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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백홍석을 지켜주는 작고 여린 손의 정체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추적자

'추적자' 백홍석을 지켜주는 작고 여린 손의 정체

빛무리~ 2012. 6.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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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5회의 내용은 굵직하게 '혜라의 활약' '창민의 배신' 으로 요약될 수 있겠군요. 강동윤(김상중)이 그토록 막아보려 했지만, PK준(이용우)이 촬영한 동영상은 결국 서회장(박근형)의 아들인 서영욱(전노민)의 손에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백수정(이혜인)의 죽음의 진실에 대해 영원히 함구할 것을 명하는 강동윤의 모습과 음성이 생생히 담긴 그 동영상이 공개될 경우, 강동윤은 모든 것을 잃고 파멸할 수밖에 없습니다. 꿈에 그리던 대선 출마와 대통령 당선은 커녕, 살인교사죄가 발각되어 옥살이를 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수년 전에 강동윤에게 된통 당했던 서영욱은 이번 기회에 그를 짓밟아 버리기로 작정하고, 그 동영상을 강동윤의 정적(政敵)인 유태진(송재호) 의원에게 전달하려 합니다.

 

위기 일발의 상황에서 강동윤의 그림자 같은 비서 신혜라(장신영)가 계책을 생각해냅니다. 한오그룹의 극비자료인 '유상증자 비밀회의록'을 이용하자는 것이었지요. 그 자료를 얻기 위해 신혜라는 죽은 아버지의 절친으로서 아버지와 다름없던 한경식 사장과의 인연을 끊었고, 그 자료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강동윤을 그의 아내 서지수(김성령)에게로 보냅니다. 서지수가 강동윤을 받아들이면, 그 조건으로 자신이 내처질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보냈던 것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버리고 상처를 감수하면서까지 강동윤을 지키려는 신혜라의 집념은 냉혹한 표정 만큼이나 섬뜩했습니다. 그 집념의 이유 중 하나는 물론 강동윤에 대한 사랑이었겠지요.

 

 

하지만 사랑만이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5회에서는 신혜라가 어떤 내력을 지닌 인물인지 과거의 내용들이 얼핏 비쳤는데, 그녀의 죽은 아버지 신정석은 평생 한오그룹에 충성을 바쳤지만, 철저히 이용만 당하고 버려진 후 초라한 죽음을 맞이했던 모양이에요. 그러니 신혜라는 사랑이 아니더라도 강동윤의 곁을 지킬 것입니다. 그를 도와서 한오그룹을 무너뜨리거나, 서회장 일가로부터 완전히 빼앗아 오는 것이 그녀의 최종 목표일 테니까요. 겉으로는 신혜라가 강동윤을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두 사람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를 이용해서 목표를 이루어가는 공생관계입니다.

 

저는 초반부터 신혜라의 캐릭터를 유심히 지켜보았는데, 과연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게 증명되고 있네요. 서지수에게 모든 비밀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라는 신혜라의 조언에, 그렇게 하면 언젠가는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강동윤이 말했지요. 그러자 신혜라가 대답했습니다. "다행이네요. 후회할 기회라도 생길 테니까..." 이것은 그녀의 가슴에 쌓인 한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사였습니다. 후회할 기회조차 없었던 아픔은 도대체 얼만큼의 시린 상처로 남은 걸까요?

 

 

한편 PK준을 살해하고 검찰 이송중에 도망친 백홍석(손현주)은 사면초가의 도망자 신세가 되었습니다. 모든 뉴스의 헤드라인이 그의 모습과 이름으로 장식되고, 그를 체포하려고 출동한 수만 명의 경찰들이 전국에 빽빽히 깔렸습니다. 든든한 아군이던 황반장(강신일)과 조형사(박효주)도 백홍석의 탈출을 도왔음이 발각되어 검찰의 감시를 받느라고 더 이상 그를 돕기가 힘들어졌군요. 다급해진 백홍석은 단짝친구 의사 윤창민(최준용)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강동윤에게 30억을 받고 홍석의 딸 수정이를 살해했던 창민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홍석에게 은신처를 마련해 줍니다. 그리고 모든 지원을 다 해줄테니 외국으로 도피할 것을 권하는군요.

 

하지만 홍석은 창민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수정이를 죽인 놈을 알아냈다면서, 그놈을 꼭 자기 손으로 잡아야겠다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살해 교사자가 강동윤이라는 것만 알고, 그 하수인이 바로 눈앞에 있는 친구 창민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하는 백홍석입니다. 수정의 몸에 치사량의 코데인을 주사한 놈부터 잡아야겠다고, 분명히 그날 밤의 당직 의사와 간호사들 중에 있을 거라면서, 범인인 창민에게 오히려 범인을 찾아달라 부탁하는 가여운 백홍석입니다. 너무 찔려서 안절부절하는 창민의 불안한 눈빛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을 예고하더군요. 의지도 정의감도 무척이나 약한 사람이니까요.

 

 

황반장과 조형사의 추적에 의해 자신의 범행이 탄로날 위기에 처하자, 결국 윤창민은 백홍석을 속여서 강동윤에게로 데려갑니다. 백홍석은 약을 탄 줄도 모르고 창민이 건네주는 음료수를 선뜻 받아 마셨지요. 친구야 정말 고맙다고, 이제 나한테는 너밖에 없다고, 창민의 손을 잡고 중얼거리던 홍석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온 몸이 의자에 꽁꽁 묶인 채 강동윤 앞에 앉혀져 있었습니다. 강동윤의 입장에서는 홍석이 경찰에 잡히면 자신의 비밀이 밝혀지게 되니까, 화근을 남기느니 차라리 죽여 없애려고 할 가능성도 높아 보이네요. 하지만 윤창민의 수상한 기색을 눈치챈 서지원(고준희)과 황반장, 조형사가 열심히 차를 몰고 뒤쫓아왔으니 결정적 위기는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놀라운 기지와 냉혹한 결단력으로 강동윤을 구해낸 신혜라... 돈에 눈이 멀어 친구의 딸을 죽이는 인면수심의 범죄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또 다시 친구를 배신한 윤창민... 5회 내용의 핵심은 이 두 사람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을 사로잡은 장면은 따로 있었지요. 최근 '손느님'이라 불리며 극찬받고 있는 손현주의 명연기야 매 회마다 언급할 필요도 없을 만큼 감동적이니까 새삼스레 그의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제가 말하려는 것은 캐릭터의 이름도 없이 잠깐 화면에 비쳤다 사라진, 아주 작고 여린 소녀의 이야기에요.

 

 

경찰에 쫓기던 백홍석은 한적한 골목으로 숨어들어가지만, 거리에 가득찬 경찰의 수색망에 골목이라고 안전할 리 없습니다. 백홍석이 어떤 집 대문 앞에 엉거주춤 서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데, 그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군요. 뒤에서 한 쪽 어깨를 덥석 잡으며 "이봐요!" 하고 부르는 경찰의 차가운 목소리... 절체절명의 그 순간, 백홍석의 귀에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빠~ 아빠~" 두 번씩이나 아빠를 부르는 그 밝은 목소리는 분명 수정이의 것이었어요. 어디에서 들려오는 것일까? 백홍석의 핏발 선 눈에 놀람과 기쁨이 스쳐가는데, 문득 덜컹~ 하면서 대문이 열립니다.

 

벨을 누르지도, 두드리지도 않았는데, 거짓말처럼 문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눈앞에는 수정이 또래의 한 소녀가 서 있습니다. 수정이는 아닙니다. 방금 "아빠~"하고 부르던 목소리도 이 아이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소녀는 거침없이 가냘픈 손을 내밀어 백홍석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아빠~ 우유 사러 어디까지 갔었어?" 그리고는 백홍석을 잡아끌어 대문 안으로 들어오게 하니, 경찰은 의심을 풀고 그냥 가 버렸군요.

 

 

소녀의 얼굴에는 왠지모를 슬픔이 가득해 보이네요. 소녀는 마당에 놓인 의자에 걸터앉고, 백홍석은 낮은 자세로 쪼그려 앉아서 눈물 가득한 눈으로 소녀를 올려다 봅니다. 그리고는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 인사하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켜 지체없이 그 집을 나서는군요. 자신의 위험한 처지에 더 이상 신세를 질 수는 없었겠지요. 그렇게 때 맞춰 나타난 소녀의 도움으로 한 번의 위기를 모면한 백홍석은 다시 추격을 시작하는데... 그 소녀는 누구였을까요?

 

수정이의 친구들 중 한 명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잘 모르겠습니다. 장례식에 찾아와서 슬피 울던 저 아이들 중에 혹시 있었을까? 아니면 친구들이 서명한 탄원서를 들고 왔던 아이들 중에 있었을까? 너무 궁금해서 지난 회차의 파일들을 일일이 찾아보았지만, 이 신비한 소녀의 모습은 발견할 수 없더군요. 대체 누굴까요? ... 그리고 2가지의 참으로 놀라운 현상... 백홍석은 대문 앞에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는데, 소녀는 어떻게 알고 나와서 정확한 타이밍에 문을 열었을까요? 그리고 소녀가 나타나기 직전, 백홍석의 귀에 들려오던 수정이의 목소리는 어떻게 된 영문이었을까요?

 

 

말도 안되는 상상이지만, 어쩌면 그 소녀는 수정이의 영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착한 수정이는 자기의 비참한 죽음이 억울해서가 아니라, 가여운 아빠를 지켜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 때문에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이승에 남아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황당하고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너무나 타이밍 절묘했던 그 소녀의 등장과 행동도, 난데없이 들려오던 환청도 모두 설명이 됩니다. 아빠를 부른 것도 수정이였고, 낯선 소녀의 마음을 움직여서 자기 대신 아빠를 구하게 한 것도 수정이였던 거죠. 그 소녀의 정체를 몹시 궁금해하다가 생각이 여기에 이르는 순간, 두 눈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아마도 해피엔딩은 어렵겠지요. 아내와 딸은 이미 죽었고, 백홍석은 명백한 살인자가 되었습니다. 기왕지사 비극이 넘쳐흐르는 상황이니 그 정점을 찍기 위해서, 드라마의 엔딩은 백홍석의 죽음으로 장식될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하지만 저는 말이죠. 죽든 살든, 어떤 결말이 나오든 상관없이, 백홍석은 무조건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 이유는... 백홍석을 지켜주는 수정이의 작고 여린 손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빠를 너무 사랑해서 죽은 후에도 곁을 맴돌며 지켜주는 어여쁜 딸의 영혼이 있는데, 아빠가 어떻게 불행해질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 작고 여린 손은 의외로 힘이 강해서, 원수들에게 정의의 심판을 내리고 아빠에게 승리를 안겨줄지도 모르죠. 하지만 복수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무조건 백홍석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저는... 저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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