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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화신' 박상민, 주객을 전도시킨 막강 악역포스 본문

드라마를 보다

'돈의 화신' 박상민, 주객을 전도시킨 막강 악역포스

빛무리~ 2013. 2. 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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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주인이 사람에서 돈으로 바뀐지는 한참 되었다지만, 드라마에서까지 너무 돈 이야기만 해대니 질린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건 제목부터가 '돈의 화신' 이라 처음부터 거부감이 들었던 작품이지요. 그런데 무심결에 보게 된 예고편에 낚여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살펴보니 생각보다는 흥미로운 드라마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 선뜻 1회를 시청했습니다. 일단 출발은 괜찮았어요.

 

돈 때문에 발생하는 원한과 음모,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주인공은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등, 흔해빠진 설정들도 적지 않았지만 의외로 느낌은 신선하더군요. 드라마 '자이언트'와 '샐러리맨 초한지'를 집필했던 작가 장영철, 정경순 부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신뢰가 갑니다. 대단한 수작(秀作)이 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몰라도 최소한 껍데기뿐인 허섭스레기 드라마가 되지는 않을 테니까요.

 

 

다만 염려되는 것은 드라마의 묵직한 분위기와 걸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주연 배우들의 이미지입니다. 제 생각에 강지환과 황정음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물에 잘 어울릴 듯한데 말이죠. 특히 강지환의 목소리는 남자 배우 중에 매우 가늘고 톤이 높은 편이라 심각한 분위기에서는 좀 깬다 싶은 느낌을 줄 때도 많거든요. 주인공 '이차돈'의 캐릭터가 별로 무게감 있어 보이지 않는 것은 다행이지만, 이 장중한 드라마를 원톱으로 끌고 가기에는 솔직히 주인공이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초반부터 강하게 눈길을 사로잡는 인물이 있었으니, 시종일관 주인공 이차돈의 대칭점에 서서 그를 공격하게 될 악역 '지세광' 역할을 맡은 박상민입니다. 장영철 작가와 '자이언트' 시절의 인연으로 다시 출연하게 된 듯한 박상민은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인생을 바치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는데, '자이언트'의 이성모가 선역이었던 것과 달리 '돈의 화신'의 지세광은 악의 축으로 등장하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돌고 도는 복수의 고리 속에서 어떤 자는 선이고 어떤 자는 악이라는 게 말이죠.

 

 

모든 사건은 부동산 재벌 이중만 회장(주현)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아무리 많은 돈도 내게는 껌값이라고 자부하던 그는 교육철학까지도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었지요. 늘그막에 얻은 외아들 이강석(박지빈)에게 항상 말하기를 "공부 따위 하지 말고, 똘똘한 녀석들을 주변에 거느리도록 해라. 너는 돈으로 그들의 능력을 사면 된다" 라고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강석은 그런 팔자를 타고나지 못했군요. 돈의 힘만 믿고 살아온 이중만 회장은 그보다 더 독하고 무서운 인간 정신의 힘을 알지 못했습니다.

 

과거 이중만은 음주운전 치사 사고를 낸 후, 돈으로 사람을 사서 자기 대신 그 죄를 덮어쓰고 옥살이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사람은 옥중에서 병들어 죽고 말았는데 바로 지세광(박상민)의 아버지였죠. 홈페이지의 설정상으로는 이중만의 개인 운전기사였던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드라마에서는 단지 '돈으로 거래한 목숨'이라고 표현됩니다. 어떤 사정으로 그렇게까지 했는지는 모르나, 지세광은 이중만을 아버지의 원수라 여기고 복수의 칼날을 갈며 성장하여 검사가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무슨 수를 썼는지 이중만에게 접근하여 후원과 신임을 얻고 측근의 자리까지 올라서는 데 성공했군요. 

 

 

이중만에게는 젊고 순종적인 아내 박기순(박순천)이 있지만, 그보다 더 젊고 예쁜 내연녀 은비령(오윤아)도 있습니다. 무명배우 시절부터 이중만이 뒤를 봐주고 있던 은비령은 이제 최고의 여배우가 되었죠. 우연히 눈이 맞은 것인지 아니면 지세광의 계획적인 접근이었는지, 현재 은비령은 이중만의 눈을 피해 지세광과 목하 열애중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비밀은 없는 법, 해외에서 예정보다 일찍 귀국한 이중만의 눈에 두 사람의 애정행각은 여지없이 들통나고 말았군요. 그런데 눈코 뜰 새 없이 또 한 차례의 반전이 펼쳐집니다. 지세광은 은비령을 뒤쫓던 파파라치의 카메라를 빼앗게 되는데 그 사진들 속에서 이중만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죠.

 

자기들의 신변에 위험이 닥쳤음을 직감한 지세광은 눈부신 속도와 치밀함으로 선수를 칩니다. 측근과 애첩의 불륜을 목격하고 분노한 이중만은 파티장의 불꽃놀이가 벌어질 때 그 포화 소리에 맞추어 두 사람을 사냥총으로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죠. 하지만 지세광은 이중만의 개인 변호사 황장식(정은표)을 포섭하여 총알을 모두 빼내는 한편, 박기순이 남편을 위해 정성껏 달인 한약 속에 치명적인 독극물을 직접 몰래 쏟아부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 총알은 발사되지 않았고, 당황하던 이중만은 독의 발작으로 쓰러졌죠. 바닥에 비참하게 쓰러진 이중만을 내려다 보며, 지세광은 악마처럼 차가운 얼굴로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선언합니다. "당신이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돈... 당신 아들에게는 한 푼도 돌아가지 않을 거야!"

 

 

한약에 독극물을 타는 것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이중만을 살해함과 동시에 그의 아내 박기순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효과까지 있었으니까요. 지세광의 손길은 해당 사건의 담당 검사 권재규(이기영)에게도 뻗쳐갈 예정입니다. 황장식 변호사는 이중만의 유언장을 조작하여 거의 모든 재산을 은비령에게 상속하도록 만들었고, 앞으로 돈의 유혹에 넘어갈 권재규는 지세광의 뜻대로 박기순의 손발을 묶는 데 일조하게 되겠죠. 이로써 지세광의 복수는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원수를 죽여 아버지의 한풀이를 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돈까지 손에 넣게 되었으니까요. 이중만은 현재 심장은 살아 있으나 이미 뇌사 판정을 받은 상태입니다.

 

이 복수의 결과로 가장 불행해진 사람은 이중만과 박기순의 외아들 이강석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세상 부러울 것 없던 부잣집 도련님이었는데, 하루 아침에 아버지는 죽고 어머니는 살인자가 되고 재산은 모두 빼앗겨 버렸으니 이보다 기막힌 일이 있을까요? 이 소년은 대단히 당돌하고 총명하지만 아직 미성년자라 힘도 없을 뿐더러, 평소 친형처럼 가깝게 지내던 지세광이 바로 이 모든 일을 꾸민 원흉이라는 사실을 짐작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의 앞날에 펼쳐질 일들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데, 홈피의 스포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모든 기억을 잃은 후 '이차돈' 이라는 새 이름을 얻어 살아가게 된다는군요. 성인이 된 이강석, 즉 이차돈의 역할은 강지환이 맡아서 연기하게 될 것입니다.

 

 

분명히 주인공은 이차돈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과연 그의 존재감이 지세광을 넘어설 수 있을까 의문스럽습니다. 그만큼 첫 회에서 마음껏 발산한 지세광의 아우라는 강하고 압도적이었어요.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서였기 때문일까요? 명백한 악행과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사람이 추해 보이지 않습니다. 부드러운 미소 속에 반짝이는 칼날을 숨긴 섬뜩함, 그 냉랭한 카리스마는 보는 이의 등골마저 오싹하게 하는데 정말 묘하게 치명적인 매력이 있네요. 게다가 은비령을 유혹하는 이 남자는 거부할 수 없는 옴므파탈입니다. 무심한 듯 나지막히 깔리는 저음의 목소리까지, 벌써 은비령은 이 남자의 사슬에 꼼짝없이 묶여 버렸어요. 덧붙여 말한다면 오윤아의 악녀 연기도 상당히 볼만하더군요. 약간 푼수기가 있긴 하지만, 적반하장으로 박기순의 뺨을 올려붙이던 그 표독스런 모습은 차갑게 감겨오는 꽃무늬 뱀의 섬뜩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이처럼 악역 커플이 범상치 않은 포스를 드러내니,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주인공 커플의 입지가 염려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물론 강지환과 황정음이 아직 제대로 연기를 선보이기도 전인데 앞서가는 걱정일 수도 있겠죠. 아무쪼록 두 배우는 정신 바짝 차리고 더 이상의 최선을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최선을 다해서 배역에 몰입해 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돈의 화신'은 필연적으로 주객이 전도되어, 핵심 주제를 전달하는 데 극심한 어려움과 혼란을 겪게 될 가능성이 짙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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