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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탈' 안타까운 이강토(주원)의 비호감 캐릭터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각시탈

'각시탈' 안타까운 이강토(주원)의 비호감 캐릭터

빛무리~ 2012. 6. 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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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이 있는 드라마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 '각시탈'은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원작에 나타난 주인공의 초반 캐릭터가 그렇다면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봐야겠지요. 하지만 드라마는 그 장르의 특성상 책(만화 포함)과는 확실한 차별화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더구나 어느 시간보다도 경쟁이 치열한 현재 수목드라마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책은 언제든 읽고 싶을 때에 집어들어 읽으면 되는 것이지만, 드라마는 마음에 닿지 않는다 싶으면 곧바로 채널을 돌려버릴 수가 있으니까요. 그런 일이 몇 차례 반복되면 본방사수하지 못한 드라마는 내용을 알 수가 없게 되고, 다음 번 수요일에는 자연스레 앞부분의 내용을 알고 있는 다른 드라마 쪽으로 채널을 맞추게 되지요. 그러므로 초반에 시청자의 마음을 강력하게 사로잡아야 하는 것은 모든 드라마의 절대적 의무입니다.

 

드라마가 초반에 시청자를 사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몇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그 중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가장 효과가 확실한 방법은 주인공의 캐릭터를 최대한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물론 주인공만 홀로 매력적이고 스토리가 형편없이 부실하다면 초반에 강세였다가도 후반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건 지극히 드문 경우에 해당하죠. 격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드라마 속 캐릭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생각보다 그 충성도가 매우 높습니다. (물론 저같이 변덕스런 블로거의 경우는 예외입니다만..;;ㅎ) 마치 실제 연인을 사랑하는 것처럼 주인공 캐릭터에게 푹 빠져버린 사람들은 쉽게 채널을 돌리지 않아요. 그러니 '시크릿가든'의 김주원(현빈)이라든가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차승원) 정도로 매력적인 주인공을 창조해낼 수만 있다면, 그 다음부터 절반은 거저먹고(?) 들어가는 셈입니다.

 

 

물론 그게 쉬운 일은 아니죠. '시크릿가든'의 김은숙 작가와 '최고의 사랑'의 홍자매가 집필하는 드라마가 현재도 방송되고 있지만, 김주원이나 독고진 때와 같은 주인공 신드롬의 가능성은 거의 비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신사의 품격'의 장동건은 인기는 커녕 데뷔 이래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던 외모와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며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중이고, '빅'의 공유는 초반부터 홍자매 특유의 오버스런 코믹연기를 뻘쭘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니 아무래도 쉽지 않을 듯하네요. 몇 차례나 홈런을 터뜨렸던 베테랑 제작진마저 이렇게 헤매고 있는 걸 보면,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에요.

 

'각시탈'은 제목에서부터 남주인공에 의한, 남주인공을 위한 드라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특히 주인공에게 쏠리는 비중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죠. 남주인공 이강토(주원)의 캐릭터가 살면 드라마도 살겠지만, 이강토 캐릭터가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고 시들시들하면 드라마도 곧장 망한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4회까지 방송된 현재 시점에서 이강토 캐릭터가 그 매력을 발산했느냐 하면, 안타깝게도 그렇지를 못합니다. 그는 아직도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일본 앞잡이 순사에 불과하네요. 심지어 4회에서는 첫사랑 그녀 목단(진세연)을 다시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음가짐이나 삶의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5회부터는 변화가 시작되겠지요. 하지만 벌써 좀 늦은 감이 있습니다. 이강토는 지금껏 저질러 놓은 죄과가 워낙 커서, 그 동안의 비호감을 만회하려면 갈 길이 멀거든요. 주인공 이강토가 받았어야 할 초반의 사랑과 호감은 모두 그의 형이자 1대 각시탈인 이강산(신현준)이 선점해 버린 상태입니다. 머지않아 이강산이 죽고 이강토가 그 뒤를 이어받아 본격적인 각시탈의 행보를 시작하겠지만, 글쎄 이제 와서 그 매력을 충분히 발산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군요. 이강산이 조국과 동포에 대한, 그리고 가족에 대한 뜨거운 사랑으로 모든 고통을 홀로 참아넘기며 삶을 불태우는 동안, 이강토는 (그 이유야 어떻든 간에) 지독할 만큼 잔인한 방법으로 가족과 동포를 핍박해 왔으니까요.

 

4회 후반에는 잠든 형을 뒤에서 안고 눈물 흘리며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이강토의 독백을 들었지만, 글쎄 저만 그랬는지 몰라도 거의 공감이 안 되더군요. 형이 경성제대를 졸업하기만 하면 고생 끝일 줄 알고, 어린 나이에 온갖 막노동을 하면서 형의 학비를 댔지만, 모든 희망이던 형은 독립운동을 하다가 체포당해 모진 고문으로 바보가 되었고... 인력거꾼을 할래도 빽이 있어야 하는 세상에서 돈 없고 빽 없는 조선놈이 뭘 할 수 있었겠느냐고, 왜놈들한테 충성이라도 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에서 나는 이것 말고 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하였다고 이강토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조선 서민들의 삶이란 다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그렇다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친일 행각에 앞장서서 동포를 핍박하거나 죽이거나 독립운동을 말살시키는 데 온갖 정열을 쏟아붓는 것은 아니었잖습니까? 단지 어머니와 형을 부양하며 함께 먹고 살기 위한 방책이었다고 하기엔, 그 동안 이강토의 행적이 너무도 잔혹했습니다. 모르긴 해도 이강토의 손에 체포되어 고문받다가 죽어나간 조선인이 한둘은 아닐 듯한데요. 각시탈을 잡는답시고 시장바닥에서 무작위로 남자들을 끌어다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두들겨패며 고문을 하니, 지난 3회에서는 한 집안의 멀쩡한 가장이 각목에 머리를 맞아 숨을 거두지 않았습니까?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병원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숨을 거두던 남자와, 그를 얼싸안고 "준이 아부지~" 부르며 절규하던 여인의 한은 누가 풀어줄 것입니까?

 

이강토가 하지 않았다면 다른 누군가가 그 짓을 했겠지요. 하지만 그 정도의 말로 변명이 될까요? 나중에 개과천선하여 민족의 영웅이 된다 한들, 이강토는 벌써 수많은 동포의 가슴에 평생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자기 손으로 아로새겨 놓았습니다. 그가 바로 이 드라마 '각시탈'의 주인공인 거예요. 이것 참 난처하네요.

 

 

가뜩이나 초반의 설정 자체가 이러한데, 설상가상 첫사랑 목단과 재회한 후에도 눈에 핏발을 세우며 포악을 떠는 모습은 비호감의 극치였습니다. "네가 죽여야 할 계집이 말이다... 각시탈을 잡기 위해선 미끼로 꼭 잡아야 할 계집이 말이다... 네 첫사랑이라면, 네가 오매불망하던 그 계집이라면 너는 어떻게 할래? ... 난 그래도 죽일 거다! 각시탈만 잡을 수 있다면 그 계집쯤 산 채로 제물로 바칠 수 있어. 그놈을 유인할 수만 있다면 까짓 계집년쯤 갈갈이 찢고 빻아서 이산 저산 방방곡곡에 뿌릴 수도 있다구! 내가 못할 것 같아? 나 이강토야... 생사를 넘나든 옛정쯤, 젠장 엿먹으라고 해!"

 

슌지에게 외치던 저 위악적인 대사... 뭐 굳이 좋은 마음으로 생각하자면 이해 못할 것도 없기는 합니다. 너무 괴로우니까 더 심하게 막말을 하는 것이고, 막말의 정도가 심할수록 마음의 소용돌이가 크게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죠. 하지만 제가 워낙 나쁜 남자 캐릭터를 싫어해서 그런지 몰라도, 심히 비호감스럽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4회 엔딩에서 이강토는 (물론 목단이 탈을 쓴 상태였기에 누군지 모르고 저지른 일이지만) 직접 목단의 가슴에 총을 쏘아 다시 한 번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게 만들었군요. 연약한 여자를 미끼로 삼아 각시탈을 잡겠다는 생각 자체가 매우 비열한 것인데, 그녀를 잡아다가는 뺨을 때리고 채찍질을 하며 온 몸에 피칠갑을 할 정도로 고문을 하더니, 이젠 총으로 쏘기까지... 아무리 모르고 그랬다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더구나 목단 곁에는 그녀의 수호천사 같은 기무라 슌지(박기웅)의 캐릭터가 있어 주인공 이강토를 위협합니다. 어린시절부터 간직해 온 첫사랑을 가슴에 품은 채 오직 그녀만을 해바라기하는 순정파 청년 슌지... 물론 드라마 속에서는 사랑의 패배자가 되겠지만 현재까지 시청자의 마음속에서는 사랑의 승리자입니다. 피투성이 몸으로 탈출한 목단이 이강토에게 무섭게 추격당할 때 그녀를 감싸안아 구해준 것이 슌지였고, "까짓 계집년쯤 갈갈이 찢고 빻아서 이산 저산 방방곡곡에 뿌리겠다"고 이강토가 포악을 떨자 그 순한 성격에도 분노를 금치 못해 친구에게 주먹을 날린 것도 슌지였습니다. 이거야말로 모든 여성들의 로망인 왕자님 캐릭터가 아니겠어요? 이쯤되면 일본인이건 뭐건 상관도 없습니다..;; 어쩌면 슌지의 캐릭터는 차후 악역으로 돌아서서 이강토의 강적이 될지도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이강산과 더불어 최대 호감 캐릭터입니다. 그에 비한다면 주인공 이강토 캐릭터는 정말 딱한 수준이네요.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이 글의 서두에서 밝혔듯이 원작이 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이강토가 초반에는 원래 그런 놈이라는 걸, 대부분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상태에서 드라마를 보니까요. 그래서 못마땅하더라도 조금은 더 참고 기다려 줄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더 이상 늦추면 안 됩니다. 벌써 늦은 감이 있지만, 5회부터라도 정신을 차리고 멋진 주인공으로 거듭나야만 합니다. 경쟁작 '유령'은 그 독특한 스토리와 탄탄한 설정으로 날마다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으며, 주인공 소지섭은 페이스오프 설정 이후 1인2역의 미묘한 느낌을 섬세하게 살리면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주원의 존재감이 소지섭에게 밀리기 시작하면, 아무리 후반에 가서 바로잡으려 해도 드라마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말 겁니다. 이젠 시간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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