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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품격' 6회, 장동건은 정말 매력적으로 변했나?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신사의 품격

'신사의 품격' 6회, 장동건은 정말 매력적으로 변했나?

빛무리~ 2012. 6. 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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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확실히 김은숙 작가와 저는 코드가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같은 여성이면서도 '매력적인 남자'를 보는 기준이 너무도 현격히 다른 것을, 저는 매번 그녀의 작품을 접할 때마다 느끼게 되는군요.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가 시청률 면에서 거의 대박을 쳤고, 남주인공은 선풍적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았던 사실이라든가, '신사의 품격' 6회에서 장동건이 부쩍 멋있어졌다는, 저로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의견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상을 보면, 제가 유난히 특이한 사람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언제 어디에서든 '앞으로 나서서 외치는 자' 보다는 '침묵하는 자'가 절대 다수임을 생각해 본다면, 진짜 현실이 어떤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를테면 현빈의 반짝이 츄리닝에 열광하며 그것을 사 입고 돌아다니던 사람들과 그냥 무심히 보면서 말없이 지나쳤던 사람들 중 어느 쪽이 더 다수였을까요? 좋다는 말은 하기 쉬워도 싫다는 말은 하기가 어렵습니다. 특정 연예인을 조금만 좋아해도 별 부담없이 '팬'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어지간히 극성맞은 사람 아니고서는 굳이 피곤하게 '안티'를 자처하지는 않습니다. 싫으면 그냥 관심 끄는 게 편하죠. 인터넷 게시판에도 보통 '추천' 버튼은 있지만 '반대' 버튼은 없습니다. 즉, 호감도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만 비호감도를 파악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신사의 품격' 6회에서 장동건의 캐릭터 '김도진'이 저를 제외한 수많은 시청자에게 호감을 얻었던 장면들은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1) 서이수(김하늘)에 대한 사랑과 질투 때문에 그토록 아끼던 애마 '베티'를 부숴뜨렸다. (2) 임태산(김수로)의 눈을 피하느라고 욕실에 숨었을 때, 탄탄한 복근을 그녀의 눈앞에 들이밀며 거부할 수 없는(?) 살인미소를 지었다. (3) 명품 구두를 선물한답시고 택배로 보내던 그가, 이제는 스스로 들고 와서 무릎까지 꿇고 그녀에게 바쳤다. (4) 서이수가 임태산을 향한 짝사랑으로 힘들어할 때, 터프하게 그녀의 입술을 빼앗음으로써 제정신을(?) 차리게 해 주었다.

 

1번, 2번, 4번의 경우는 멋있기는 커녕 제 눈살만 찌푸려지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질투심에 눈이 멀어 자초지종을 알아보지도 않고 앞차를 들이받는 장면에서는 일단 "폭력적이군! 큰일 낼 사람이네" 싶어서 무척 황당했고, 다음 순간에는 "으이그, 어린애처럼 철딱서니 없기는!" 이런 생각만 들 뿐이었습니다. 자기를 너무 사랑해서 질투심 때문에 남자가 그렇게 과격한 행동을 하면, 여자들은 기분 좋아야 마땅한 건가요? 글쎄 뭐, 저는 하나도 멋있지 않더군요. 그리고 2번과 4번의 경우는 솔직히 성추행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어서 불쾌했습니다. 물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주인공 서이수의 마음이겠죠.

 

 

김은숙 작가의 표현을 제가 잘못 해석한 건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제가 보기에는 6회 중반까지만 해도 서이수의 마음이 김도진에게로 결정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6회 엔딩에서 비누거품 목욕을 하며 김도진과의 추억의 장면들을 하나씩 되새길 때야 비로소 '그녀도 그를 사랑하게 되었음'을 확신할 수 있었죠. 시청자의 입장에서 이렇다면, 남주인공 김도진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녀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을 거라고 봐야 합니다. 조금씩 조금씩 끌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절대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죠. 그런 상황에서 무작정 벗은 가슴을 여자의 얼굴 앞에 들이댄다든가, 심지어 다른 남자 생각을 하고 있는 여자의 입술에 막무가내로 키스를 한다는 건... 심히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거 아닌가요?

 

게다가 그런 강압적 스킨십이 있은 후, 서이수의 마음이 김도진에게로 확고히 결정되어 버렸다는 사실은 더욱 불쾌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자칫 남자들을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최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자가 마음을 못 잡고 있을 때, 일단 몸을 들이대서 정복하기만 하면 아주 쉽게 '내 여자'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지극히 위험한 착각을 조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말이죠.

 

 

오직 3번의 경우는 저도 김도진이 멋있어졌음에 동의할 수 있습니다. 구두를 택배로 보내던 시절의 그가 아예 재고할 가치조차 없을 만큼의 찌질이였다면, 조금이나마 겸손해진 현재의 태도는 확실히 발전한 셈이고 매력적으로 변했다 할 수 있으니까요. 굽혔던 몸을 일으키며 "나한테 올 때 이거 신고 와요!" 라고 말할 때는 약간 떨리기까지 하더군요. 하지만 그 또한 서이수의 마음이 확고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었기에 아주 매력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서이수가 김도진의 마음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는 몹시 부담스럽게 느낄 수도 있는 상황이니까요. 물론 드라마 속에서는 그럴 일이 없겠지만.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이지만,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시크릿가든'의 남주인공 김주원(현빈)에게도 저는 초반부터 중반까지 엄청 불만이 많았습니다. 아직 길라임(하지원)의 마음이 그를 향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사에 너무 강압적이고 제멋대로였기 때문이죠. 팔의 상처를 확인한답시고 길거리에서 라임의 윗옷을 휙 벗겨버리는 무례함이라든가 (물론 안쪽에 민소매 셔츠를 입고 있긴 했지만), 그녀에게는 엄연히 직업 현장인 액션스쿨에서 윗몸일으키기 훈련을 빙자하여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희롱하는 장면이라든가, 모두 제가 보기엔 로맨틱하기는 커녕 불쾌하고 거북할 뿐이었습니다. 특히 확고한 거부의사를 밝히며 거세게 발버둥치는 길라임을 힘으로 제압해서 침대에 눕히고 꽉 끌어안는 장면에서는 섬뜩하기까지 하더군요.

 

 

어쨌든 나중에는 길라임도 김주원을 사랑하게 되었으니까 결과적으로는 '다 괜찮은 셈' 일까요? 하지만 설령 연인이나 부부 사이라고 해도 한 쪽에서 거부하는 스킨십이 강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불쾌한 장면일 뿐 로맨틱한 장면이 아닙니다. 저의 관점에서는 그렇습니다. 더구나 두 사람의 관계가 확정되기도 전에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남자라니, 수백 번을 다시 생각해도 극도의 비호감일 뿐이죠. 김도진이 서이수를 힘으로 제압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녀의 뜻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자기 위주의 키스를 퍼부은 것만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는 그런 남자를 카리스마 있다고 생각하나봐요. 상당량의 마초 기질을 함유한, 까칠하고 오만하고 도도하면서 때로는 강압적인 남자...(내 눈에는 유치한 똥폼에 불과한데..ㅎㅎ) 돌이켜 보면 김은숙 작가의 남주인공은 거의 다 그런 스타일이었습니다.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 '프라하의 연인'의 김주혁, '시티홀'의 차승원 등... 그 중에서도 김주혁의 초반 캐릭터는 완벽한 마초의 전형이었죠. 여주인공 전도연을 보자마자 초면에 거침없이 "야, 너!" 하고 찍찍 반말을 던지는 모습이 하도 기가 막혀서 안 볼까 하다가 어영부영 보긴 했는데, 후반에는 차츰 나아지더군요.

 

 

"안 돼요, 안 돼요" 하다가 "돼요, 돼요, 돼요..." 로 바뀌어 간다는 것은 케케묵은 옛말에 불과합니다. 요즘 여자들이 정말 좋아하는 남자가 스킨십을 시도해 오는데 내숭을 떠느라고 거부할까요? 예전에 '시크릿 가든' 리뷰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쓴 적이 있었는데, 그것을 읽고 어떤 분이 저에게 댓글로 물으시더군요. "그럼 일일이 손 잡아도 되는지, 키스해도 되는지, 물어보고 해야 하나요? 그렇게 물어봤을 때 '네!'하고 대답하는 여자가 있을까요?" 하지만 그건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부자연스런 상황 설정입니다. 그저 은근한 몸짓(절대 강압적이지 않은)과 그에 반응하는 눈빛, 표정 등으로 상대의 뜻을 알아차리고 행동하는 것이지, 뭐 그렇게 우스꽝스런 질문과 대답을 하면서...ㅎㅎ 댓글이 너무 황당해서 한참이나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저는 이번에도 김은숙의 남주인공에 매혹되지 못한 채 '신사의 품격'을 떠나보내야 할 모양입니다. 초반의 비호감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에 (이를테면 서이수 앞에서 낯선 여인과의 원나잇스탠드를 자랑하듯 과시하던 모습 등..) 후반에 아무리 매력적으로 변한다 해도 제 마음속에서는 이미지 회복이 어려울 듯 싶거든요. 장동건의 연기는 나쁘지 않으나 캐릭터의 매력은 '닥터 진' 쪽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극 연기에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송승헌의 대사톤은 번번이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니, 어느 쪽을 선택하든 20~30% 정도의 결핍감은 감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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