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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김국진의 낭만 여행, 가슴이 저렸던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남자의 자격' 김국진의 낭만 여행, 가슴이 저렸던 이유

빛무리~ 2012. 6. 1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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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방송된 '남자, 여자를 만나다' 편에서는 '남자의 자격'의 오랜 숙원(?)이던 김국진의 공개맞선이 드디어 이루어졌습니다. 지금은 종편으로 갔지만 신원호 PD가 '남격'을 맡고 있을 때부터 대놓고 욕심내던 프로젝트가 김국진의 소개팅이었죠. 2010년 11월 당시, 김성민과 이정진의 소개팅 미션을 기획한 것도 원래는 김국진을 노린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김국진은 느닷없이 불가마 위에라도 올려진 듯 화들짝 놀라면서 극구 사양을 했습니다. 그 때 PD와 동료들이 합심해서 너무 심하다 싶을만큼 김국진을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고 저는 매우 불쾌한 심정이 들었지요. 타인의 사생활에 해당하는 부분을 너무 지나치게 간섭하고, 심지어 당사자가 그토록 거북해하는데도 마구 강요하다시피하는 그 태도들이 보기에 좋지 않았거든요. 

김국진의 경우는 큰 아픔과 타격을 한 번 겪었던 사람이니 더욱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그를 위하는 마음에서라면 소개팅을 주선하더라도 개인적인 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을, 굳이 그 아이템을 방송에 이용하려는 의도는 잔인한 이슈몰이를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죠. 박칼린, 배다해 등과 함께 했던 '하모니'의 열기가 채 식기 전이라 지금보다는 '남자의 자격'이 훨씬 인기있었을 때였고, 가뜩이나 남의 사생활에 관심많은 한국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이혼남 김국진의 공개맞선은 아주 좋은 소재였을테니까요. 그러나 이 세상 무엇보다도 복잡하고 변수가 많으며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남녀간의 만남인데, 전국민의 호기심어린 눈초리 앞에서 공개적으로 누군가를 만났다가 또 다시 상처라도 받게 된다면 그 고통은 김국진 홀로 감당해야 할텐데, 그건 아무래도 옳지 않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1년의 세월이 흐른 후, 아이템 고갈에 시달리던 제작진은 다시금 소개팅 카드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국진은 완강하게 극구 사양했고, 결국 그 선물(?)은 웬 떡이냐며 반기는 노총각 양준혁에게 돌아갔죠.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김국진은 자신의 여자 문제에 관해 방송에서 간섭하는 것을 그토록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6개월 후, 느닷없이 '남격'에서 김국진의 공개맞선을 성사시켰다는 기적적인 소식이 들려오니 새삼스레 관심이 끌리더군요. 맞선을 수락한 이유는 제작진과의 무슨 공약 때문이었다는데, 그건 제가 한동안 '남격'을 안 보고 있었기 때문에 잘 모르겠습니다. 

 

김국진의 맞선 상대는 무려 12살 연하의 띠동갑이며, 명문여대 출신으로 현재는 필라테스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미모의 여성이었습니다. 일단 스펙으로 봐서는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상대였고, 게다가 필라테스 관련 일을 하는 만큼 여성으로서는 상당히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운동 매니아인 김국진과의 대화도 비교적 잘 풀려가는 모양새더군요. 수줍어할 것만 같던 김국진은 의외로 평소보다도 훨씬 말이 많은 편이었고, 유쾌한 농담도 건넸으며, 데이트 끝무렵에는 좀 친숙해졌다 싶었는지 자연스레 손을 뻗어 잡는 대담함까지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김국진의 태도는 오히려 그가 지금의 상황을 '공적인 업무'로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지요. 마치 토크쇼를 진행하는 것처럼 달변을 술술 이어가는 모습이라니, 사적인 만남이었다면 절대 그럴 수는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상대방 여성의 너무 완벽한 스펙과 긍정적인 자세도 그리 석연치는 않았습니다. 요즘 방송에 출연하는 일반인들 중 50% 가량은 자기 사업 홍보를 위해서라던데, 솔직히 그런 쪽의 의심도 없지 않았고요. 두 사람의 소개팅을 '남격' 멤버들이 모니터로 지켜보며 저마다 한 마디씩 떠들어대는 모습도 보기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김국진으로서는 최선을 다해 방송에 임했을 뿐이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이번 주에 이어진 '낭만에 대하여' 편을 보고 나서는 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 공개맞선 프로젝트가 어쩌면 김국진의 가슴속에 잠들어 있던 그리움을 일깨웠는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 맞선녀에 대한 호감이나 어떤 특정한 여성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막연히 꿈꾸어 왔던 삶에 대한 그리움 말이지요. 한 사람 곁에 또 한 사람이 있어, 백발이 성성해지도록 둘이 손 꼭 잡고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는 것... 언젠가부터 자기와는 무관한 남들의 이야기겠거니 하고 포기해 버렸던, 그래서 더욱 멀어지고 무감각해져 버렸던, 한 가지 행복에 대한 꿈, 소망, 그리움.

 

김국진이 선택한 '낭만 여행'은 무려 74년 동안 신혼부부처럼 살고 계시다는 강원도의 어느 노부부를 찾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19세 청년과 14세 소녀이셨다는데, 이제 할아버지는 93세, 할머니는 88세... 두 분은 흰 저고리에 분홍 치마와 바지로 정갈한 커플룩까지 차려입고 반갑게 손님을 맞이해 주시더군요. 손을 꼭 잡고 계신 모습도 카메라와 상관없이 자연스러워 보였고, 할머니는 "우린 잠잘 때도 이렇게 잔다"고 자랑하듯 말씀하셨습니다. 할머니가 식사 준비를 위해 부엌으로 옮겨 가시자, 잠시도 눈앞에서 멀어지면 허전해서 싫으신 듯, 할아버지는 슬금슬금 따라가서 한쪽에 앉아 할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헤어질 때 할머니는 김국진이 혼자인 것을 안타까워 하시며 "다음엔 꼭 둘이 같이 오라"고 당부하시네요. 당황하는 김국진의 손을 잡아 막무가내로 손가락까지 걸며 "나랑 약속해라" 하시니, 약속해 놓고 못 지킬까 걱정되는 김국진은 "둘이 못 오면 어떡하죠?" 묻지만, 왠지 그 어조에는 간절함이 묻어났습니다. 노력하면 되지 못 오긴 왜 못 오느냐고 장담하시는 할머니께 못 이기는 척 손가락을 거는 모습을 보며, 김국진이 왜 하필이면 이 곳을 찾아왔는지 알 것도 같았습니다. 죽었던 소망이 다시 살아난 듯한 따스함, 그리고 애틋함... 물론 근거없는 저의 느낌일 뿐이지만요.


"그대를 안고서 힘이 들면 눈물 흘릴 수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어줘서... 거친 바람 속에도 젖은 지붕 밑에도, 홀로 내팽개쳐져 있지 않다는 게... 지친 하루살이와 고된 살아남기가 행여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는 게... 언제나 나의 곁을 지켜주던 그대라는 놀라운 사람 때문이라는 걸..." 우연처럼 이번 주에는 '나는 가수다'에 출연 중인 노총각 김건모도 그러한 소망의 울림을 들려주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자신에게도 배필이 생긴다면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노래를 듣기 전에 인터뷰를 먼저 들어서일까요? 이적의 '다행이다'는 워낙 좋은 노래이기도 하지만, 진정성 가득한 김건모의 목소리로 들으니 더욱 찡하더군요. 

이래저래 가장 행복해 보이는 사람은 김태원 뿐이었습니다. 그가 선택한 '낭만 여행'은 아내와의 첫 만남과 연애시절을 돌이켜 보는 종로 여행이었는데, 그들 부부의 모습은 염장 지른다고 투덜댈 수도 없을 만큼 아름답고 행복해 보였거든요. 다정히 손 흔드시는 노부부와 작별하고 혼자 서울로 올라오던 김국진의 모습이 그들과 비교된다 싶을 때는 왠지 모를 애잔함이... 인명도 재천이지만 인연도 재천이라, 그건 결코 쉬운 일도 아니고 뜻대로 되는 일도 아니니까요. 김국진의 낭만 여행은 은은하면서도 간절하고, 약간은 가슴저린 추억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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