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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종영, 가장 공정했던 딸의 심판 "아빤, 무죄야!"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추적자

'추적자' 종영, 가장 공정했던 딸의 심판 "아빤, 무죄야!"

빛무리~ 2012. 7. 1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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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마웠습니다. 끝까지 기운을 잃지 않고 꿋꿋이 버텨 주어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드라마가 용두사미꼴의 아쉬운 결말을 면하기 힘든 현실인데, 그 열악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초심을 밀고 나가며 실망스럽지 않은 최고의 결말을 마련해 주어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우리 가슴 속 희망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내용으로 마무리해 주어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이로써 대중적 인기를 끄는 톱스타 한 명 없이 조촐하게 출발했던 '추적자'는 놀랍게도 한국 드라마 역사에 찬란히 빛나는 금자탑을 세우게 되었군요.

 

정신도 멀쩡했고 법에 어긋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노라고, 잘못이라는 건 알지만 또 다시 그런 상황에 닥친다 해도 자신은 같은 행동을 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진술한 백홍석(손현주)의 진실성은 대중의 마음을 울렸지만, 유독 서민에게 냉혹한 법은 그에게 15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명백히 고의적 살인을 저지른 강동윤(김상중)에게 최종적으로 선고된 형량이 징역 8년인 것과 비교한다면 참으로 가슴 아프고 어처구니 없는 결과였지요.

 

하지만 눈물을 흘리는 동료 친지들과 달리, 당사자인 백홍석의 얼굴은 시종일관 담담했습니다. 이제껏 일어난 모든 일들은 죄를 짓고도 벌을 받지 않으려다 생겨난 것이라며, 자신은 기꺼이 벌을 받겠노라고 말하던 그 모습은 판결이 내려지던 순간에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한 순간, 감정 없는 사람처럼 굳어 있던 백홍석의 얼굴에 느닷없이 생생한 표정이 떠오르며 두 눈에는 그렁하게 눈물이 고여 왔습니다. 그는 대체 무엇을 보았던 걸까요?

 

그래도 스스로 검사복을 벗고 백홍석의 변호를 자청한 최정우(류승수) 변호사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비록 백홍석의 형량을 줄이는 데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훨씬 더 소중한 것을 자기 의뢰인에게 선물해 주었으니까요. 법정에서까지도 진심만을 토로하며 기꺼이 벌을 받겠다는 백홍석의 태도를 본 최정우는, 이제 나는 당신의 변호인이 아니라 백수정(이혜인)의 변호인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죽은 소녀 백수정에게 씌워진 억울한 누명을 벗기고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그녀를 죽인 진범들을 잡아들이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면서 말이죠.

 

 

최정우의 호언장담은 아주 속시원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오랜 친구와의 우정을 30억에 팔아먹고 악마의 하수인이 되어 수정이의 팔에 직접 주사바늘을 찔러넣은 윤창민(최준용)은 물론이거니와, 난공불락의 요새 속에 보호받고 있던 최후의 진범 서지수(김성령)까지 검거하는 데 성공했으니까요. 최정우는 PK준(이용우)의 휴대폰에 남아 있던 문자메시지를 통해 사고 당시 차량 운전자가 그의 연인이었음을 밝혀냈고, 서회장의 사주를 받아 자기가 PK준의 연인이었다고 주장하던 신혜라(장신영)는 궁지에 몰린 나머지 진실을 토설하고 말았지요. 그녀를 통해 제출된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는 변명의 여지도 없이 서지수의 범행을 입증해 주었습니다.

 

어쩌면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최대의 악마였던 강동윤은 선거에 패배하자 마자 최선을 다했으니 여한이 없다면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철퇴를 순한 양처럼 받아들였고, 서회장(박근형)의 거대한 힘도 명명백백한 증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라 딸이 체포되어 가는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현실 속의 정치인들과 기업인들도 과연 그러할까 생각하면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는 않더군요. 이 드라마 속에서는 백홍석에게 중형이 선고된 것만 빼면 모두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91.4%의 경이로운 투표율과 마찬가지로, 비록 현실적이지는 못하나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한 박경수 작가의 의도적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법정에서 백홍석의 두 눈에 차오르던 눈물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그는 딸 수정이의 환영을 보았습니다. 아니, 그 모습은 환영이 아니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혼자 남은 불쌍한 아빠가 걱정돼서 떠나지 못하고 있던 수정이의 영혼이었습니다. 소녀는 사뿐사뿐 가벼운 발걸음으로,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으며 유죄가 확정된 아빠에게로 다가가 말했습니다. "아빠, 고마워... 정말 고마워... 아빤, 무죄야!" 수정이의 얼굴에 환하게 떠오르는 미소를 보는 순간, 백홍석의 마지막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사실은 백홍석의 재판에 앞서, 한국 사법제도의 개혁을 의미하는 '백수정 법'이 통과되었지요. 법의 잘못된 적용으로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피해를 입었을 경우는 구제를 신청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의 법이었습니다. 이로써 수정이의 누명은 완전히 벗겨졌고, 그녀의 억울한 죽음은 숭고한 희생으로 승화되었습니다. 그녀의 희생을 통해 앞으로 수많은 사람이 절망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될 테니까요. 백홍석이 끝까지 싸움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고, 그는 누구보다도 딸이 알아주었으면 했습니다. 아빠가 얼마나 애썼는지,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말이죠. 그런 아빠에게 수정이가 다가가 말했습니다. "아빠,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그리고 곧이어 내려진 딸의 심판은 그 어느 법정의 심판보다도 정확하고 공정했습니다. "아빤, 무죄야!" 그렇죠. 따지고 보면 법이라는 것도 사람이 살자고 사람이 만든 것인데, 그 법이 사람 위에 군림하는 것이 어찌 공정하겠습니까? 잘못 휘둘러진 법의 올가미에 꽁꽁 묶여서, 그것 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가난한 아빠의 선택이 어찌 유죄겠습니까? PK준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 또한 우발적 사고였을 뿐 고의적 살인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백홍석은 그의 입을 통해 진실을 듣고 싶었기 때문에, 결코 그가 죽기를 바라지 않았거든요. 제 마음 속에서도 소녀의 심판대로 수정이 아빠 백홍석은 무죄입니다.

 

한편 딸의 심판을 받은 아버지가 여기에 또 한 명 있습니다. 백홍석도 강동윤도 모든 것을 잃었지만, 이 한 사람만은 아무것도 잃지 않았으니 최후의 승자가 될 거라고 많은 사람이 예측했던 한오그룹의 주인 서회장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최종회까지 보고 나니 그에게 주어진 형벌이 결코 가볍지가 않습니다. 팔순을 바라보는 이 노인네가 이제 모든 가족을 잃고 혼자 남았으니 말입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약한 자들을 짓밟으며 살아온 그는 늙으막에 호된 죗값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큰 딸 서지수와 사위 강동윤은 각각 살인과 살인교사라는 끔찍한 죄명으로 체포되었고, 차마 그 어린 아들에게 부모의 처참한 꼴을 보일 수 없었던 서회장은 손자 민성이도 외국으로 보내고 말았지요. 아들 서영욱(전노민) 역시 그 동안 저지른 죄가 적지 않으니, 불안한 새 정권하에서는 일단 외국으로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꽃 같은 막내딸 하나 곁에 있으면 얼마나 위로가 되었을까만, 서지원(고준희)은 냉정하게 떠날 것을 선언합니다. 좀 멀리 떨어져서 자신이 누군지, 아빠가 누군지를 정확히 보고 싶다면서 말이죠. 늙은 아비가 애타게 붙잡는 손을 뿌리치는 딸의 모습을 보며, 철옹성 같던 서회장의 가슴이 무너져 내립니다. "지원아... 내가 그리도 밉나?" 아빠의 주름진 얼굴에 떠오른 서글픔을 보자, 끝내 참지 못한 서지원의 눈물이 흘러내리는군요. "미운데...... 아빠, 사랑해!"

 

 

아빠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더욱 미워할 수밖에 없었던 딸은 그렇게 마지막 포옹을 남기고 떠나갔습니다. 대궐처럼 큰 집은 이제 텅 비어버렸고, 서회장은 홀로 이 방 저 방을 헤매다니며 자식들의 온기라도 느껴보려 하지만 아무도 남지 않았습니다. 역시 딸의 심판은 공정하기 이를 데 없었네요. 서지원은 아빠를 깊이 사랑했지만, 그녀가 아빠에게 내린 벌은 그 어떤 법의 심판보다도 정확하고 냉정했습니다.

 

******* 에필로그

 

저는 이제 '추적자'의 마지막 리뷰를 마치며, 가장 흐뭇했던 장면을 되새겨 봅니다. 조형사(박효주)와 용식이(조재윤)... 비로소 그들이 알콩달콩 커플 모드에 접어들었군요. 용식이의 오랜 순정이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되어 기쁩니다. 이 두 사람이 특별히 더 예쁜 것은, 서로의 과거에 대한 편견 없이 사람 자체만을 바라볼 줄 아는, 정말 보기 드문 순수성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부디 이 땅의 모든 백성들은 언제까지나 이렇게 행복한 미소를 띠고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설령 한 여름 밤의 꿈일지언정, 희망의 불씨는 아직 남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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