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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사랑할 때' 서미도를 위한 변명 본문

드라마를 보다

'남자가 사랑할 때' 서미도를 위한 변명

빛무리~ 2013. 5. 2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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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대놓고 '치정극'을 표방한 드라마라기에는 사건 사고가 부족한게 아닌가 싶더니,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남자가 사랑할 때'는 본격적인 '치정멜로'의 극치를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치정'이라는 단어에서 필히 연상되는 것은 비뚤어진 사랑의 무서운 집착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어지러운 (또는 끔찍한) 사건들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무릇 치정을 다룬 드라마에서는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사랑을 빌미삼아 일어나야 하고, 그로 인해 등장인물들이 파멸해 가는 과정 또한 필수 코스라 하겠습니다.

 

폭력조직의 2인자 한태상(송승헌)이 가난한 소녀 서미도(신세경)를 사랑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한태상은 조직원들을 이끌고 허름한 책방 주인 서경욱(강신일)에게 빚을 독촉하러 갔는데, 얄궂게도 그의 딸을 보는 순간 첫눈에 반해 버리고 말았죠. 이 당돌한 소녀를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로 한태상은 도저히 갚을 능력이 없는 서경욱의 빚을 모두 탕감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 후 무려 7년 동안이나 서미도의 학비와 가족들의 생활비와 서경욱의 병원비까지 대면서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태상의 조직 내 세력이 점점 커지는 것을 경계한 보스는 그를 유인해 제거하려는 목적으로 서미도를 납치하고, 그녀를 구하러 뛰어든 한태상은 보스의 칼에 찔리지만 충직한 심복 이창희(김성오)의 도움을 받아 오히려 보스를 제거하고 1인자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 과정 중에 보스를 죽인 이창희는 감옥에 가면서 한태상에게 자기 동생 이재희(연우진)를 돌봐 달라 부탁하고, 한태상은 이재희를 친동생처럼 여기며 MBA에 유학까지 시킬 만큼 든든히 뒷받침해 주었죠. 좋은 머리와 사업적 수완을 지닌 한태상은 '골든트리'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승승장구함으로써 더 이상 조직폭력배가 아닌 어엿한 기업인으로 변신했고, 흐르는 시간 속에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한 서미도는 자연스레 그의 연인이 되었으며,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희는 출소한 형 이창희와 더불어 그의 오른팔이 되었습니다. 이제 일생을 바쳐 사랑해 온 서미도와 결혼만 하면 한태상이라는 남자의 외로웠던 인생도 완전한 행복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의 여자 서미도와 친동생처럼 아끼는 이재희가 그만 눈이 맞아 버렸네요.

 

한태상의 입장에서는 설령 꿈이라고 해도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을 겁니다. 이제껏 지극정성으로 뒷바라지 해 온 두 사람에게 처절히 배신당하고, 인생의 동반자와 사업적 동지를 한꺼번에 잃어버릴 처지에 놓였으니까요. 시청자들은 모두 한태상이라는 남자의 마음을 알고 있습니다. 서미도와 그 가족을 도운 이유가 결코 역겨운 돈자랑이나 소유욕 때문이 아니라 진실한 사랑 때문이었음을, 그리고 이재희를 후원한 것 역시 이창희의 희생과 바꾼 대가로서 마지못해 베푼 은혜가 아니라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 때문이었다는 것을요. 하지만 서미도와 이재희의 입장에서도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들은 시청자와 달리 전지적 시점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현재 '몰염치하고 매력없는 여주인공', '최악의 어장관리녀', '악역보다 미움받는 여주인공' 등으로 온갖 비난에 직면해 있는 서미도의 캐릭터를 조금이나마 옹호해 줄 수 있는 근거는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서미도가 처음부터 이재희의 유혹에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띠동갑 연상에 조폭 출신인 한태상보다 비슷한 또래이며 대화가 더 잘 통하는 이재희에게 본능적으로 더 끌리는 마음이야 어쩔 수 없었지만, 이미 한태상의 여자가 되기로 마음을 굳힌 서미도는 냉정한 선 긋기로 이재희를 밀어냈었죠. 치정멜로의 여주인공답지 않게 매우 쿨하고 깨끗한 태도였습니다. 이재희를 대하는 서미도의 언행은 애매한 해석의 여지없이 분명했고, 이재희 역시 그런 그녀의 행복을 빌며 떠나려고도 했었지요. 하지만 어려서부터 공연기획자의 꿈을 키워 왔던 서미도 앞에 예상치 못한 기회가 주어지면서 모든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서미도는 인생의 멘토로 삼고 존경하던 예술감독 켈리조(이상은)의 인정을 받아 2년 동안 영국에서 함께 일할 기회를 잡게 되는데,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는 이재희와 달리 한태상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거든요.

 

30대 후반의 한태상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워낙 많은 나이차 때문에 이제껏 기다려 온 세월만도 엄청난데, 드디어 결혼을 앞둔 시점에서 느닷없이 또 2년을 기다리라니 기가 막혔겠지요. 더구나 지금까지처럼 그녀 모습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머나먼 영국에서 홀로 지내겠다니, 그 시간 동안 서미도의 신상에 무슨 변화가 생길지 염려하는 마음이 어찌 안 들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남자의 깊은 사랑은 결국 또 한 번의 희생을 결심하게 만듭니다. 나는 여기서 묵묵히 2년 동안 기다리고 있을테니, 너는 한껏 날개를 펴고 원하는 일을 하다 오렴... 그 마음에 감동한 서미도는 다시 한태상에게 마음을 열지만, 이들의 운명은 그리 순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서미도를 스카웃하기로 결정했던 켈리조의 회사에서 갑자기 채용 취소를 통보해 온 것이었죠. 사실은 회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단 쪽 인물 중 서미도에게 반감을 품은 사람이 있어 그의 방해로 좌절된 것이었지만, 서미도는 한태상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앞길을 막은 거라 오해하고 맙니다.

 

  

모처럼 꿈을 펼쳐보려다 날개가 꺾인 서미도는 자포자기하듯 한태상의 청혼을 받아들이지만, 이미 그녀의 마음은 절반 이상이나 닫혀버린 상태였죠.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제가 보기에 서미도는 한태상을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한태상과 서미도의 관계에 대한 해석은 시청자마다 다를 수 있겠는데, 서미도가 사랑한 것은 정확히 말해 한태상의 '돈'이었을 뿐 '한태상' 자체는 아니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태상이라는 남자가 나이답지 않게 순수하고 귀여운 매력을 지닌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특징들은 '어떻게든 한태상을 사랑해 보려고 노력하는' 서미도의 마음에 약간의 위안 요소가 되었을 뿐 사랑할만한 이유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깡패 출신이라는 과거가 틈틈이 드러나는 한태상의 생활을 보며 느끼는 본능적 두려움과, 그의 곁에서 끊임없이 맴도는 여자 백성주(채정안)에 대한 거슬림이, 애써 만들어낸 미약한 사랑보다는 훨씬 강렬했을 수 있습니다.

 

서미도가 의지적으로 한태상을 선택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보은의 의무' 때문이었습니다. 7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서미도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 한태상이 베풀어 온 은혜는 단지 '마음이 변했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짐이었죠. 무능할 뿐만 아니라 염치도 없는 부모를 두었기에, 도저히 살아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기에 서미도는 한태상의 도움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이제 와서 그의 여자가 되기를 거부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끔찍한 배신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서미도처럼 자의식 강한 여자가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단지 '보은'하는 마음으로 선택한다는 것...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서미도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쩌면 시니컬한 마음으로 생각했겠죠. "그래, 세상 남자들이 다 그렇지 뭐. 별 거 있겠어?" 그리고 한태상을 선택함으로써 보장받을 수 있는 안락한 생활과 그 남자의 순수한 성품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달랬을 겁니다. "그래, 이 정도면 아주 나쁘지는 않아!"

 

 

그런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관심조차 갖지 않던 자기의 오랜 꿈과 깊은 내면을 거짓말처럼 이해해주는 이재희가 나타났을 때, 자신과 나이도 비슷하고 취향도 비슷하고 마치 소울메이트처럼 다정한 이 남자에게 끌리는 마음은 거부하기 힘들 만큼 강렬했죠. 그래도 애써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 건조한 태도로 선을 그으며 밀어냈는데, 손에 잡았다가 놓쳐버린 꿈에 대한 안타까움은 간신히 버티던 의지력을 무너뜨렸습니다. 아직 20대 중반에 불과한 한창 나이에 이렇게 보은의 굴레에 갇혀 꿈을 영영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억울함이 치밀었습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렸을 때 신세를 좀 졌다고 해서 왜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넘겨야 하는가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그건 내 잘못도 아닌데, 그 빚은 내가 아니라 모두 아버지가 진 거였는데, 내가 왜!

 

이토록 흔들리는 마음에 설상가상 서미도의 가족들도 한 몫 거듭니다. 물질적 욕망에 대놓고 충실한 어머니(오영실)만이 오히려 은혜와 양심을 챙길 뿐, 이 모든 상황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아버지 서경욱과 철부지 남동생 서미준(JB)은 "마음이 이끄는 대로 너의 사랑을 찾아가라"는 달콤한 말로 서미도의 배신을 부추긴 거죠. 특히 미도 아버지의 몰염치함은 볼 때마다 역겨워 토가 쏠릴 지경입니다. (서미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 인간은 눈꼽만치도 이해할 수가 없네요..;;) 무능하기 짝이 없는 빚투성이에 난치병까지 걸려, 딸자식이 자기 인생을 저당잡히면서까지 집안을 일으키고 건강을 회복시켜 주었는데, 한태상이 쏟아붓는 '돈'은 한 번도 거절하는 법 없이 넙죽넙죽 받아먹으면서 딸은 절대 내줄 수 없다고 시종일관 오만하게 굴던 노인이죠. 그렇게 자존심 강하면 돈을 받지 말았어야 할 일이고, 그렇게 딸이 소중하면 스스로 잘 챙겼어야 할 게 아닙니까? 그러지 못해 남한테 신세는 질대로 졌으면서 이제 와 무슨 뼉다귀가 남았다고 오기를 부리는 건지 참 어이없는 캐릭터라죠..;; 어쨌든 아버지와 동생의 부추김 속에 서미도의 마음은 점점 한태상으로부터 멀어져 갑니다.

 

어떤 말로도 변명해 줄 수 없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다른 곳도 아닌 한태상의 집 안에서, 서미도가 이재희와 벌였던 낯뜨거운 애정행각 말이죠..;; 그건 정말 아니었습니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죽일 년, 나쁜 년, 염치없는 년, 온갖 욕을 들어도 싼 여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했어요. 하지만 그 장면 하나만 제외한다면, 저는 서미도의 입장을 거의 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더군요. 여기서 잠깐 이재희의 입장도 생각해 본다면, 형 이창희의 감옥살이에 관한 내막을 뒤늦게야 알았다는 점에서 또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긴 세월 동안 뒷바라지 해준 한태상의 은혜를 진심으로 고맙게 여겼는데 그게 사실은 자기 형의 희생을 거름삼아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전부는 아니더라도 절반은 배신감이 들지 않았을까요? 오히려 이창희는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기에 원망이나 불신이 없겠지만, 이재희의 입장은 다를 겁니다. 형에 대한 미안함과 뒤섞여 자기 형이 감옥에 있는 동안 승승장구해 온 한태상에 대한 증오가 새록새록 치솟았을 수 있어요. 출소한 이창희가 동생의 그런 마음을 꾹꾹 눌러주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벌써 배신하고 말았을지 모르죠. 그런 와중에 서미도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이재희가 별 죄책감 없이 저돌적으로 다가서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채고도 모른체했던 한태상의 마음은 그 어떤 이유로도 서미도를 놓을 수 없는 사랑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미도야, 내가 모르는 줄 알았니?" 하며 다그치는 한태상의 모습이 서미도에게는 공포로 다가왔을 수 있어요. 그녀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뺨 몇 대 얻어맞고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쫓겨나는 편이 속 편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한태상은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너를 용서할거야" 라고 말하죠. 이미 한태상에게서 마음이 떠난 서미도는 절망합니다. "그 사람, 죽기 전에는 나를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 한태상의 거실에서 이재희에게 이런 말을 했다는 이유로 또 많은 미움을 받았지만, 이제 그녀에게 한태상의 사랑은 두려운 집착이요 굴레일 뿐이었기에, 오직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이재희에게 고통을 호소한 거였습니다. 

 

우연히 녹화된 그 영상을 보고 깊이 상처받은 한태상은 멀리 별장으로 혼자 떠나고 맙니다. 서미도가 이미 그와 결혼할 수 없다고 선언한 상태에서 말이죠. 여기서 이창희라는 인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악행을 저지릅니다. 더 이상 희망이 없음을 깨달은 한태상이 힘들게 서미도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고 있던 즈음, 그에게 맹목적 충성을 바치는 이창희는 한태상을 괴롭히는 '나쁜 년' 서미도를 죽여 버리기로 결심한 거죠..;; 한태상이 고통에 빠져 무심코 "차라리 그 애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내뱉은 말을 진심으로 해석할 만큼 머리가 나쁜 건지, 충성심이 지나치면 실성할 수도 있는 건지, 태상이 형을 배신하고 자기 동생 재희의 마음까지 흔들어 세 남자의 좋았던 관계를 깨뜨리는 '그 년'이 너무 미웠던 건지... "태상이 형이 지금 많이 아파요. 끝낼 때 끝내더라도 만나서 오해는 풀어요!" 이렇게 서미도를 별장 근처의 한적한 도로로 유인한 이창희는 전속력으로 차를 달려 그녀를 치어 버리고 맙니다.

 

척추에 손상을 입어 하반신 마비 상태에서 깨어난 서미도는 일부 기억을 잃은 듯 보였지만, 사실은 모두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오직 이재희에 대한 기억만 잃은 척하고 한태상에게만 다정히 대하는 서미도를 보며, 또 많은 시청자들은 "진짜 무서운 여자" 라며 서미도를 비난했죠. 기억을 잃은 척하는 이유가 나중에 기회를 봐서 한태상에게 복수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6회에서 드러난 서미도의 진실은 그게 아니었네요. 어설픈 연기력 때문에 한태상에게 금방 덜미를 잡힌 서미도는 순순히 속였음을 자백했습니다. 이유를 묻는 한태상에게 "그래야... 그 사람이 다치지 않을 테니까!" 서미도가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하는 순간, 제 가슴이 찌르르 울려 오더군요. 세상으로부터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사랑이지만, 이재희를 향한 그녀의 마음이 더할 수 없는 진심임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나를 죽이려고 했잖아!" 한태상에게 두려움을 품고 있던 서미도는 이창희의 행동을 한태상의 명령에 따른 거라고 생각했겠지요. 자칫하면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가 치밀었을 겁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보다 더욱 염려되는 한 사람... 이재희 역시 한태상에 의해 자기와 비슷한 일을 당할까봐 걱정되었겠죠. (물론 그 때는 이창희가 아니라 다른 심복을 시켜서 처리하겠지만)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그와 관련된 모든 기억을 잃은 척했던 겁니다. 어떻게든 한태상의 마수로부터 이재희를 지켜주고 싶은데, 꼼짝할 수 없게 된 서미도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을 테니까요. 시청자들은 한태상의 사랑이 진심이라는 것과 절대 그가 서미도를 해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정작 서미도는 한태상을 완전히 알지도, 믿지도 못합니다. 이미 사랑이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버린 한태상 곁에 기꺼이 남겠다고 자청할 만큼, 서미도는 이재희를 사랑한 거죠. 자기 삶을 희생해서라도 그 사람을 지켜주고 싶을 만큼요.

 

재활 치료에 성공하여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도 그 사실을 숨긴 이유가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자기가 계속 장애인으로 남아있어야 한태상의 미안함이 더욱 커질테고, 그 미안한 마음에라도 이재희를 해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기회를 보아 한태상에게 보복할 생각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설프게 초장에 들켜 버렸으니 설령 계획이 있었다 해도 물 건너간 셈이고요. 그녀 마음 속의 진실은 앞으로 남은 4회를 지켜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적어도 제 눈에 비친 서미도는 그리 나쁜 여자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보기엔 가족을 위한 희생심을 지닌 쿨한 성격의 멋진 여자인데, 운명의 장난으로 모든 상황이 꼬이게 흘러가며 태풍의 눈이 되어버린 비극의 여주인공 같군요.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너무 많은 욕을 먹는 것이 가여워, 16회를 보고 나서는 한 마디 변명쯤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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