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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품격' 마초 장동건에게 제압당한 김하늘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신사의 품격

'신사의 품격' 마초 장동건에게 제압당한 김하늘

빛무리~ 2012. 6. 2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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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품격'이 10회까지 방송된 현재까지도 저는 김도진(장동건)의 별다른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 남자는 언제 어디서나 사랑보다 자존심을 우위에 놓고 살아가는 사람이죠. 앞으로도 그 우선순위는 바뀌지 않을 것이고, 그 남자 곁에 있는 여자는 무척이나 외로워질 때가 많을 겁니다. 물론 남자가 무조건 사랑 앞에 자존심을 버리고 여자 앞에 비굴해야 한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진심일 경우, 아무리 자존심이 상했어도 상대가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받아줄 수밖에 없을 거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이건 남녀불문,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김도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존심만 내세우고, 상대의 입장보다는 자기 기분이 최우선이군요.

 

물론 여자로서 서이수의 행동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죠. 그 남자의 마음을 받아주기로 확고히 결심한 것도 아니면서, 툭하면 전화해서 자기를 좀 데리러 오라고 불러내질 않나, 레지던스 호텔방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따라 들어가질 않나, 별로 허물없는 사이도 아닌데 차비 몇 만원을 빌려달라고 뻔뻔하게 요구하지 않나... 참 여러가지로 민폐스럽고 허술한 여자였습니다.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을 뿐, 그녀의 가슴속에도 이미 김도진을 좋아하는 마음이 크게 자리잡고 있어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면 대충 이해할 수는 있겠네요. 하지만 그럴 의도는 없었다 해도, 남자를 오해하기 딱 좋게 만드는 그런 행동들은 바로 여자를 욕먹게 만드는 전형적인 행동 패턴입니다.

 

만약 서이수가 종종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그 동안 서이수를 향한 김도진의 대쉬는 굉장히 무례하고 일방적인 것으로 보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언제나 제멋대로였으며, 입만 열면 성희롱 수준의 농담(진담?)을 해대거나 짖궂게 놀리며 틱틱거렸으니까요. 그런데 서이수가 군데군데 헛점을 보이면서 적절히 커버해 주는 바람에, 하마터면 극도의 비호감으로 인식될 뻔했던 김도진의 캐릭터가 그나마 괜찮아 보였던 것이죠. 김도진에 대한 자기 마음을 너무 늦게 깨달은 서이수의 아둔함이 그들의 연애 초반에 커다란 걸림돌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김도진이 선물한 분홍색 구두를 신고 결연한 표정으로 집을 나서는 서이수를 보았을 때, 저는 드디어 그의 마음을 정식으로 받아주러 가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날 좋은 날, 예쁘게" 라는 조건을 다 충족시키기에는 좀 시커먼 밤이긴 했지만, 어쨌든 예쁘긴 했으니까요. 또각또각 들어서는 그녀를 보았을 때, 김도진의 얼굴에도 활짝 미소가 번졌습니다. "아, 드디어 이 여자가 내게로 왔구나!" 그런 환희가 느껴지는 표정이었지요. 정록(이종혁)이 먼저 이수의 패션을 칭찬하며 무슨 좋은 일 있느냐고 묻자, 김도진은 의기양양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그렇지? 이 여자 오늘 좀 예쁘지? 역시 여자는 구두가 날개야!" 그 때까지만 해도 별 문제는 없어 보였어요.

 

하지만 서이수는 김도진의 마음을 받아주러 그 자리에 나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기 때문에 불편해하는 홍세라(윤세아)와 임태산(김수로)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서, 일종의 쇼를 하러 나간 것이었죠. "마음에도 없는 고백을 두 번이나 받아줄 만큼 내가 착해 보이나? 내가 댁을 짝사랑한다는 게 나를 이용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잖아!" 김도진이 화를 낼 때, 저는 서이수가 당연히 이렇게 말할 줄 알았습니다. "이용한 거 아니에요. 오늘 이 구두를 신고 나온 건, 김도진씨랑 좋은 마음으로 시작해 보겠다는 뜻이었어요. 친구분들 앞에서 내가 말한 거, 모두 진심이었다고요!" 그런데 뜻밖에도 "미안해요. 한 번만 이해해 주면 안될까요?" 라고 사과하는 서이수의 모습을 보니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서이수의 황당한 실수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그렇죠. 서이수가 명백한 원인 제공을 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김도진 이 남자, 말하는 것 좀 볼까요? "모두의 평화? 난 모두의 평화 따위는 관심 없어! 나한테 중요한 건 내 자존심이고 내 기분이야... 난 지금도 댁이 좋지만, 이렇게 이용당해 줄 만큼은 아니야. 착각했나 본데, 그런 거 다 상관없을 만큼 서이수씨가 좋지는 않다구!" 아주 대놓고 사랑보다 자존심이 우선이라고 천명(闡明)을 하는군요. 근데 말이죠... 자존심보다 후순위로 밀리는 하찮은 감정 따위에 사랑이라는 고귀한 이름을 갖다붙여도 되는 건가요? 그건 집착이나 소유욕 등등 뭐 그런 거 아닌가요?

 

 

김도진의 상처받은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닙니다. 자기가 선물한 구두를 신고 나와서, 자기의 진심을 그렇게 이용하는 서이수를 보았을 때, 그녀의 마음속에 자신의 존재가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생각에 비참한 기분이 들었겠죠. 상대에게 건네준 진심은 버림받았고 자존심은 처참히 짓밟혔다고 생각했을 테니, 그래요. 홧김에 막말도 충분히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의 행동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자신의 큰 실수를 깨달은 서이수는 김도진에게 사과하기 위해 자존심을 접고 최선을 다합니다. 그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 앞에 선 채로 대낮부터 캄캄한 밤까지 기다렸고, 여러 번 문자를 보내서 자기가 기다리고 있음을 알렸지요. 하지만 김도진은 창문 밖으로 그녀의 모습을 내려다 보면서도 끝내 만나러 나가지도, 문자에 답장을 보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제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어이쿠, 말려들었구나!" 그 때부터 서이수라는 여자는 김도진이라는 마초에게 제대로 휘어잡혔고, 굴복당했고, 무릎 꿇려진 것입니다. 지금껏 보여진 서이수의 허술한 캐릭터로 보았을 때, 이쯤 되면 돌이킬 방법은 없어 보이네요.

 

야구시합 후의 회식 자리에서 그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서이수는 죄인처럼 쩔쩔매며 김도진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는데, 김도진은 옆에서 보고 있던 최윤(김민종)이 무안한 표정을 지을 만큼 매몰차게 서이수를 외면하는군요. 어떻게든 대화를 시도해 보려는 서이수의 노력이 계속되자, 김도진은 손가락을 까딱까딱 해서 그녀를 앞으로 다가오게 만든 다음 이렇게 귓속말을 합니다. "끼 부리지 마요. 나랑 잘 거 아니면!"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여자에게는 더 이상의 모욕이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막말이군요. 김도진의 손짓에 따라 무릎을 꿇고 허리를 쭉 펴서 상대에게 얼굴을 가까이 갖다대고 있던 서이수는 그 굴욕적인 자세로, 그 모욕을 고스란히 뒤집어 쓰게 됩니다. 완전히 제압당한 거죠..;;

  

 

김도진은 사랑보다 자존심이 우선하는 남자, 사랑을 한다면서도 언제나 상대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남자입니다. 아무래도 그는 서이수라는 여자에 대한 마음을 깨끗이 접으려 한 게 아니라, 그녀가 자기에게 90% 이상 넘어왔음을 자각하고 이 기회에 완전히 주도권을 잡으려고 작정한 듯 보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상대가 그렇게까지 사과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렇게까지 차갑게 모욕적인 태도를 취할 이유가 없는 거 아닌가요? 진짜 마음을 접으려 했다면, 더 이상 자기와는 별 관계가 없는 사람이니, 오히려 담담한 태도로 그녀의 사과를 받아들여야 마땅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진짜라면 더구나 그럴 수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리 상대가 잘못했지만 진심으로 사과하려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데, 어떻게 그래요? 사랑의 관계에서는 언제나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약자라고 하지요. 상대가 조금만 아파도 내 마음은 더 많이 아프고, 상대가 눈물을 보이면 내 마음에서는 피눈물이 흘러내리는 게 사랑 아닌가요? 그런데 눈앞에서 자존심 다 꺾고 어떻게든 사과하고 싶어서 글썽이며 쩔쩔매는 상대를 보면서 매몰차게 굴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무슨 새디스트도 아니고..;; 아무리 봐도 이건 새로 시작하는 커플간의 주도권 다툼이에요. 결과는 물론 김도진의 완벽한 KO승입니다.

 

노트북 안에 저장되어 있던 음성파일을 들으며 서이수는 김도진의 진심을 깨닫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 음성파일의 내용이 뭐 대단한 것이었나요? "내가 작년에 전화번호 따고 싶은 여자가 두 명 있었거든... 그런데 알고 보니까 그 두 여자가 한 여자였더라구!" 그 한 여자가 바로 자신이었다는 것에 서이수는 무지하게 감동받은 모양이지만, 전화번호를 따고 싶은 여자라는 표현이 곧 사랑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첫인상의 호감...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 소유욕... 뭐 그 정도일 뿐이죠. 사랑을 위해 자존심을 꺾지도 못하고 꾸준히 노력할 생각도 없는 그 매정한 남자에게, 마음 약하고 허술한 여자 서이수는 푹 빠져 버렸습니다.

 

 

결국 애걸복걸하는 서이수의 마음을 김도진은 선심쓰듯 받아주었군요. "오늘 선약은 서이수씨예요" 그 한 마디에 냉큼 다가가 유리창에 대고 키스를 날리는 서이수의 모습이라니..;; 이건 뭐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가 따로 없더군요. (차라리 그냥 그 자리에 꿇어 앉아라..;;) 물론 드라마 속에서는 앞으로 두 사람의 연애가 상당히 달콤하게 진행되어갈 예정이겠지만, 만약 현실 속에 저런 식으로 맺어지는 커플이 있다면 그 여자는 평생토록 하녀처럼 상전을 모시고 설설 기면서 지내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쎄 뭐, 그렇게 살아서 행복하다면야 남들이 상관할 바는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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