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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프린스' 이보영은 좋았지만 이대로는 망한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달빛 프린스' 이보영은 좋았지만 이대로는 망한다

빛무리~ 2013. 2.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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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첫 방송을 20분 가량 보다가 관심을 딱 끊어버렸던 프로그램이 '달빛 프린스' 였습니다. '토크클럽 배우들'도 비슷한 케이스지만 그래도 간신히 첫 방송은 끝까지 보았던 것에 비해, '달빛 프린스'는 끝까지 보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도 굳이 '강심장'을 외면하고 '달프' 쪽으로 채널을 고정한 것은 요즘 '내 딸 서영이'를 통해 주목하고 있던 여배우 이보영이 게스트로 출연한다고 해서였습니다. 참으로 다작을 하는 배우인데도 이전까지는 별다른 관심이 끌리지 않았었는데, '내 딸 서영이'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활약하는 모습을 보며 날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그녀의 매력에 감탄을 거듭하는 중이거든요.

 

게다가 그녀가 소개할 책에도 관심이 끌렸습니다. 지금은 생애 최고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이보영이지만 한 때는 일을 그만둘 생각까지 하며 1년간 칩거생활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프랑수아 를로르)가 저술한 '꾸뻬씨의 행복여행'이라는 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미리 접하고 나니 궁금증이 더욱 커졌습니다. 지금의 그녀 모습에서는 상상조차 안 되는 그 시절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싶었고, 인간이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한 방법을 정신과 의사의 전문적인 시각으로 서술한 책이라니까 어떤 내용인지 저도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지더군요.

 

 

예능 프로그램의 게스트로서 이보영의 자세는 가히 최고라 할만큼 아주 좋았습니다. 예능 출연의 경험이 많지 않은 여배우가 처음 단독 게스트로 나왔으니 부담감도 컸을테고, 설상가상 이 프로그램의 MC들은 게스트를 편하게 해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혹은 짖궂거나 혹은 강압적이거나 혹은 서툴거나..;;)  이보영의 입장에서는 아주 곤혹스럽게 느꼈을 상황이 많아 보였어요. 그런데도 이보영은 난처한 기색 한 번 없이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고, 최선을 다한 리액션으로 매번 즐겁게 웃어 주었고, MC들이 시키는대로 다 하면서 거리낌 없이 망가져 주기까지 하더군요. 원래 그녀가 좋아하는 책이라고는 하지만 '달빛 프린스' 출연 섭외를 받고 나서는 무려 3번이나 더 읽고 나왔을 정도로 준비 자세도 철저했습니다. '적도의 남자'에서 엄태웅과 더불어 '문학커플'로 불렸던 그녀답게 집에 따로 서재가 마련되어 있을 만큼 책이 많은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게다가 획득한 상금은 모두 유니세프에 기증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 마음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더군요.

 

이보영은 2006년 영화 '비열한 거리'가 개봉될 무렵 조인성과 함께 '놀러와'에 출연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후 2011년에는 드라마 '애정만만세'의 동료 배우들과 같이 한 번 더 나왔었죠) 그런데 2006년 당시 토크쇼 '놀러와'에서 보여주었던 이보영의 이미지는 매우 차갑고 어두워 보였던 걸로 저는 기억하거든요. 타인에게 절대 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폐쇄적인 도도함이랄까, 그런 것이 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2011년 출연 당시에는 그런 이미지가 싹 사라져 있더군요. 그러더니 이번 '달빛 프린스'에 출연해서는 어찌나 적극적인지 약간은 주책스럽게(?) 보일 지경이었습니다. 물론 단독 게스트라는 부담 때문에 더 그랬을 수도 있지만요. 지난 기억을 떠올려 보니, 짐작컨대 그녀가 일을 그만둘 결심까지 할 정도로 내면적 혼란과 어둠을 겪고 있던 시절은 아마도 '비열한 거리'를 촬영할 당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좀 들었습니다.

 

 

이처럼 '내 딸 서영이'에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이보영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참 좋았지만, 뜻밖에도 '달빛 프린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하는 데는 적잖은 인내심이 필요하더군요. 제가 보고 싶었던 방송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말이죠..;; 은연중에 저는 마음속으로 '승승장구'와 비슷한 류의 따뜻한 예능을 예상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첫 방송을 고작 20분 정도 보다 만 것이 시청의 전부였으니, 어떤 프로그램인지를 제대로 실감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물론 시청자 반응과 평판이 별로 안 좋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보영이라는 차분한 이미지의 여배우가 출연해서 정신과 의사가 저술한 '행복찾기'라는 책을 소개한다는데, 이렇게나 짖궂고 무례하고 시끄러운 방송이 탄생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 못했습니다.

 

다른 예능과 비교한다면 별 것 아닐 수도 있습니다. 특히 토크쇼가 아니라 리얼 버라이어티라면 훨씬 더한 경우도 많으니까요. 여배우 한효주는 '런닝맨'에 출연했을 때 남자 출연자들과의 몸싸움은 물론, 무방비 상태에서 두 번이나 하하에게 백태클을 당해 땅바닥에 넘어지는 곤혹을 치르기도 했었죠. 수많은 시청자들은 하하의 행동이 너무 지나치다 싶어 눈살을 찌푸렸는데, 오히려 하하는 자기의 새로운 캐릭터를 찾았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그 후로는 '여배우 태클 전문'이라면서 자랑을 하고 다니더군요..;; 어쨌든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그런 경우도 있지만 토크쇼에서는 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남자 MC들만 5명이나 포진하고 있는 토크쇼에서 단독 게스트로 여배우를 데려다가 한가운데 앉혀 놓고, 마치 고무줄 끊고 도망가는 소년들처럼 짖궂게 장난치며 놀려대는 것은 솔직히 보기 불편하더군요. 이보영 본인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시청하는 제 느낌은 그랬습니다.

 

 

첫번째 벌칙 담당자로 정해진 이보영은 MC들이 퀴즈의 오답을 외칠 때마다 줄에 매달린 양 팔이 위로 번쩍 들어올려지는 벌칙을 받아야 했는데,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했어도 충격이 만만치 않았던가 봅니다. 이보영이 새된 소리로 "엄마야~!" 외치면서 깜짝 놀라 어쩔 줄을 모르는데, 그 모습을 본 MC들은 좋다고 박장대소하며 서로서로 "더 해, 더 해~" 하고 부추기더군요. 덕분에 이보영은 쉴 새 없이 몇 차례나 줄에 매달려 만세를 부르게 되었는데, 나중에는 당황한 나머지 입에서 침이 흘러나왔던 모양입니다. 그러자 강호동은 건수 하나 잡았다는 듯 "드디어 이보영씨가 침을 흘리셨습니다!" 외쳤고, 제작진은 벌칙받던 이보영이 손으로 입가의 침을 닦는 모습을 생생한 슬로비디오로 다시 보여 주었습니다. 정말 친절한 방송이더군요..;;

 

또한 MC들의 조합도 현재의 상태로는 최악이라 할만했습니다. 컴백 이후 예전의 기세를 되찾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메인 MC는 강호동인데, 그 옆에서 탁재훈은 충실한 보조 MC 역할을 수행하기는 커녕 걸핏하면 끼어들어 말을 자르는 등 프로그램을 자기 스타일대로 이끌어 가려 하더군요. 강호동이 가뜩이나 목소리 크고 밀어붙이는 스타일인데 탁재훈까지 계속 떠들어대며 앞으로 나서려 하니까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시끄러웠습니다. 나머지 3명, 정재형과 최강창민과 용감한 형제는 모두 MC 초보들이라 서툴고 어설프니 무엇을 기대하기도 어렵고요. 메인 MC 강호동을 고수할 거라면, 그 곁을 받쳐줄 사람은 하루빨리 교체해야 될 듯 싶더군요.

 

 

사실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 이유 중에는 이보영에 대한 관심 못지 않게 '꾸뻬씨의 행복여행' 이란 책에 대한 관심도 컸는데, 중구난방 시끄러운 MC들이 화제의 중심을 자꾸만 다른 쪽(게스트의 개인적인 연애사 등)으로 몰고가는 바람에 정작 책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 못 했습니다. 그리고 '달빛 프린스'의 특징이 원래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MC들이 마치 게스트처럼 각자의 이야기를 꽤나 길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더군요. 용감한 형제와 심창민의 이야기도 물론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방송 시간은 극히 제한적인데 MC들의 토크 분량이 너무 길게 할당되면 꼭 해야 할 이야기를 할 시간이 부족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잃어가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보영은 시청자 퀴즈의 정답을 모두 맞혀 '달빛 프린스' 최초의 만점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소개된 미약한 내용만으로는 굳이 이 책을 사서 정독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군요. 제가 보기에는 거의 다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처럼 느껴졌거든요. '꾸뻬씨의 행복 여행'에서 뽑은 퀴즈 4개의 정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2) 행복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3) 행복의 가장 큰 적은 경쟁심이다.
(4) 사람들은 대기 오염에는 관심을 쏟지만 아이들의 정신 오염에는 관심이 없다. 

 


 
이 중에서 제 마음에 조금이나마 신선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3번이었습니다. 저는 선천적으로 경쟁심이 많지 않은 편이라, 세상 사람들의 행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경쟁심이라는 것은 좀 뜻밖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 미약한 경쟁심(다른 말로 하면 시샘...)조차 내 가슴 속에 불쑥 일어날 때는 얼마나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던가를 기억하기에 한편으로는 매우 공감도 되더군요. 나머지는 그냥 뭐 당연한 이야기들..;; 물론 바쁜 일상 속에 잊고 살던 부분일 수도 있지만, 그것들을 일깨운다는 자체가 별로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저에게는요.

 

하여튼 결론을 말한다면 '달빛 프린스'가 어떤 게스트를 섭외하느냐에 상관없이, 계속 이렇게 하다가는 얼마 못 가 실패작으로 종영하리라는 강한 예측입니다. 한동안 '승승장구'의 따뜻하면서도 잔잔한 재미에 빠져 있었는데, 그 후속 프로그램이 시작부터 총체적 난관에 부딪혔으니 안타까운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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