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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서영이' 차지선이 놀랍도록 잔인해진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내 딸 서영이

'내 딸 서영이' 차지선이 놀랍도록 잔인해진 이유

빛무리~ 2013. 1. 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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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사랑스런 업둥이라고만 생각했던 아이... 제 속으로 낳은 자식들보다도 훨씬 더 큰 애정을 쏟으며 금이야 옥이야 키워낸 막내아들이 사실은 남편과 여비서의 불륜(?)으로 태어난 아이였음을 알게 된다면 그 어떤 여자라도 깊은 충격과 슬픔에 빠질 것입니다. 설상가상 그 아들의 생모는 "기왕 들키고 말았으니 이젠 아이를 데려가겠다"면서 뻔뻔하게 엄마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으며, 남편은 "그저 한 순간의 실수였을 뿐이고 나는 기억도 못하지만 어쨌든 결과가 이렇게 되었으니 책임을 지겠다"면서, "이혼이든 뭐든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고 쿨하게 나옵니다.

 

사실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고 이성적으로만 따진다면 남편 강기범(최정우)의 그런 태도가 최선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강기범의 쿨하다 못해 당당한 태도는 오히려 보는 이의 억장을 무너지게 합니다. 지금 아내는 심정적으로 깊은 상처를 방았는데, 남편은 어떻게든 그 마음을 달래줄 생각은 없이 그저 현실적인 해결책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차라리 무릎 꿇고 진심으로 용서를 빌었더라면 아내의 분노를 조금은 잠재울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강기범은 절대 그런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니 비극은 예정되어 있던 일입니다.

 

 

차지선(김혜옥)은 대한민국 상위 1%에 속하는 막강한 권력과 재력을 지닌 가문의 딸로 태어나 지금껏 공주처럼 살아 온 여자입니다. 몸 고생 마음 고생 통틀어 남들이 겪는 것의 백분지 일이나 겪었을까요? 평탄한 인생은 황혼을 앞둔 나이에도 그녀의 내면을 철부지 어린아이로 남겨 두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껏 차지선의 캐릭터가 싫지 않았어요. 철없고 이기적이고 속물적인 등등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천진난만하기까지 한 그녀의 순수성이 밉지 않았고, 무엇보다 핏줄도 섞이지 않은 업둥이 강성재(이정신)를 받아들여 진심으로 사랑하며 키워낸 엄마라는 점이 차지선을 바라보는 제 시선을 부드럽게 했습니다. 비록 철은 없지만 타고난 심성은 지극히 선량하고, 심지어는 숭고한 면까지도 있어 보였던 겁니다. 남의 자식을 제 자식으로 키워낸다는 건 절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었거든요. 하지만 이제 보니 그건 좀 다른 문제였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깊이 상처받은 차지선이 복수를 위해 가장 먼저 후려쳐야 할 인물은 누구이겠습니까? 누가 보더라도 이 끔찍한 상황을 만들어낸 윤소미(조은숙)가 되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술에 취해 꼭 한 번 저질렀던 수십년 전의 실수를 기억조차 못 하는 남편보다야 처음부터 이 모든 일을 의도적으로 꾸며낸 여자... 그것도 모자라서 지금까지 20여년 동안이나 가증스럽게 주위를 맴돌며 자기를 속이고 기만해 온 그 여자에 대한 분노가 훨씬 클 테니까요.

 

 

윤소미를 후려치는 것은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것처럼 아주 쉬운 일입니다. 남편 강기범을 이용하면 되니까요. 그러잖아도 남편은 약간의 미안함을 담은 어조로 "무엇이든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 약속했으니, "윤소미 그 년을 빈털터리로 만들어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먼 곳으로 쫓아내 버리라"고 하면 되겠죠. 냉혈한 강기범은 그 정도 간단한 해결책으로 집안의 분란을 잠재울 수만 있다면 아내의 요구를 흔쾌히 들어주리라 예상되고요. 윤소미는 20년 동안 지켜보던 아들 성재를 평생 못 보게 될 뿐만 아니라 생활고에까지 시달리게 될테니, 그보다 더 통쾌한 복수는 없을 것입니다.

 

강기범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거의 약점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그에게 스크래치를 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윤소미를 영원히 떼어낼 수만 있다면 굳이 남편에 대한 복수는 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저는 생각했(었)습니다. 지금까지 강기범 본인도 성재가 자기 아들인 줄 모르고 살아왔는데, 기억조차 못 하는 20여년 전의 실수를 이제 와서 굳이 단죄해봐야 뭐하겠습니까? 그런데 차지선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억울한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복수(?)를 위해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것이어서, 도무지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성재 절대 못 데려가! 21년간 나한테 사기친 네 아들, 내가 옆에 데리고 있으면서, 네가 나 기만하고 조롱한 그 세월만큼 네 아들한테 다 갚아 줄거야!"
"그러지 마세요, 사모님! 성재가 도대체 무슨 죄가 있어요?"
"왜 죄가 없어? 윤소미 네가 에미인 게 죄지. 강기범 아들을 감히 나한테 키우게 한, 네 아들인 게 죄고 네가 엄마인 게 죄야! 두고 봐, 내가 성재한테 어떻게 하는지! 너, 어디로 가지 말고 지금처럼 강기범 옆에 꼭 붙어 있어. 내가 네 오장육부 다 뒤집어 줄 테니까!"

 

차지선의 이러한 태도는 그야말로 비상식적입니다. 성재는 그녀가 지난 21년 동안 온갖 사랑과 정성으로 키워 온 아들인데, 그 아이에게 못되게 굴어봐야 돌아오는 것은 상처뿐 아니겠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낳은 엄마 윤소미보다 키운 엄마 차지선의 사랑이 더 깊어 보였는데, 성재가 불행해지면 윤소미보다 차지선의 마음이 더 아픈 것 아니겠습니까? 충격이 너무 커서 잠깐 이성을 잃었나보다 했지요. 바보도 아닌데, 미치지 않고서야, 자기 발등을 찍는 줄도 모르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차지선의 그 말은 진심이었습니다. 그녀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만신창이가 될 줄을 알면서도 있는 힘을 다해 성재의 가슴에 잔인한 상처를 주었고, 그런 후에는 부메랑처럼 곧장 되돌아온 상처 때문에 가슴을 부여잡고 괴로워했습니다.

 

 

성재는 자기가 엄마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토록 사랑하던 엄마가 삽시간에 자기를 외면하는 현실은 받아들일 수 없었죠. 자기가 집을 뛰쳐나가도 며칠 동안 전화 한 통 없는 엄마지만, 그래도 설마 아닐거야 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고 당당히 앞에 나서자니 몸 속에 흐르는 피가 죄인지라, 모처럼 집에 돌아와서도 대문을 들어서지 못한 채 처량하게 그 앞만 서성이다가 외출에서 돌아오는 차지선과 마주칩니다.

 

"엄마~!" 반가운 마음을 억누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엄마를 부르는 성재... 그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차지선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을 건넵니다. "여기서 뭐하니? ... 밥은?" 듣기에 따라서는 아들이 밥 먹었는지를 걱정하는 엄마의 따뜻한 인사로도 들릴 수 있는 말이었지요. 하지만 곧이어 차지선의 입에서 나온 말은 뾰족한 얼음송곳처럼 성재의 심장을 찔렀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눈매가... 네 엄마 닮았다! .... 참 많이 닮았어!"

 

 

차지선은 강성재가 스물 세 살이 되도록 줄곧 엄마라고 불렀던, 철석같이 엄마라고 믿었던 사람이죠. 이제 와 아무리 피가 섞이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어도 여전히 성재에게는 단 하나뿐인 엄마가 그녀였습니다. (어떻게 갑자기 윤실장 아줌마를 엄마로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하지만 그리움을 이기지 못해 찾아간 성재에게, 엄마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눈매가 꼭 네 엄마 닮았구나!" 그 어떤 말이 이보다 더 잔인할 수 있을까요? 저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며 온 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정통으로 비수를 맞고 부들부들 떨던 성재는 곧장 돌아서 어디론가 미친듯이 달려가 버리고, 그 뒷모습을 담담히 지켜보는 차지선...

 

하지만 가슴에 칼이 꽂히기는 그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방에 들어와 잔뜩 쇼핑해 온 물건들을 꺼내다가 그 중에 섞여 있는 남자아이의 청바지와 셔츠를 발견하고는 어쩔 수 없이 무너지며 오열하는 차지선의 모습은 오히려 성재보다 더 많이 아파 보였어요. 무의식중에 그 아이에게 입힐 옷을 덥석덥석 사들일 만큼, 아직도 그녀의 가슴 속에는 막내아들 성재에 대한 사랑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으니까요.

 

 

"강기범 아들이 아니어서 좋아했는데, 강기범 아들이었어!"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차지선의 캐릭터에 애써 감정을 이입하고 생각을 거듭하며 저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비극의 가장 큰 원인은 남편 강기범을 향한 차지선의 사랑이었어요. 평생토록 응답받지 못한, 참으로 외로웠던 공주의 사랑 말이죠.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선 보고 두 달만에 결혼했지만, 나는 강기범 사랑했거든. 카리스마 있고, 멋있잖아!"

 

알고 보니 친구 김강순(송옥숙)에게 스치듯 털어놓은 차지선의 그 한 마디에는 가장 깊은 진심이 담겨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냉혈한 강기범은 연약한 그녀가 뚫기엔 너무 견고한 벽이었죠. 생전 목석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남편이건만, 차지선은 그런 남편에 대한 사랑을 좀처럼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대놓고 사랑을 애걸복걸하기엔 이 공주님의 자존심이 만만치 않았죠. 겉으로는 있는 힘을 다해 쿨한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늘 사랑에 목말라 서럽고 불만에 차 있던 그녀였습니다.

 

 

성재에게 더욱 집착하며 깊은 애정을 쏟은 건 그래서였죠. 차지선에게는 강기범으로부터 응답받지 못한 애정을 대신 쏟아부을 누군가가 필요했는데, 공교롭게도 그녀와 스타일이 잘 맞는 성재는 최고의 대상이었습니다. 친자식들인 우재(이상윤)와 미경(박정아)은 둘 다 강기범을 빼닮아 살가운 성격들이 아니었으니까요.

 

만약 차지선이 강기범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성재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졌다 해도 이렇게까지 상처받을 이유는 없을 겁니다. 아버지가 강기범이든 아니든 간에, 사랑하는 막내아들 성재는 그냥 성재일 뿐이죠. 그게 가장 중요했을 겁니다. 그런데 마치 자학이라도 하는 것처럼 성재에게 잔인한 상처를 주고 스스로도 상처 입으며 미친듯 폭주하는 차지선의 모습을 보면, 그녀의 마음 속 우선 순위는 강성재가 아니라 강기범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의 외도로 태어난 자식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고, 남편의 아이를 낳아 몰래 집으로 들여보낸 윤소미를 갈아마시고 싶을 만큼 증오하는 이유도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이죠. "내가 사랑해서는 안 됐던 아이가 강성재야!" 그렇습니다. 차지선이 강성재를 사랑해선 안 되는 절대적 이유는 강기범에 대한 사랑뿐입니다. 강성재의 존재 자체가 강기범의 배신을 확인시켜 주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비극의 씨앗은 확실히 강기범에게서 비롯되었지만, 윤소미와의 하룻밤 실수로 성재를 태어나게 한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그가 평생토록 곁을 지켜준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역시 사랑하지 않는 것은 죄 중에서도 가장 큰 죄인가봐요.

 

******* 오랜만에 인사드리게 되었네요. 소식 잠잠하던 사이에 노처녀에서 유부녀로 변신하여 돌아온 빛무리입니다..(ㅎㅎ) 연애하고 결혼 준비하느라 정신이 쏙 빠져서 한동안 쉬고 있었더니 글쓰는 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네요. (ㅜㅜ) 하지만 언젠가는 '건축학개론'보다 신기하고 감동적이고 다이내믹한 신랑과 저의 사랑 이야기를 정리해서 들려드릴 날이 있을 거라 믿으며...(지인들이 모두 책으로 쓰라고 난리들..^^;;) 당분간은 예전처럼 드라마와 예능에 몰입하여 리뷰를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독자님들과 이웃님들, 정말 반갑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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