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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왕세자' 한지민의 애절한 눈빛 연기에 함께 울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옥탑방 왕세자

'옥탑방 왕세자' 한지민의 애절한 눈빛 연기에 함께 울다

빛무리~ 2012. 5. 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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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수목드라마 전쟁에서 제가 가장 먼저 선택한 작품은 '적도의 남자'였고, 그 다음으로는 '더킹 투하츠'도 놓치기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방송되는 드라마 3편을 모두 챙겨보기는 어려울 듯하여 '옥탑방 왕세자'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말았었지요. 조선시대의 왕세자가 느닷없이 현대에 뚝 떨어졌다는 설정도 지나치게 코믹하고 유치할 것만 같아서 별로 끌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주말 재방송을 통해 몇 번 곁눈질을 하면서 의외로 무게감도 있고 재미있는 드라마임을 알게 되었지요. 그 이후로 리뷰는 쓰지 않았지만 틈나는 대로 즐겁게 시청하던 드라마가 '옥세자'였습니다.

 

지난 번 '적도의 남자' 리뷰에서도 저의 성향을 밝힌 바 있지만, 저는 한 드라마를 선택하여 무조건적으로 충성을 다하는 스타일의 시청자가 아닙니다. 처음에 아무리 좋은 느낌으로 보기 시작했어도, 중간에 스토리가 개연성을 잃으면서 산으로 간다든가, 또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발연기를 선보이는 주연급 배우가 등장했다든가, 다른 기타 등등의 이유로 드라마의 매력이 없어졌다 싶으면 냉정하게 돌아서 버리는 스타일이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꾸준히 충성할 수 있다면 저도 편해서 좋겠는데 그게 잘 안 되더군요..;;

 

 

현재 '적도의 남자'는 통쾌한 복수극을 기대했더니만 음산한 사이코드라마처럼 진행되고 있으며, '더킹 투하츠'는 점점 더 내용이 지나치게 무거워져 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현 시점에서 예민한 남북관계를 다루기란 쉽지 않았나봐요. 저의 개인적 느낌으로는 불편함을 즐길 수 있는 정도를 살짝 넘어서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옥탑방 왕세자'의 스토리는 제대로 탄력이 붙기 시작했군요. 박유천과 한지민의 연기 궁합이 워낙 좋으니 예쁜 '각하커플'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데, 그 달달한 와중에도 심각한 미스테리는 조금씩 풀려가며 마침내 절정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워낙 가벼운 마음으로 허술하게 보던 중이라, 감히 그 복잡한 미스테리를 건드릴 엄두는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던 15회의 한 장면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네요. 작가의 설정과 PD의 연출과 배우의 연기, 3박자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켰던, 그 짧고도 강렬했던 장면의 충격과 감동을 조금이라도 오래 남기고 싶기 때문입니다.

 

 

박하(한지민)가 부용의 환생임을 알게 된 후, 왕세자 이각(박유천)과 세 명의 신하들은 더욱 더 그녀에게 친밀감을 느낍니다. 박하도 자기가 그들과 함께 조선에서 살고 있었음을 알고는 매우 기뻐했지요. 그녀는 벌써 이각을 사랑하게 되어 버렸으니까요. 얄미운 홍세나(정유미)는 무려 세자빈이라는 깊은 인연으로 이각과 얽혀 있는데, 자기는 혼자 끈 떨어진 연처럼 아무 연관도 없다고 생각하며 그 동안 많이 서러웠나봐요.

 

이각과 박하는 신이 나서 둘이 손 잡고 강변으로 불꽃놀이 구경을 가는데, 박하의 곁에 앉아있는 이각의 모습이 조금씩 희미해집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황홀한 불꽃놀이에 시선이 팔려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전혀 몰랐지요. 심지어 한 순간은 이각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져 박하 혼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때도 있었습니다. 가슴이 철렁하는데 다행히도 그녀가 돌아보았을 때는 이각이 원래의 모습대로 돌아와 있었지요.

 

 

미스테리가 점차 풀려가면서 이각과 신하들은 조선으로 돌아가야만 할 시기가 다가오는 걸까요? 곁에 있던 사람의 모습이 삽시간에 흐릿해지는 그 화면 처리는 정말 섬뜩하고 무서웠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장면이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네요. 하지만 제가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던 장면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박하는 거리에서 파는 싸구려 반지를 이각과 나눠 끼고 즐거워합니다. 그렇게라도 커플링을 맞추고 나니 좀 더 가까워진 듯하고, 언제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이각을 조금이나마 더 곁에 붙잡아 둘 수 있을 것 같은 안도감이 들었던 걸까요? 그건 마침 소원을 들어준답시고 '소원반지'라는 이름으로 팔리던 반지였는데, 허튼소리인 줄을 알면서도 사랑에 빠진 박하에게는 모두 달콤한 행복일 뿐입니다. 소박한 반지 하나에도 기꺼이 소망을 걸고 기도하는 박하의 모습이 아름답고도 애틋한데, 그녀를 사랑스런 눈빛으로 지켜보던 이각의 형체가 다시금 희미해집니다.

 

 

불꽃놀이 때는 눈치 못 채고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기도를 마치고 고개를 돌리던 박하가 그것을 보고 말았네요. 금방이라도 투명한 공기 중에 사라져 버릴듯한 이각의 희미한 형체를 발견한 박하의 눈빛... 무심히 시청하던 제 눈에서 느닷없이 눈물을 쏟게 한 것은 바로 그 장면이었습니다. 박하의 눈빛 속에는 놀람과 충격과 공포 등 수많은 감정이 녹아들어 있었지만, 그 모두를 지배할 만큼 압도적인 감정은 다름아닌 '슬픔'이었지요.

 

300년 전의 조선에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기의 옥탑방에 뚝 떨어져 내려온 사람... 언젠가는 떠나야 할 거라고 막연히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느닷없이 그 때가 오리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던 그녀입니다. 마지막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고 이처럼 허무하게 사라져 버린다면... 믿을 수 없는 마음에 손을 뻗어 만져보고도 싶지만, 그 희미한 형체에 손을 대었다가 그나마 산산이 부서져 버릴까봐, 기도하던 박하의 떨리는 손은 그대로 멈추고 맙니다.

 

 

숨이 멎을 듯하던 몇 초의 충격이 지나고 이각의 모습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자, 박하는 허겁지겁 그의 몸을 얼싸안고 놀란 가슴을 달랩니다. 행여 꿈일세라, 행여 놓칠세라, 그의 몸에 닿아있는 손의 감촉을 몇 차례나 다시 확인합니다. 한지민이 이렇게 연기 잘하는 여배우인 줄을 처음 알았네요. 그녀의 눈빛과 표정과 손놀림은 모두 박하라는 여주인공에 빙의된 듯 완벽한 것이었어요. 이각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면서도 그녀의 열렬한 포옹에 기뻐하며 미소짓는데, 아무 말도 못하고 혼자서 눈물만 글썽이는 박하의 모습이 어찌나 가슴 아프던지, 다시 보고 또 봐도 저는 그녀와 함께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론은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짐작컨대 식물인간 상태인 용태용이 의식을 되찾는 순간, 이각은 조선으로 돌아가야만 하겠지요. 그럼 결국 이각과 박하의 사랑은 애틋한 이별로 끝나게 될까요? 설령 박하가 용태용과 연결된다 해도 이각의 빈자리를 완전히 채울 수 있을까요? 아무리 환생이라도...

 

 

하지만 가능한 해피엔딩이 그것뿐이라면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조선의 부용이가 살아있다면, 그녀도 다시 돌아온 이각과 사랑을 이루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드라마에 있어 해피엔딩보다는 새드엔딩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완성도 높은 멜로드라마의 엔딩은 거의 슬프기도 했고) 한지민의 애절한 눈빛 연기가 제 마음을 몇 번이나 울렸기 때문에, 무조건 그녀의 사랑을 응원하고 싶어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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