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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품격' 식상해서 더 멋있었던 김민종의 변화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신사의 품격

'신사의 품격' 식상해서 더 멋있었던 김민종의 변화

빛무리~ 2012. 7. 2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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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를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나름대로 재미는 있지만 저의 감성과는 도통 맞지 않는 편이라서요. 이 작품뿐만 아니라 김은숙 작가의 남녀 주인공은 사랑을 한답시고 매번 지나치게 오버를 떨어대서 몰입이 힘들었기에, 제 시선은 언제나 잔잔하고 현실적인 사랑을 하는 서브남 쪽으로 기울곤 했었지요. 달리 서브남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는 '신품'에서는 최윤(김민종)의 포지션이 비교적 그런 쪽에 가까웠습니다.

 

예상했던 그대로, 저는 여전히 김도진(장동건)과 서이수(김하늘)의 사랑에 몰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다 큰 아들이 나타났다는 신파적인 상황이라든가, 그래놓고 뭘 잘했다고 먼저 잔인하게 이별을 통보하는 남자의 모습이라든가, 볼수록 짜증만 솟구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듣자 하니 그런 방식의 이별이 차라리 여자의 행복을 위한 거라고 착각하는 남자들이 많은 모양인데, 그건 만만의 콩떡이거든요..;; 그러잖아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크게 상처받은 여자에게, 비참하게 버림받았다는 이중삼중의 상처를 더해줄 뿐이죠. 고개 숙이고 처분을 기다리기는 커녕, 오히려 상대방으로부터 사랑과 이별의 선택권마저 빼앗아가는 그런 행위가 얼마나 치졸한 것인지를 왜 모를까요?

 

 

상처를 주더라도 자기가 떠나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그렇게까지 믿었다면 아무리 여자가 붙잡아도 끝내 뿌리쳐야 그나마 지조있는 놈이련만, 애 딸린 미혼부에 과거 많은 남자라도 괜찮다고 서이수가 자존심 다 버리고 매달리다시피 하자 김도진은 비로소 못이기는 태도를 내비치며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입니다. 물론 일부러 그랬다고까지 생각은 안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연애의 기싸움에서 승리(?)한 셈이죠. 과감히 먼저 이별을 선언함으로써, 김도진은 그녀 앞에 죄인이면서도 그렇지 않은 척 당당해질 수 있게 된 면이 솔직히 없지 않은 듯 싶습니다.

 

이제와서 그녀의 진심에 따라 본인의 선택이 이렇게 바뀔 수 있는 거였다면, 왜 처음부터 솔직하지 못했던 걸까요? 이렇게 자기 의지를 꺾을 거였다면 처음부터 상처주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긴 콜린(이종현)이 나타났을 때 곧바로 겸손하게 머리 숙이고 그녀의 처분을 기다리는 것보다야, 지금처럼 매달리는 여자를 받아주는 모양새가 훨씬 폼나긴 하겠네요..;; 어쨌든 서이수가 온갖 오버를 다 떨고 울며불며 난리를 친 끝에 주인공 커플의 재결합이 어렵게 이루어졌으니, 글쎄 뭐 나름대로는 축하할 일이겠죠.

 

 

현재 '신품'에서 가장 현실적인 커플은 임태산(김수로)과 홍세라(윤세아)가 아닐까 싶군요.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진심이고, 티격태격하면서 사랑의 방식을 깨우쳐가는 모습도 주위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수많은 커플들의 모습입니다. 나이가 많건 적건,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연인 사이에서도 유치한 자존심 싸움은 항상 있게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두 캐릭터를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남자가 너무 아깝다는 느낌이 들어서 좀 그렇긴 하네요. 홍세라는 사치의 대가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주제에도 겉보기의 화려함을 자존심으로 착각하는 여자이고, 임태산을 자극하기 위해서였든 뭐였든간에 남자관계도 꽤나 복잡했던 듯 싶지요. 임태산처럼 진실한 남자에겐 좀 더 괜찮은 여자를 붙여줘도 좋으련만!

 

그 다음으로는 이정록(이종혁)과 박민숙(김정란) 부부의 모습이 어느 정도의 현실성을 띠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천하의 바람둥이였던 이정록 캐릭터가 갑자기 아내 해바라기로 확 변해버린 게 도통 와닿질 않습니다. 뭐 그렇게 변할만한 뚜렷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 듯한데 말이죠. 뜨거움이 아니라 단지 따뜻함을 원한다면서 토닥토닥 해달라던 민숙의 모습에 감동과 미안함이 몰려와서? 결혼생활 몇 년차인데 아직까지 그런 정도의 대화조차도 없이 지냈던 걸까요? 이제껏 남편의 바람기를 잡으려고 수단방법을 안 가렸던 박민숙인데, 정작 그 정도의 진심조차 말한 적이 없었던 걸까요? 설령 그렇다 치더라도 사람의 습성이란 절대 한 순간에 고쳐지지 않는 법인데, 이정록의 느닷없는 변화는 요즘 볼 때마다 좀 당황스럽습니다. 100% 해피엔딩을 이끌어내기 위한 작위적 설정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이렇게 다른 세 커플이 저마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해피엔딩을 향해 질주하는 동안, 최윤과 임메아리(윤진이) 커플만은 그 미래가 불투명해 보였습니다. 이들의 사랑에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이며 오빠인 임태산이었기 때문이죠. 솔직히 두 사람의 결합을 반대하는 임태산의 입장이 저로서는 대략 30% 정도밖에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상처한 홀아비인데다가 나이도 17살이나 많다는 점에서 보면 여동생의 남편감으로서 최윤의 조건이 마음에 안 들 수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까지 절대적으로 반대할 이유인지는 모르겠거든요. 오랜 친구로서 누구보다 최윤의 인품을 잘 알면서, 여동생과 서로 그렇게 사랑한다는데, 소중한 두 사람에게 상처주면서, 자기 자신도 상처받으면서, 왜 그래야 하죠?

 

절반은 부모나 다름없는 오빠의 입장에서 누군가의 후처가 되겠다는 여동생을 쉽게 허락할 수는 없으니 일단 고집 한 번 부려보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최윤과의 우정이 너무도 소중하기 때문에, 자칫 다른 관계로 얽혔다가 그 우정에 금이 갈까봐 우려하는 마음이 앞섰을 수도 있겠지요. "내가 윤이한테 전재산은 줘도 너는 못 준다!"고 메아리에게 말하던 임태산의 태도가 너무 단호했고, 끝내 사랑보다 우정을 택할 것만 같았던 최윤의 태도 역시 좀처럼 흔들릴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에, 이 커플만은 유일한 새드엔딩을 맞이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윤의 전처 이정아의 유골이 있는 납골당까지 찾아가 울며 하소연하던 메아리를 보고 결단을 내린 임태산은 강제로 그녀에게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쥐어 줍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벽을 느낀 메아리는 마지막으로 최윤을 찾아가 애원합니다. "우리 오빠 좀 이겨주면 안 돼요? 그깟 친구 좀 안 보고 살면 안 돼요? 나 좀 잡으라고, 잡으란 말이야!" 이렇게 헤어지면 다시는 그의 손을 잡을 기회가 없을 것을 예감했기에, 메아리의 애원은 처절한 절규에 가까웠지요. 하지만 최윤은 놀라운 자제력으로 마음을 숨기며 그녀를 냉정하게 뿌리치네요.

 

메아리를 외면하는 그의 눈에 핏발이 서고 눈물이 맺혔기에 못 참고 돌아서서 그녀를 향해 뛰어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이를 악문 채 그냥 가버리는 최윤의 모습은 참 식상하지 않아서 ... 멋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답답하더군요. 사무실에 돌아와서는 홀로 숨쉬기조차 힘들만큼 고통스러워하면서,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대수롭지 않은 조건의 벽을 넘지 못하는 사랑도 많으니까 그런 의미에서는 오히려 이 편이 현실적인 선택일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메아리가 마음을 다잡고 출국하려는 순간, 공항으로 쫓아가 그녀를 붙잡는 최윤의 손길은 식상하면서도 어찌나 멋지던지요! 역시 사랑은 유치하고 오글거려야 제맛인가 봅니다. 쿨하고 어른스런 사랑이 얼마나 멋대가리 없는지를 아주 제대로 보여주는 에피소드였어요. 그렇죠. 한 번 부딪혀 보지도 않고 그냥 물러나는 건 얼마나 허무합니까? 다음 회 예고편을 보니까 임태산이 펄펄 뛰는 것 같기는 하지만, 무슨 죽을 죄를 졌다고 친구와 여동생을 둘 다 안 보고 살겠어요? 그냥 일단 해보는 소리겠죠..ㅎㅎ 행동하지 않던 남자가 일단 행동을 시작했으니, 이번에는 최윤이 절대 물러서지 않고 뭔가 제대로 보여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신품'은 주인공들보다 임씨 남매 위주로 돌아가야 재미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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