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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탈' 갈팡질팡 이강토(주원)와 벽장 속 그녀 오목단(진세연)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각시탈

'각시탈' 갈팡질팡 이강토(주원)와 벽장 속 그녀 오목단(진세연)

빛무리~ 2012. 6. 1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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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기다리면 재미있어질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러나 5회에서도 여전히 주인공 이강토(주원)에게 매력발산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네요. 그는 아직도 가족에 대한 사랑과 친구에 대한 우정과 일본 경찰로서의 의무 사이에서, 그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채 어영부영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어머니를 호강시켜 드리고 형의 치료비도 대고 싶은데, 이것 말고는 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이강토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그가 선택한 방법은 명백히 잘못되었습니다. 가족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 오히려 그 가족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고통을 안겨주고 말았으니까요. 어머니(송옥숙)와 형 이강산(신현준)에게 있어 일본 앞잡이로 변신한 이강토의 존재보다 더 가슴아픈 일이 있겠습니까? 그는 평범한 조선인도 아니고 독립운동을 하다가 세상을 떠난 투사의 아들인데, 아버지의 유지(遺志)를 정면으로 거역함도 모자라 아예 그 뜻을 말살시키고자 나섰으니 말이죠. 밥을 굶은들, 고문을 당한들, 막내의 변절보다 그 고통이 더했겠습니까?

 

 

6회에서는 일본인 형사 기무라 켄지(박주형)의 총에 한 여인이 살해당했습니다. 그녀는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이선의 아내였으며, 현재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이인, 이영 두 형제의 어머니였습니다. 평생 조선인으로서의 자존심과 긍지를 지키며 살아온 그녀의 가슴에 최후까지 아프게 박혀있는 못은 바로 둘째아들 이영, 이강토였지요. 바보 노릇을 하면서까지 각시탈을 쓰고 조선을 수호하는 큰아들 이인의 모습은, 어머니의 눈에 한없이 안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몹시 자랑스러웠을 겁니다. 그래도 죽기 전에 큰아들의 정체를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철없는 동생을 잘 보살피라는 한 마디 유언을 남긴 채, 어머니는 이강산의 품에 안겨 마지막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닥쳐올지도 모른다고 조금쯤은 예상했겠지요. 워낙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밟는 듯 위험한 삶의 연속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강산은 분명 어머니보다 자신의 죽음을 먼저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눈앞에서 자신을 감싸느라, 자신의 정체를 숨겨주느라 일부러 켄지의 총구 앞에 달려들어 목숨을 버리고 말았으니, 살아남은 자의 눈에서 흐르는 것은 눈물이 아니라 핏물입니다. 신현준의 열연이 가슴을 서늘하게 하더군요.

 

 

한 쪽에서 이렇듯 장엄한 비극이 연출되는 동안, 다른 한 쪽에서는 주인공 이강토의 뻘짓이 계속됩니다. 지금 '그러고 있는' 이유가 오직 사랑하는 가족 때문이건만, 이 녀석은 가족이 어떤 지경에 처했는지도 모른 채 온통 다른 데만 정신이 쏠려 있습니다. 일본제국의 녹을 먹는 경찰로서 각시탈을 잡아들여야 한다는 의무감이 그 하나이며, 첫사랑의 순정을 간직한 남자로서 목단(진세연)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또 다른 하나입니다. 처음부터 잘못된 길을 선택한 데다가 각시탈이 형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으니 첫번째는 그렇다 치고 넘어가죠.

 

그런데 목단을 대하는 이강토의 태도는 여전히 갈팡질팡 수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보다 먼저 한 가지 맹점을 짚고 넘어가자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정확히 가슴에 총을 맞은 목단이 너무 쉽게 살아난 것부터가 좀 우습긴 합니다. 물론 일본 천황의 주치의였고 현재 총독부 부설병원 원장인 우병준(김규철)이 친히 집도한 수술을 받긴 했지만, 아무리 중요 장기를 운좋게 비켜나갔다 해도 가슴을 꿰뚫은 관통상이거나 가슴속에 총알이 박혀 있거나 했을텐데, 마치 별 일 아닌 것처럼 금세 멀쩡하게 회복하더군요. 사실 그 정도의 중상이라면 이강토에게 안겨 병원까지 오는 도중에 과다출혈로 사망했어도 이상할 것 없는데 말입니다. 그토록 황당한 목단의 생존은, 켄지의 총에 맞고 불과 5분만에 숨을 거둔 어머니의 죽음과 너무 극명한 비교가 되니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합니다. 가슴이 아니라 팔다리 정도의 총상이었으면 훨씬 설득력이 있었을텐데 말이죠. 그건 뭐 그렇다 치고...

 

 

어린시절 애틋한 정을 나누었던 분이가 바로 목단임을 알게 된 후, 이강토의 마음속에는 엄청난 갈등의 소용돌이가 시작되었습니다. 각시탈을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끼로 사용해야 할 그 계집이, 꿈에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던 첫사랑이라니... 하마터면 그녀를 제 손으로 죽일 뻔했을 때, 어쩔 줄 모르고 허둥대며 걱정하던 이강토의 모습은 진심이었습니다. 어머니와 형 외에 지키고 싶은 또 한 사람이 그에게 생겨난 거죠. "정신이 들어? 내 목소리 들려? ... 아, 다행이다!" 병원 침대에서 의식을 회복한 목단을 보고 반색을 하며 다가서는 이강토의 표정이 너무나 따스하고 밝아서 잠깐 마음이 설레기도 했답니다. 얼핏 '오작교 형제들'에서 백자은(유이)를 바라보던 황태희 형사의 사랑스런 눈빛이 떠오르기도 했다지요.

 

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목단이가 다른 단원들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묻자 이강토의 표정은 삽시간에 서릿발처럼 변합니다. 언제 그토록 따스한 눈길을 보냈느냐는 듯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걸 보면, 주원의 표정 연기가 훌륭하다는 점은 100% 인정해야겠네요. "역시 서커스단이었군... 어느 패야? 말해! ... 각시탈도 그놈들 패지? ... 불어, 불면 살려줄게!" 십여 년만에 재회한 첫사랑이라는 걸 알면서, 좀전까지는 그녀가 죽을까봐 그렇게 애태웠으면서, 이제는 그녀의 목숨줄을 쥐고 그녀를 비열하게 협박합니다. 좀전까지는 사랑에 빠진 남자였는데, 이제는 야차같은 일본의 주구입니다.

 

 

혹자들은 이강토가 목단에게 자기가 누군지를 밝힐 수 없기 때문에 그의 고뇌가 당연한 거라고도 하지만, 저는 그것도 좀 이상합니다. 하긴 주머니칼을 정표로 주었던 첫사랑 도련님이 바로 이강토임을 목단이 알게 된다면, 자연스레 그가 누구의 아들인지도 기억에 떠올리게 될테니 후폭풍이 거셀 수 있겠지요. 일본경찰 이강토의 아버지가 독립투사였던 이선이라니... 만약 목단의 입에서 그 비밀이 새어나가기라도 한다면 더 이상의 일본경찰 노릇은 커녕, 그러잖아도 의심받고 있던 터에 각시탈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되어 수배자 신세가 될 수도 있겠지요. 게다가 목단은 아버지의 뜻을 저버린 이강토를 비난하며 이제부터라도 독립투사의 길을 걷도록 요구할 것입니다. 여러가지로 쉬운 결정이 아닌 건 확실해요.

 

하지만 이강토는 목단의 눈을 지그시 들여다 보며 이렇게 물었습니다. "똑똑히 봐!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무의식중의 실수였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분이가 자기를 알아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이강토에겐 분명히 있었습니다. 물론 목단은 그의 모습에서 오래 전의 도련님을 전혀 떠올리지 못한 채, 그저 일본의 주구 이강토로만 여기고 증오의 시선을 던질 뿐이었지만... 그러다가 만약 그녀가 알아보면 뒷감당을 어쩌려고??? 이건 자신의 정체를 목단에게 완벽히 숨기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잠시 후 목단의 부상 소식을 들은 기무라 슌지(박기웅)가 달려와 이강토를 한 대 후려치고, 친구로서 그에게 부탁을 합니다. 저 여자는 자기의 첫사랑 에스더니까 절대 죽여서는 안된다고 말이죠. "그럼... 그 때... 벽장 속의 여자가?" 이강토는 벽장 속에 숨어있던 나체의 여인을 떠올리며 경악합니다. 자기의 첫사랑과 슌지의 첫사랑이 같은 사람인 것에도 놀랐겠지만, 두 사람이 마치 은밀한 사랑이라도 나누고 있었던 듯한 그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순간, 어쩔 수 없이 미칠듯한 질투심에 사로잡혔나봐요. "그 애를 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고 슌지가 말했지만, 질투에 막혀버린 이강토의 귓전에는 아마 들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분이가 에스더라고? 어떻게... 어떻게 분이가 에스더야?" 충격에 못이겨 찬물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나오면서도 이강토는 실성한 놈처럼 계속 중얼거립니다. 그 모습이 제 눈에는 어찌나 못나게 보이던지요. 사랑을 얻고 싶으면 당당히 나서서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사랑 고백을 하든가, 친구와의 우정을 지키고 싶으면 그녀를 깨끗이 포기하든가, 일본경찰로서의 임무에만 충실하려면 또 다시 그녀를 고문하며 각시탈의 행방을 묻든가... 이강토는 아무 선택도 못하고 행동도 못한 채 갈팡질팡만 하고 있었습니다. 자기 마음만 확실하다면, 분이가 에스더든 아니든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한편 채홍주(우에노 리에, 한채아)의 본격적인 등장과 더불어 5년 전의 에피소드가 하나 등장했지요. 그 때 채홍주는 조선에서 기녀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아직은 우에노 회장의 양녀로 들어가기 전이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양반지주이며 갑부였으나 독립자금을 후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선독립군에게 살해당했죠. 그 충격으로 어머니도 죽었고, 부리던 하인들이 집에 불까지 지르는 바람에 9살 어린 소녀 채홍주는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스스로 기녀가 되어 뼈를 깎는 고통을 견디며 목숨을 부지하는 이유는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였지요.

 

"오늘은 제 아비의 기일이라 손님을 모실 수 없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기생 신분으로 하얀 소복을 입은 채, 일본 귀족들 앞에서 자기 입장을 당당히 밝히는 채홍주의 태도가 우에노 회장의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또한 조선인이면서도 조선독립군을 사무치게 증오하는 여자라면, 일본 측에서 볼 때는 굉장한 효용가치를 지닌 인재겠죠. 우에노 회장의 날카로운 안목은 곧바로 그녀의 가치를 알아보았지만, 모든 사람이 그처럼 매의 눈을 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무지같은 성격의 일본 무사 한 명은 그녀의 당당한 태도를 건방짐으로 받아들이고 분해서 펄펄 뛰더니, 거침없이 긴 칼을 뽑아들고 그녀에게 다가가 휘두르려 합니다. 그 때 용감하게 막아서며 채홍주를 지켜준 사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이강토였죠.

 

 

그런데 위험에 빠진 여자를 구해주는 흑기사가 전혀 멋있어 보이지 않다니 이게 웬일입니까? 그건 이강토의 신분에도 사상에도 맞지 않는, 굉장히 생뚱맞은 행동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도 이강토는 일본경찰 제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아마 현재보다도 직급이 낮은 말단 순사였을 듯한데, 상대방은 일본 내지인인데다가 지체높은 귀족이었지요. 일본의 더러운 개가 되어서라도 돈을 많이 벌어 가족을 부양하겠다던 이강토의 신념으로는, 감히 그렇게 나서지 못했어야 마땅합니다. 우에노 회장이 술잔을 던져 막아주는 바람에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짐작컨대 그 일로 심한 징계를 당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이강토는 여자에 대한 배려심이라든가 뜨거운 동포애 따위가 별로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목단이가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아주 조금씩 변하는 중이긴 하지만 그건 최근의 일이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접 자기 손으로 피가 터지고 살이 찢어지도록 목단을 고문하며 각시탈과의 관계를 캐묻던 잔인한 놈이었죠. 여자 앞에서 마음이 약해지는 남자였다면, 아무리 직업이 그렇다 해도 차마 자기 손으로 그 짓을 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게다가 뜨거운 동포애가 있었다면 처음부터 일본경찰이 되지도 않았겠죠. 그런 그가 왜 갑자기 뛰쳐나와서 모든 위험과 질책을 무릅쓰며 채홍주를 구한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가 없으니, 이 녀석의 갈팡질팡도 그 역사가 꽤 긴 모양입니다. 하얀 소복의 연약한 조선 여자가 흉악한 일본 사무라이의 칼날 아래 죽으려는 것을 보는 순간 느닷없이 눈먼 동포애가 발휘되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으나, 그 역시 쉽게 수긍할만한 이유는 아닌 듯 싶군요...... 이렇게 아직까지는 매력없는 주인공의 변화를 기다리기가 무척이나 지루하지만, 이제 어머니의 죽음을 알게 되면 결정적 관문 하나는 넘어서리라 믿어 봅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유일하게 남은 혈육인 형 이강산마저 떠나보내고 나면, 슬픔을 거름삼아 이강토의 변신은 비로소 완성되겠죠. 

 

그나저나 이것 참 큰일인게, 주인공의 심리를 좀처럼 파악할 수가 없으니 자꾸만 일차원적이고 저급한 해석 쪽으로만 무게가 실립니다. 분이가 에스더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강토에게는 멘붕이 찾아오는데, 그 멘붕의 원인은 아무래도 '벽장 속 그녀'의 쇼킹했던 뒷모습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둘도 없는 친구와 내가 하필이면 같은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어쩌면 좋단 말이냐" 식의 사려깊고 차원높은 고뇌가 아니라,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옷을 홀랑 벗은 채, 딴 놈과 한 방에 단둘이 있었다"는 사실에만 집착하며 팍팍 열받고 있는 듯한... 현재까지 보여지는 이강토의 캐릭터는 꼭 그 정도의 수준이라서요. (하지만 탤런트 주원씨의 연기는 매우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캐릭터와 연기자를 동일시하는 사람이 아니니 오해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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