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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왕' 하류 vs '착한 남자' 강마루, 순정남 캐릭터 비교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야왕

'야왕' 하류 vs '착한 남자' 강마루, 순정남 캐릭터 비교

빛무리~ 2013. 1. 2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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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컨대 드라마 '야왕'의 남주인공 '하류' 역할을 맡게 된 것은 배우 권상우에게 있어 인생 최대의 행운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주인공 '주다해' 역할을 맡은 수애와는 정반대의 경우라 해야겠네요. 수애가 '주다해'로 변신하는 것은 그저 위험한 모험일 뿐이지만, 권상우가 '하류'로 변신하는 것은 한동안 침체기에 빠져있던 그에게 재도약의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하류'라는 독특한 남자의 캐릭터는 마치 효과 좋은 치료약처럼 그의 다친 날개에 스며들어 다시금 푸른 창공을 훨훨 날아다니게 해 줄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이 드라마를 보는 저의 시선은 처음부터 매우 차갑고 건조했습니다. 우선 너무나 식상하고 진부한 소재라는 점이 마음에 안 들었고, 그 중에도 "남자 하나 잘 꼬셔서 인생역전 해보겠다는" 여성 캐릭터를 또 봐야 한다는 점이 시작도 하기 전부터 지겹게 느껴졌거든요. 그 여자를 지고지순하게 사랑한다는 순정남 캐릭터에도 기대감은 전혀 없었습니다. 불과 2개월 전에 종영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의 강마루(송중기)를 통해 '착한 사랑'의 결정체를 보았던 터라, 누가 그 아성에 도전할 수 있을까 싶었죠. 게다가 송중기와 권상우의 이미지를 비교했을 때도 승산은 없어 보였습니다. 송중기는 이제껏 별다른 잡음에 휘말렸던 적 없는 호감형 스타이며 소년처럼 해사한 외모까지 갖추어 '순수한 사랑'을 표현하기에는 더할 수 없는 적임자였던 것에 비해 권상우는 그렇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기대심 없는 가운데서도 '야왕'을 그럭저럭 4회까지 시청한 저는 의외로 '하류'라는 인물에게서 대박의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착한 남자'의 강마루와는 전혀 다른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하류의 캐릭터가 더 마음에 들더군요. '착한 남자'를 볼 때는 아예 울 작정을 하고 시청했는데도 거의 눈물을 흘린 적 없던 제가, 냉소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던 '야왕'의 한 장면에서 생각지도 않은 눈물이 흐르는 바람에 흠칫 놀랐다지요.

 

1. 투명 (전형적) vs 불투명 (현대적)

 

 

 먼저 '착한 남자'의 강마루(송중기)에 관해 이야기해 본다면, 그는 천사같이 선량한 내면을 지닌 인물이지만 말과 행동은 오히려 독하고 거칠게 나올 때가 많았죠. 물론 상대방(그녀)을 위해서 일부러 그런 거였지만 - 서은기(문채원)에게는 그녀가 자기를 포기하게 하려고, 한재희(박시연)에게는 그녀가 더 이상 나쁜 짓을 못 하게 하려고 등등 - 곱고 해사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독한 말을 내뱉는 송중기의 모습은 충격적이었고, 서은기에게는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너무한다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 순진한 여자가 말 한 마디에 얼마나 깊이 상처받을 수 있는지는 생각 못 하는 것 같기도 했고요. 마음에도 없는 독한 말들 때문에 강마루는 서은기로부터 많은 오해와 미움을 받았고, 그 오해와 미움은 또 다른 비극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강마루는 그렇게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자주 보였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비극적인 눈빛으로 침묵하며 깊은 고뇌에 빠지기도 했기 때문에 좀처럼 속마음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분명 서은기(문채원)를 사랑하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옛 애인 한재희(박시연)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듯한 느낌도 종종 들었거든요. (물론 최후에는 모든 것이 확실해졌지만...) 말하자면 '착한 남자'의 강마루는 현대인의 복잡한 심리를 자세히 묘사해 놓은, 꽤나 현실적인 캐릭터였습니다.

 

 

그런 강마루에 비해 '야왕'의 하류는 정말 촌스러울 만큼 전형적이고 뻔한 캐릭터입니다. 언제나 겉과 속이 똑같은 이 단순한 남자에게 숨겨둔 속마음 따위는 있을 수가 없어요. 비극적인 눈빛으로 깊은 고뇌에 빠지는 일도 없습니다. 이 남자의 삶의 목표는 오직 주다해라는 한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뿐, 다른 어떤 것도 중요치 않았으니까요. 그녀가 무엇을 원하면, 아무리 난처한 일이라도 무조건 OK 입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그녀가 이기적인 고집을 부리며 유학을 가겠다 할 때도, 하류는 큰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는 지옥같이 여겼던 호스트빠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도 기꺼이 받아들였죠.

 

하류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바보'입니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변한지 오래건만 그런 의심은 꿈에도 할 줄 모른 채, 치욕을 견디며 몸까지 팔아 그녀의 유학비를 대고, 그녀가 팽개치고 간 딸자식을 거두며 살아갑니다. 어떤 경우에도 하류는 다해에게 모진 말을 하거나 상처를 주지 않습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그녀 앞에만 서면 좋아서 헤벌쭉 입이 벌어집니다. 아직은 극 초반이지만, 앞으로도 하류의 인생에 주다해 말고 다른 여자는 없을 거라고 생각되는군요. 이렇게까지 투명하고 단순하고 일편단심인 남자... 이렇게까지 무조건적인 헌신을 바치는 남자라니, 이건 솔직히 비현실적인 캐릭터라고 해야겠죠. 하지만 현대인의 복잡한 머릿속에 지칠대로 지쳐버린 지금은, 우둔하기 짝이 없는 이 남자의 단순함이 구원처럼 느껴집니다.

 

2. 천재 (잘난 남자) vs 둔재 (잘나지 못한 남자) 

 

 

'착한 남자'의 강마루는 천재적인 두뇌와 예리한 지각능력을 가졌습니다. 과거에는 촉망받는 의대생으로서 스승인 교수마저 그의 실력에 자괴감을 느낄 만큼 우수한 인재였죠. 뿐만 아니라 당최 이 남자는 못 하는 일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서은기가 엄마의 유품인 아오모리 리조트를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강마루는 밤새 인터넷으로 뭔가를 연구하더니 곧바로 그녀의 고민을 해결해 주더군요. 경제학이나 경영학과는 전혀 무관한 인생을 살아오던 사람이 단 하룻밤만에 대기업간의 인수 합병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버린 거죠.

 

여동생 강초코(이유비)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가끔씩 제비 노릇도 했지만, 똑똑하고 잘난 데다가 처세술과 요령까지 갖춘 강마루는 여자들과의 관계에서도 항상 '갑'이었습니다. 그의 치명적인 유혹에 빠진 여자들은 항상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매달렸고, 이미 그녀들로부터 얻을 것을 모두 얻어낸 강마루는 냉정히 돌아서곤 했지요. 그의 표적(희생양)이 된 여자들은 모두 꽃뱀으로서 "당해도 싸다" 싶은 경우가 많았지만... 어쨌든 이 남자는 가난하다는 것 말고는 잘나도 너무 잘났기 때문에, 어디서나 빛이 나고 승자처럼 보였습니다. 심지어 한재희가 보낸 깡패들에게 죽도록 얻어맞을 때조차도, 그놈들보다 훨씬 우월한 강마루의 포스가 느껴졌기 때문에 많이 비참해 보이진 않았어요.

 

 

반면 하류는 별로 잘나지 못한 남자입니다. 가방끈이 짧아 배운 것도 없고, 특별히 할 줄 아는 일도 없습니다. 머리가 썩 좋은 것도 아니고, 처세술이나 요령도 그저 투박할 뿐입니다. 착하고 성격 좋은 것 하나로 주변 사람들의 인심이나 얻는 게 전부죠. 사랑하는 다해를 공부시키기 위해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결국 호스트빠에 취직하는 것뿐이었습니다. 허드렛일을 해서 푼돈이나 벌어가지고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열심히 운동을 한 탓에 등근육 하나는 끝내주는 편이지만, 이 남자의 평범한 매력에 홀딱 넘어가 사랑에 빠지거나 돈을 아낌없이 집어주는 여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온갖 굴욕을 감당하는 하류는 여자들과의 관계에서도 '을'이었고, 개처럼 바닥을 기며 박부장(윤용현)에게 걷어채일 때도 그저 비참한 '을'이었습니다.

 

1회의 첫 장면에서 하류는 당당히 검사가 되어 청와대를 수색하러 등장했었죠.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하류도 아주 무능력하거나 머리가 나쁜 인물은 아닐 것 같지만, 강마루의 월등한 재능과 비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강마루가 비현실적이며, 하류가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봐야겠군요. 강마루의 능란함과 천재성은 보는 이의 마음을 약간 기죽게 할 뿐만 아니라 '당해도 당하는 것 같지 않은' 강한 포스를 풍깁니다. 하지만 눈치없이 둔하고 잘나지도 못한 하류의 비참한 밑바닥 인생은 저절로 공감을 일으키며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적시는군요. 솔직히 우리 대부분은 별로 잘나지 못한 사람들이니까요.
 
 

3. 복수하는 자 vs 용서하는 자

 

 

'착한 남자'의 결말은 이미 나와 있지만, '야왕'은 아직 초반이기에 섣불리 말하기는 조심스런 부분입니다. 그러나 '야왕'이 원작의 기본 스토리를 따라간다고 가정하면, 하류는 주다해의 배신에 절치부심하고 복수를 계획하여 그녀를 파멸시키게 되겠죠. 현재까지의 분위기도 그렇고, 하류라는 인물의 단순한 성격으로 봐서도 그럴 것 같습니다. 절대 그녀를 용서할 수 없는 이유는 아마도 어린 딸 은별이(박민하)가 아닐까 싶은데요. 엄마에게서 버림받은 은별이는 어떤 이유로든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야만 내용이 더욱 드라마틱하게 되고, 복수를 계획하는 하류의 몸가짐도 자유로워질 테니까요.

 

만약 은별이의 존재가 없었다면 하류도 굳이 복수를 꿈꾸지는 않았을지도 모르지요. 그냥 나 혼자 버림받은 것으로 끝났다면, 사랑하는 그녀의 행복을 빌며 순순히 물러났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어린 자식을 방치하고 죽음마저 외면했다면, 사랑했던 만큼 더욱 용서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전개 예측으로 인해 '야왕'은 벌써부터 남성판 '청춘의 덫'이라 불리우고 있습니다.

 

 

단순투명한 하류와 달리 복잡다단해서 당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조차 어려웠던 강마루의 속마음은 최종회를 앞둔 시점에서야 비로소 명확히 밝혀졌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자기를 배신한 한재희에게 복수할 생각이 없었어요. 다만 지나칠 정도로 비뚤어지게 엇나가고 있는 그녀의 인생을 더 늦기 전에 바로잡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을 뿐이죠. 그 와중에 서은기를 만나고 가까워진 후 연인으로서 사랑하는 마음은 서은기에게로 옮겨갔지만, 한재희에게도 여전히 아가페적인 사랑을 품고 있었습니다.

 

"내가 잘못했어요. 그 때 누나 대신 살인죄를 쓰고 감옥에 가는 게 아니었어요. 힘들어도 누나가 직접 감당하게 했어야 했는데... 그랬으면 지금 누나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텐데... 모두 내 잘못이에요. 내가 누나를 이렇게 만들었어요!" 한재희를 다시 만난 후, 처음으로 털어놓는 강마루의 진심은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그 깊은 사랑에 감동받은 한재희는 스스로 경찰에 자수하여 죗값을 치렀고, 그녀와 함께 악행을 저질렀던 안변호사(김태훈)도 그렇게 했지요. 처절한 복수 대신 뉘우침과 화해와 용서로 마무리된 '착한 남자'의 결말은 어쩌면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때로는 통쾌한 복수극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거든요. 나쁜 놈은 끝내 뉘우치지 않고, 주인공은 처음 계획대로 복수를 하는 겁니다. 유럽의 고전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그 복수의 쾌감에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주인공이 복수의 계획을 하나씩 성공시킬 때마다, 우리는 그와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며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만끽하는 거죠.

 

현실이 답답하면 답답할수록 사람들은 교과서적인 화해로 끝나는 드라마보다는 속시원한 복수극을 원하게 됩니다. 그래서 - 물론 강마루의 선택도 멋있지만 - 이번에는 단순한 남자 하류와 보조를 맞추며 그의 복수극에 동참해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듯하네요. 둘 다 착한 남자이고 순정남이지만, 여러모로 참 많이 다른 두 남자의 캐릭터를 이렇게 비교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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