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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탈' 슌지가 이강토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각시탈

'각시탈' 슌지가 이강토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

빛무리~ 2012. 7. 1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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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탈' 13회에서는 완전한 악역으로 돌변한 슌지(박기웅)가 각시탈의 정체를 이강토(주원)라고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의심이 시작된 과정을 단편적으로 서술해 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목단(진세연)은 자기가 번번이 각시탈을 잡기 위한 미끼가 되니, 각시탈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조선을 떠나 아버지 담사리(전노민)와 함께 상하이의 독립운동본부로 가겠다는 결단을 내렸었죠. 그녀가 조선을 탈출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슌지는 다급히 경찰을 이끌고 잡으러 가는데, 겉으로는 각시탈을 잡기 위한 좋은 미끼를 놓칠 수 없다는 이유였지만 속으로는 그녀를 향한 마음이 여전히 상당 부분 남아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목단을 체포하려는 순간 느닷없이 각시탈이 나타나서 그녀를 구했고, 각시탈과의 격투에서 슌지가 잠시 우위를 점하려는 순간 땅에 떨어진 총을 주워든 목단이 나서서 각시탈을 비호하며 앞을 막아섰습니다. 이에 보란듯이 각시탈은 목단의 손목을 움켜쥐고 다정한 모습으로 함께 도망치고 말았지요. 그러잖아도 형 켄지를 죽인 원수라고 이를 갈던 각시탈인데, 이제 눈앞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마저 그놈에게 빼앗기고 말았으니 슌지는 거의 멘탈붕괴 상태에 이르고 맙니다. 하지만 솔직히 눈물까지 글썽하며 절망하는 표정은 좀 웃겼어요. 자기가 먼저 목단에게 그토록 못되게 굴어놓고, 이제 와 서러워할 자격이나 있단 말입니까? 흥!

 

어쨌든 한참 멘붕 상태인 슌지에게 얄미운 고이소가 나서서 불을 지릅니다. 이강토가 오전에 극단에 들러서 다른 단원들을 모두 물리치고 목단과 단 둘이서만 방 안에서 한참이나 있었다는 제보였습니다. 슌지의 기억으로 이강토는 오전부터 자신의 저격범을 수색하기 위해 클럽 엔젤에 있었다고 했는데 말이죠. 클럽 마담으로부터 이강토가 오전에 들르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확인한 슌지의 마음속에는 의심의 불씨가 싹트기 시작합니다.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목단을 만나러 갔던 이강토의 행동이 어딘가 미심쩍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왜 그랬느냐고 추궁하자 이강토는 경성에서 얼핏 담사리를 본 듯하여 그 딸인 목단을 취조하고 있었노라고 그럴싸하게 답변했지만 슌지의 의심을 풀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경찰서 무기고가 털린 사실이 발각된 정황도 이강토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범인이 경찰서 내부 구조를 너무 훤히 알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 슌지는 경찰서 내부에 스파이가 있다고 추측을 하는데, 종로경찰서에 있는 반도인(조선인)이라고는 이강토 한 명뿐이었으니까요. 게다가 무기고가 털리는 동안 경찰병력은 목단이 의도적으로 흘린 거짓 정보에 따라 총독부부설병원 원장 우병준(김규철)을 보호하느라 병원에 출동해 있었는데, 이강토는 그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었고요. 더구나 허탕치고 돌아왔을 때, 경찰서 앞에서 마주쳤던 이강토가 병원에 오지도 않았으면서 작전이 실패했음을 미리 알고 있다는 뉘앙스로 말했던 것도 기억해 냈습니다.

 

 

이강토에 대한 슌지의 의심은 이렇게 깊어갔습니다. 한편 이강토는 담사리가 무기고를 털어 한일합방기념식에 테러를 가하려 한다는 사실을 경찰서에서 미리 파악하고 경계태세에 들어갔음을 알게 되자, 과감한 방법을 동원하여 담사리에게 위험을 전하며 작전 계획을 취소시키려고 하는데, 이시용 백작(안석환)의 집을 방문했다가 이강토의 입으로부터 직접 그 소식을 듣게 된 담사리는 위험을 알면서도 목숨을 걸고 작전을 강행하기로 결정했군요.

 

잠시 다른 소리를 해보자면, 여기에서 안타깝게도 목단의 존재는 또 민폐 캐릭터 취급을 받게 됩니다. 말하자면 공주 대접인가요? 작전 수행 전에 딸을 먼저 피신시키려는 담사리의 마음을 이해한 동지들은 목단이 무사히 국경을 넘도록 도와주기 위해 작전 참가 시간을 늦추기까지 했니 말입니다. 하지만 목단이 굳이 자기도 돕고 싶다면서 작전 참가를 고집하는 바람에 그녀도 합류가 결정되긴 했는데, 워낙 붙잡혀서 인질이 되거나 미끼가 되는 역할 전문이라 이번에도 불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반전의 가능성, 그러니까 목단의 활약으로 부친과 동료들이 위기를 모면하게 될 가능성은 상당히 적어 보이니까요..;;

 

 

불행히도 담사리는 행사장에서 폭탄을 투척하려는 순간, 슌지의 날카로운 눈초리에 발각되고 말았습니다. 폭탄은 터지지 않은 채 슌지의 손에 잡히고 말았으니, 그야말로 아무 소득 없이 현행범으로 잡히고 만 셈이네요. 경찰들 손에 꼼짝없이 붙잡힌 담사리를 향해 무지막지한 주먹질을 수십 번이나 날리는 슌지의 모습은 그야말로 피에 굶주린 악귀처럼 보일 지경인데, 왜 그렇게까지 표현해야 했을까요?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는 그녀, 자기의 원수 각시탈을 사랑하는 그녀 목단에 대한 분노가 담사리를 향해 그런 식으로 표출된 것일까요? 예전과는 180도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슌지의 변화는 아직도 볼 때마다 가슴이 서늘해집니다.

 

사태가 그렇게 되자 이강토는 기지를 발휘하여 담사리의 아내로 위장했던 여성 독립투사의 탈출을 몰래 도와준 후, 다시 각시탈로 변장하고 행사장으로 뛰어듭니다. 총독이 술잔을 들고 '일본 만세'를 외치는 순간, 그 술잔을 박살내 버린 각시탈의 일격은 정말 속이 다 시원했네요. 기무라 타로는 마치 이성을 잃은 듯, 애먼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것도 아랑곳 없이 각시탈의 움직임을 쫓으며 끝없이 총격을 가하는데, 큰아들을 죽인 각시탈을 향한 그의 증오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죠.

 

 

하지만 이강토는 현란한 몸놀림으로 행사장을 초토화시키며, 한일합방 기념 현수막을 단칼에 잘라버렸습니다. 내친김에 일장기도 갈라버렸다면 더 좋았겠지만, 국가 간의 감정 악화를 우려해서인지 그런 장면은 없더군요..;; 결국 자랑스런 각시탈은 기무라 타로의 총을 빼앗고 그를 인질로 삼는데, 체포한 담사리를 호송하다가 소란을 듣고 달려온 슌지와 정면 격돌하게 됩니다. 여기서 13회 엔딩.

 

슌지가 이강토를 의심한다는 게 처음에는 좀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 터놓는 친한 친구로 지냈으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닌 각시탈이 바로 이강토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슌지가 이강토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히려 친구로 지내왔던 시간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상대의 말 한 마디만 들어도, 눈빛 한 번만 보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서로에게 하나뿐인 친구였으니까요. 이강토의 거짓말이 아무리 감쪽같았다고 해도, 그의 성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슌지를 속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슬프게도 이제는 입장이 바뀌었을 뿐이죠.

 

 

어쩌면 영특한 슌지는 예감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자기가 조선에 친화적인 척 하면서도 사실은 뼛속까지 일본인인 것처럼, 이강토 역시 충직하게 일본을 섬기는 듯 하지만 사실은 뼛속까지 조선인이라는 것을, 그래서 결국 두 사람은 자기 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사실까지도 말이죠. 모든 게 변해버린 지금, 저는 왜 아직도 두 사람의 다정했던 모습들이 잊혀지지 않는 걸까요? 어쩔 수 없는 숙명이겠지만, 시대를 잘못 만나 서로에게 칼을 겨누어야만 했던, 참으로 쓰라린 우정의 결말이 제 마음을 서글프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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