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커다란 차이가 있다면, '투윅스'의 주인공 장태산은 무려 8년 동안이나 딸 수진(이채미)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젖먹이 시절부터 돌보며 키워 온 딸과, 어느 날 갑자기 불쑥 나타난 여덟 살배기 딸은 그 느낌이 아주 다르죠. '투윅스'는 꿈도 희망도 의욕도 애착도 없이 떠돌던 장태산의 허무한 인생이 갑자기 나타난 딸의 존재로 인해 확 바뀌게 되는, 주인공의 변화와 성장을 다룬 작품이라고 봐야 할 듯 싶거든요. 누명을 쓴다는 외부적 설정보다 주인공의 내면적 변화에 주목한다면, 두 작품의 지향점은 완전히 다른 곳에 있는 셈이니, 어쩌면 항간에 떠돌던 소문은 근거없는 루머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조폭 두목 출신으로 거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문일석(조민기)은 탐욕스런 국회의원 조서희(김혜옥)와 함께 악의 축을 담당합니다. 장태산은 문일석의 똘마니 중에서도 가장 힘없고 만만한 녀석인지라, 두목을 대신해서 두 번이나 감옥에 다녀 왔다죠. 8년 전, 자기 대신 감방에 가지 않으면 사랑하는 인혜를 해치겠다는 두목의 협박을 받고 임신한 그녀를 버렸습니다. 아버지 없이 홀로 자기를 키우며 불행하게 살다가 자결한 어머니를 떠올리고는, 아이의 존재가 그녀의 삶에도 올가미가 될 거라는 생각에 억지로 산부인과 수술실에 밀어넣기까지 했군요. 그 후로는 모든 희망과 의욕을 잃고 쓰레기처럼 살아왔던 장태산... 하지만 그의 인생에 대반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에게도 삶의 의미가,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겨났거든요.

 

병원 복도에서 이루어진 아빠와 딸의 첫 만남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저씨, 공 좀 주워 주세요!" 엉겁결에 장태산은 공을 주워들고 아이에게로 다가서는데, 그의 얼굴을 보고는 활짝 웃으며 "아빠!"라고 외치는 수진이...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요. 이 똘똘한 녀석의 머릿속에 엄마가 찢어버린 사진 속 얼굴이 그대로 남아 있었던 걸까요. "너 웃긴다... 내가 왜 너희 아빠야?" 겉으로는 무심한 듯 퉁명스레 대꾸했지만, 장태산의 가슴에는 태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아... 너는 내 딸이로구나... 내 피를 받고 세상에 태어난 나의 분신이로구나...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일, 꿈에서조차 상상해 본 적 없었던 일이 눈앞에 벌어졌으니까요.

 

 

그런데 그 애틋한 생명이 백혈병으로 시들어 갑니다. 친형제가 있으면 골수 일치의 확률이 높지만, 친부모라 해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사의 말에 가슴이 타들어가는데...다행히도 장태산의 골수가 수진이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네요. 아... 나 같은 아비라도 쓸모가 있구나...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몸이 귀하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장태산입니다. 이 몸에서 골수를 뽑아 수진이를 살릴 수 있다니, 마지못해 유지해 온 삶의 결과가 이렇듯 큰 기쁨일 줄이야... 수술 날짜까지 몸 관리 잘 하며 기다리겠노라 인혜를 안심시키고 돌아서는 태산의 발걸음이 하늘을 나는 듯 가볍기만 하네요.

 

털 달린 인형은 몸에 해롭다고 엄마에게 야단맞은 수진이는 복도에서 마주친 '아빠를 닮은 아저씨'에게 아끼던 인형을 맡겼습니다. "갖고 있다가 나중에 꼭 돌려줘야 해요!" 딸의 체온이 스며든 인형을 꼭 움켜쥐며 고개를 끄덕였던 장태산... 못난 아빠지만, 앞으로 2주일 후면 수진이에게 줄 것이 두 가지나 있습니다. 골수를 통한 새 생명과 맡아 두었던 인형을 수진이에게 전해 줄 그 날까지, 혹시라도 감염되지 않게 작은 상처도 나지 않게 몸 조심하며 지내리라 굳은 다짐을 하는데, 얄궂은 운명의 소용돌이가 닥쳐오는군요.

 

 

룸싸롱 종업원이며 문일석의 내연녀인 오미숙(임세미)은 사실 검사 박재경의 정보원입니다. 박재경은 문일석과 조서희의 커넥션을 증명하기 위해 오랫동안 애쓰고 있었는데, 드디어 미숙이가 그 증거를 포착했죠. 하지만 어느 새 들켰는지 오미숙은 처참한 시체로 발견되고, 피투성이 현장에 쓰러져 있던 장태산은 꼼짝없이 현행범으로 체포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가장 만만한 장태산에게 살인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문일석의 음모인데, 이제 장태산도 호락호락 당할 수만은 없게 된 입장인 줄을 미처 몰랐나봐요. 살아야 할 이유를 기적처럼 만났으니, 이어지는 삶은 그 자체가 기적 아니겠어요? 오미숙은 죽기 전에 증거 자료가 담긴 디카를 장태산의 전당포에 맡겼으니, 시련 후에는 반드시 행복이 찾아올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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