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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축구광 남편의 사연, 웃어넘길 수 없는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안녕하세요' 축구광 남편의 사연, 웃어넘길 수 없는 이유

빛무리~ 2012. 6. 13.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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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안녕하세요'의 가장 큰 이슈는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상처 때문에 2년 동안이나 엄마에게 말문을 닫고 살았던 스무 살 청년 종구의 이야기였습니다. 종구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꼬박 1년 동안이나 한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홀로 견뎌야 했었는데, 수능을 치른 고3 어느 날, 갑자기 엄마에게서 그 친구의 모습을 보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큰누나의 말에 따르면 어머니의 성품이 그리 살가운 편은 아니시라는데, 무뚝뚝한 어조로 야단을 쳤다든가 그런 모습에서 문득 과거의 상처가 되살아났던 거겠지요. 그 날 이후 종구는 엄마와의 대화를 단절했고 엄마가 해주는 밥도 잘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학교 폭력은 정말 심각한 사회 문제이며, 피해자에게 평생토록 크나큰 상처로 남는 경험이죠. 현재 42세인 김경호는 자신도 학창시절에 종구와 똑같은 경험을 했다고 고백하면서, 아직도 그 때의 고통을 생각하면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종구가 수능을 치르고 한참 예민할 때, 우연히 그 두려운 기억이 엄마의 모습과 겹치게 되면서 가족 관계에 큰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던 것이죠.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 고통을 견뎌왔을 소년과, 아무 영문도 모른 채 변해버린 아들 때문에 마음고생하셨을 어머니... 이 두 사람의 아픔이 모두에게 공감되면서 삽시간에 스튜디오는 눈물바다가 되고 말았습니다. 종구의 누나들이 가장 먼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MC 이영자도 진행하는 내내 눈물을 멈추지 못하더군요. 네... 물론 저도 울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역사상 최고의 감동적인 명장면이었어요.

 

 

알고 보니 종구는 무척 다정다감한 소년이더군요. 수많은 사람의 격려와 응원 속에 한 번 말문이 터지자,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엄마, 사랑해요!" 라고 말할 줄 아는 아이였습니다. 그저 몇 마디 대화라도 나누기만 하면 다행이다 싶었는데, 보통 사람들은 쑥스러워서 좀처럼 입밖에 내지 못하는 "사랑한다"는 말까지 거침없이 할 정도면, 그 동안 종구도 속으로 엄마와 다시 가까워지고 싶은데 기회를 잡지 못해서 애태우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싶더군요. 혼자만 간직한 채 끙끙 앓던 과거의 상처를 속시원히 털어놓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이해하고 응원해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 마음속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종구의 표정은 가볍고 편안해 보였어요. 이제부터 그들 가족은 참 많이 행복하겠네요.

 

그런데 이 사연의 임팩트가 하도 크다 보니, 어영부영 묻혀버린 또 다른 심각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그보다 먼저 소개된 '축구광 남편'의 이야기였죠. 만약 종구와 그 어머니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그 다음날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킨 것은 분명 이 사연이었을 겁니다. 지금까지 '안녕하세요'에는 정말 각양각색의 '속 썩이는 남편'들이 등장했었죠. 지독한 구두쇠 남편, 조류공포증이 심한 남편, 밝은 곳을 싫어해서 어둠 속에서만 지내는 남편, 심지어는 요구르트 병이나 박카스 병 등에 소변을 담아서 여기저기 놔두는 바람에 온 집안에 지린내가 진동하게 하는 남편 등... 기상천외한 행각을 일삼는 온갖 남편들을 보았지만, 그 중에도 이번 사연은 정말 너무한다 싶더군요. 이렇게 분노가 솟구친 것은 '구두쇠 남편'의 사연 이후로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 남편은 원래 운동을 심히 좋아한다지만, 그 중에도 축구에 관한 집착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었습니다. 축구 경기가 있다는 핑계로 아이들의 입학식, 졸업식 등을 나몰라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세 명이나 되는 여동생들의 결혼식에도 단 한 번 참석하지 않았답니다. 신혼 시절부터 남편은 새벽에 일어나 조기축구를 하고 나서 곧바로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당구장으로 직행해서 새벽 1~2시쯤에 귀가하는 것이 매일의 일과였답니다. 축구를 하다가 갈비뼈나 코뼈, 팔다리가 부러지고 인대가 파열되는 등의 부상도 많이 당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군요.

 

가족의 경조사에 불참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고 MC 정찬우가 물었더니, 남편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축구 시합이 없을 때 잡아야죠, 날짜를!" 이건 처음부터 대화가 통하기 어려운 상황이네요. 가족의 일을 제쳐놓고 가장 우선순위가 축구 시합이라니, 그게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인지를 본인은 전혀 인식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남편의 증상을 가리켜 아내는 몇 번이나 '미쳤다'고 표현하더군요. 심지어 그는 자기 자신의 결혼식날 아침에도 조기 축구를 하러 나갔다가 늦을 뻔 했다네요. 가볍게 뛰고 올 생각이었는데, 뛰다 보니 그게 잘 안 됐답니다..;;

 

 

모든 청중의 분노를 폭발시킨 에피소드는 이제부터입니다. 남편이 가장 밉고 이해할 수 없었던 순간이 언제였냐고 묻자, 아내는 눈물부터 흘리면서 쉽게 말을 잇지 못하더군요. 벌써 15년쯤 전의 일인데도 생각만 떠올리면 눈물이 날 만큼 깊은 상처로 남은 사건이었습니다. 그 때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차를 타고 있다가 교통사고가 났답니다. 그 시절에 차 수리 견적이 천만원 가량 나왔으니 거의 폐차 수준의 큰 사고였고, 온 가족이 모두 적잖은 부상을 당했습니다. 아내는 병원에서 남편에게 전화로 그 사실을 알렸지요. 보통 사람 같으면 놀람과 충격에 당황해서 신발도 못 신고 뛰어오지 않았을까 싶은데... 남편은 그 소식을 듣고서도 축구 시합을 다 마치고 저녁 때나 되어서 병원에 나타났답니다.

 

모두 경악하며 남편에게 이유를 물으니,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중얼중얼 대답하더군요. "전화를 할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아서..." MC 이영자가 단도직입적으로 "아버님, 가족과 축구 중에서 뭐가 더 중요해요?" 그러자 남편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단호하게 대답했습니다. "둘 다 중요합니다!" ......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직업도 아니고 취미생활인데, 그렇게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거면 도대체 결혼은 왜 하고 아이들은 왜 낳았을까요? 그런 사람은 혼자 살아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입장을 바꿔서 만약 아내가 그런다면, 본인은 이해하고 받아주면서 살 수 있을까요?

 

 

그 자리에는 아내의 친정어머니, 그러니까 축구광 남편의 장모님이 함께 나와 계셨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천성적으로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이더군요. 아내의 친정은 농사를 짓는 집안이라 항상 일손이 부족한데, 어쩌다 처가집에 와서도 사위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는 거였습니다. 식구들 모두 바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단 한 번 일손을 도운 적이 없다네요. 그러면서도 처가집에 왔으니 당연히 밥은 얻어먹었겠죠? 무슨 상전처럼... 오죽하면 연세가 팔순이 넘어 보이시는 장모님이 사위를 향해 "진짜로 얄미워!" 하고 소리치셨겠습니까? 그런데도 싱글싱글 웃고 있는 남편은 별로 미안한 표정이 아니더군요. 인상은 참 좋게 생겼는데...

 

이제부터는 축구를 좀 줄이고 가족에게 더 신경쓰겠노라 약속하긴 했지만, 아직도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를 절실히 깨닫지 못한 표정이라, 아무래도 그 약속은 공수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의 예상으로 이 가족의 '안녕하세요' 출연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운동도 너무 심하게 탐닉하는 것은 명백한 중독 증상인데, 그 정도의 중증이면 자기 의지로 변화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확실히 고치려면 상담을 비롯한 병원 치료와 더불어 본인의 어지간한 노력이 필요할텐데, 이 사람에게서는 전혀 그럴 의지가 엿보이지도 않고요. 게다가 결혼 후 무려 26년 동안 처가집 일손을 단 한 번 도운 적이 없을 만큼 이기적인 성품이라면 더욱 어렵겠지요.

 

 

"이 사람들아, 정신들 좀 차리고 똑똑허니 가정 지키게!" 늙으신 장모님의 호통에 축구광 남편을 비롯한 조기축구 회원들은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MC들과 청중들도 모두 긍정적 변화를 기원하는 뜻으로 웃으며 박수를 치더군요. 하지만 저는 조금도 웃음이 나지 않았습니다. 자기를 위한 타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저런 사람일수록, 타인을 위해 자기가 조금이라도 희생을 할라치면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서 못하는 법이죠. 앞으로도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의 일방적인 희생만 계속될 게 뻔해 보이니 그저 답답할 뿐이었습니다. 아무쪼록 지나친 취미생활에 탐닉하는 사람들, 가족보다 자기 취미생활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결혼이라는 것을 하지 말고 혼자 살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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