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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각시탈 주원의 깜찍한 이중생활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박2일' 각시탈 주원의 깜찍한 이중생활

빛무리~ 2012. 7. 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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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로 접어들고 나서 '1박2일'이 예전같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예전보다 지루하고 재미없어졌다는 느낌을 부인하기 어렵죠. 가장 큰 원인은 멤버들보다도 제작진에게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정체모를 새를 닮았다는 이유로 일명 '새피디'라 불리우는 최재형 PD의 어설픈 진행은 시즌2가 출범한지 벌써 수개월이나 지났는데도 볼 때마다 민망함에 손발이 오그라들더군요.

 

표독하고 영리했던 나영석 PD는 천하의 강호동을 상대하면서도 그 포스에서 밀리지 않았고 초딩 은지원과 무대포 MC몽의 막장 떼쓰기에도 끄떡없었는데, 최재형 PD는 거의 순딩이들만 모아놓은 지금의 멤버들에게도 만날 놀림당하면서 쩔쩔매는 형국이니 말이죠. 특히 2년 넘게 '승승장구'를 진행중인 맏형 김승우는 예능 역사상 전례없이 '무조건 들어주는 MC' 캐릭터로 자리잡아가는 중인데, 그토록 순한 캐릭터를 지녔음에도 '1박2일'의 새피디 앞에만 있으면 천하의 깐족대마왕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제작진이 그렇게 물러터졌으니, 애써 고안해낸 게임들도 긴박감 없이 매번 싱겁게 끝나버릴 수밖에요.

 

 

하지만 굳이 예전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1박2일'에도 나름대로의 장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시즌1 때는 강호동과 나영석 PD의 카리스마가 워낙 세다보니 생초보 상태에서 투입되었던 김C와 이승기도 얼마 지나지 않아 최강의 예능 캐릭터로 재탄생하곤 했었죠. 그러나 수장들의 리더쉽이 예전같지 못한 지금, 시즌2에 야심차게 뛰어든 성시경과 주원은 여전히 생초보였던 처음 상태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기존 멤버들인 엄태웅, 이수근, 김종민은 시즌1에서 만들어진 캐릭터를 계속 이어가고 있으며, 김승우는 '승승장구'를 통해서 구축한 캐릭터가 있고, 차태현이야 원래 '차희빈'이라는 별명까지 있을만큼 오래 전부터 예능에 최적화된 코믹배우지만, 성시경과 주원에게는 그 어떤 (예능적) 캐릭터도 없어요. 벌써 몇 개월째 '1박2일'에 비쳐진 그 두 사람의 모습은 아직도 완전한 '순수 그 자체'입니다..;; 재미있는 캐릭터를 만들어주고 이끌어줄 수 있을만큼 능력있는 선배들과 제작진을 만나지 못했으니 어찌 생각하면 참 운이 없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캐릭터가 없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별로 재미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때때로 그런 모습들이 더욱 신선하게 느껴지더군요. 세상 그 어떤 버라이어티에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이렇게까지 그대로 비춰줄까요? 요즘은 짜증을 내는 것도 캐릭터이고, 투덜거리는 것도 캐릭터이고, 심지어는 '웃기지 않는 것'조차도 캐릭터입니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더 예능적 재미를 뽑아내려고 모두들 기를 쓰며 캐릭터에 맞춰서 행동하는데, '1박2일'의 성시경과 주원은 마치 대학 선후배끼리 MT라도 온 것처럼 있는 그대로 자연스러울 뿐이네요. 특히 성시경은 최선을 다해도 뜻대로 안 되면 숨길 수 없는 멘붕 상태가 얼굴에 드러나는데, 그 표정이 너무도 꾸밈없이 리얼해서 저는 볼 때마다 혼자 웃곤 합니다. 꼼꼼하게 잘 짜여진 예능과는 또 다른, 어설픔과 순수함에서 느껴지는 재미도 있기는 있더라고요.

 

 

요즘 저에게 있어 '1박2일'을 시청하는 가장 큰 즐거움은 막내 주원의 깜찍한 이중생활을 감상하는 것입니다. 시즌1의 이승기와는 나이도 동갑이고 막내라는 포지션도 같지만, 이 두 친구의 이미지는 정말 너무 다르네요. 이승기는 나이만 어릴 뿐 성품 자체가 의젓해서 형들보다 어른스러웠지요. 강호동이 하차한 후에는 실질적인 메인 MC 역할을 했을만큼 리더쉽도 있었고요. 그런데 주원은 그냥 너무너무 귀여운 막내입니다. 외모상으로는 오히려 주원이가 더 카리스마 있어 보이는데, 그 강한 인상에 어울리지 않게(?) 어찌나 애교가 넘치는지, 볼 때마다 그 반전 매력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에요. 이승기의 어른스런 막내 캐릭터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 됐었는데, 주원의 진짜 막내답고 귀여운 모습에도 볼수록 빠져들게 되더군요.

 

덩치는 성시경 다음으로 제일 크면서, 주원은 툭하면 형들한테 다가가 안기곤 합니다. 언젠가 베이스캠프에 먼저 도착해서 옷장 속에 숨어있을 때, 원래 의도대로 늦게 도착한 멤버들을 놀래켜 주려면 옷장 문을 확 열고 뛰쳐나와야 하는데, 주원은 아기처럼 엉금엉금 기어 나오더니 대뜸 맏형 김승우에게 가서 무릎을 베고 누워버리는 거였습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놀래켜줄 생각도 깜박 잊은 듯하던 모습... 이따금씩 쉬는 시간에 형들이 방바닥에 누워 있으면, 주원은 옆에 빈 공간이 있음에도 일부러 형의 몸 위로 겹쳐지게 벌렁 누워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면 밑에 깔린(?) 형은 옆으로 살짝 비키면서 자연스레 팔베개를 해주게 되지요. 막내가 스스럼없이 안겨드니 형들은 저절로 토닥토닥 해주게 되는데, 저는 볼 때마다 그런 모습들이 어찌나 흐뭇하고 사랑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직진 바캉스' 2탄에서 주원은 엄태웅이 '1박2일'에 합류할 때 속으로 무척이나 부러웠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예능 욕심이 아니라 형제같은 멤버들이 생긴다는 것이 제일 부러웠다는 그 말을 들으니, 보기보다 훨씬 여리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임을 짐작할 수 있더군요. 비록 시즌1에 비해서 미션들이 쉬워지기는 했어도 예능 생초보에게는 힘들고 당황스런 일도 많았으련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웃는 얼굴이 진짜로 즐거워 보였던 이유가 뭐였는지도 알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원하고 부러워하던 '형제같은 멤버들'이 생겨서 정말 좋았나봐요. 그렇다면 시청률에 관계없이 언제나 행복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수목드라마 '각시탈'에서의 주원은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자기가 실수로 죽인 형의 유업을 이어받아 각시탈을 쓰고 외로운 항일투쟁에 몸 바치는 이강토의 캐릭터는 더 이상 강렬할 수 없는 최강의 히어로거든요. 이강토의 마음 속에는 뒤늦게 깨달은 애국심과 지난 과오에 대한 죄책감과 한 여인을 향한 사랑이 뒤섞여 소용돌이치고 있지만, 그 어떤 감정 하나도 맘 놓고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내보일 수가 없기에 그 감정들은 더욱 뜨겁고 간절해질 뿐이죠.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했던 주원은 어린 나이에도 안정적인 연기력과 시원시원한 발성으로 쉽지 않은 이강토의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있는데, 저는 가끔씩 드라마를 보면서도 '1박2일'에서의 모습이 떠올라 혼자 웃음짓곤 합니다. 형들이 짖궂게 각시탈의 대사를 요구할 때마다 힘차게 "각시탈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하고 외치던 모습이 떠올라서 말이죠.

 

 

조금만 더 요령이 있었어도 저녁식사 복불복에서 승리할 수 있었건만, 주원은 뻔한 속임수에 홀랑 넘어가서 텅텅 비어있는 1번방을 선택했습니다. 제작진이 교란 작전의 일환으로 길게 늘어놓은 신발을 보고 다른 사람 같으면 코웃음을 쳤으련만, 주원은 신발을 그렇게 일렬로 벗어 놓아야 되는 줄만 알고 그 맨 뒤에다가 신발을 벗어놓고는 조심조심 마루로 올라갔습니다. 그 모습에 제작진이 못 참고 웃음을 터뜨릴 정도였죠.

 

게다가 지난 번에 기상 악화로 패러글라이딩 벌칙을 받지 못하고 돌아간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지, 드라마 촬영까지 미루고 혼자 단양까지 달려와 재도전을 할만큼 주원은 그렇게 순진하고 올곧은 청년이었습니다. 수목요일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각시탈 이강토로, 주말에는 아기처럼 형들을 따르는 귀여운 막내로 찾아오는 주원의 깜찍한 이중생활을 감상하는 재미가 그 동안 참 쏠쏠했는데, 아쉽게도 이제는 길게 남지 않았네요.

 

  *** 보너스샷!   애구 귀여워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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