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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안종석, 엔딩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안종석, 엔딩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다?

빛무리~ 2012. 3. 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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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저씨를 따라서 르완다에 가고 싶어요!" 언젠가는 김지원의 입에서 그 말이 꼭 나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장면에서 제가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실은 오랫동안 설레면서 기다려 왔던 장면이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표정과 목소리로 그 말을 할지가 늘 궁금했지요. 아직 신인에 불과한 김지원의 연기력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김병욱이 선택한 여주인공이니까, 연기자가 좀 부족하더라도 정성껏 이리저리 고치고 다듬어서 최고의 모습으로 만들어 주리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무슨......;; 지난 번 놀이공원 에피소드 이후로 급격히 망가져 가고 있는 김지원의 캐릭터 때문에 좀 불안하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해를 품은 달'에서 어른이 된 이훤(김수현)과 허연우(한가인)가 처음 재회하던 장면에서도 만만찮은 충격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 때보다 훨씬 더 심하군요. 그 때는 한가인의 발연기 때문이라고 모든 책임을 한 사람에게 지우며 분노할 수라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저는 만 하루 동안 공황상태에 빠져서 글을 쓸 수가 없을 지경이었어요.

김지원은 좀 더 오래 생각해야 했고, 좀 더 깊이 고민해야 했습니다. 그게 몇 년이든, 좀 더 힘겨운 시간을 참고 견디며 고뇌와 심사숙고를 거듭한 후에야 비로소 윤계상을 찾아가 그 말을 할 자격(?)이 있었던 것입니다. "저도 아저씨를 따라서 르완다에 가겠어요!" 그런데 김지원은 너무 즉흥적으로, 너무 빨리 결정을 내리고, 냉큼 달려가 그 말을 농구공 던지듯 내뱉었습니다. 그 엄청난 결정을 내리기까지 꼭 필요했던 고뇌와 진통의 시간 따위는 없었습니다. 물론 단 며칠에 불과할지언정 그녀 나름대로는 고민이랍시고 했겠지만, 제 눈에는 분명히 경솔해보였고 떼쓰는 어린애처럼 보였을 뿐입니다.

포장마차에서 우동을 먹으며, 윤계상이 선택한 남다른 인생에 관해 김지원이 대놓고 묻는 장면도 제게는 몹시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냥 궁금해서요... 노블리스 오블리제, 뭐 그런 이유인가요?" 아... 이럴수가! 나이는 어려도 윤계상과 영혼으로 통하는 사이임을 이제껏 믿어왔는데, 어쩌면 저렇게도 철부지같은 소리를 해댈까요? 하다 못해 '노블리스 오블리제'만 아니었더라도 조금은 나았을텐데.

아무리 성숙하고 속이 깊어봤자 이제 겨우 열 몇 살의 소녀일 뿐인데, 너무 큰 기대를 걸었던 걸까요? 어쩌면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껏 나이보다 성숙하게 보였던 것은 그 투정을 받아줄 사람이 없어서, 마음을 열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어른스런 척하려고 안간힘을 쓰다 보니까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제 윤계상과 마음의 울타리를 허물고 가까워지며 기댈 수 있게 되니, 그 동안 숨겨지고 억눌렸던 어린아이다운 본성이 뒤늦게 터져나오는 건지도 모르지요. 당황스러울 정도의 유치함으로.

"그냥 즐거우니까!" 라고 윤계상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습니다. "대학 때, 거기에 봉사를 갔던 적이 있어. 거긴 의료혜택은 커녕 하루하루 생존이 문제지. 그런 사람들한테 뭔가 해줄 수 있다는 게, 내가 위로받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진심으로 즐거웠던 것 같고..." 그랬군요. 어렸을 때 엄마를 잃은 이후로 세상에는 아무런 위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느끼며 살았던 갓 스무살의 윤계상이, 처음으로 삶의 즐거움과 위로를 찾을 수 있게 된 장소가 바로 르완다였군요. 위로받고 즐거움을 느끼는 상황과 이유는 사람마다 제각각 다른 법인데, 윤계상의 경우는 무료봉사 및 르완다가 그 해답이었던 겁니다.

"즐거우니까... 그게 다예요? 진짜... 다만 즐거워서만요?" 너무 뜻밖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는 김지원의 표정에서 윤계상의 마음을 이해하는 기색 따위는 전혀 읽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배우 김지원이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요즘 캐릭터가 와르르 무너지다보니 연기력도 점점 한계를 드러내는 것 같더군요. 107회에서 종석이한테 과외를 해주던 장면에서는 얼핏 한가인 뺨치는 국어책 읽기 신공이 느껴지기도 하더라는..;;

아무리 윤계상이 '즐거우니까' 라고 단순하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그 단순한 말 속에 얼마나 오랜 고뇌와 깊은 뜻이 담겨 있는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5살 꼬맹이처럼 앞뒤 분간없이 달려가 "저도 아저씨 따라서 르완다에 가고 싶어요. 그게 지금 저한테는 가장 즐거운 일일 것 같아서요!" 라고 말했을까요? 김지원에게 지금 가장 즐거운 일은 윤계상과 함께 있는 것입니다. 르완다에 가서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윤계상과 함께 있고자 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입니다. 설령 르완다에 가더라도 그런 마음을 품고 가서는 안될 일이지요. 더구나 지금 당장 그 어린 나이에,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고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따라갈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따라 간다고 한들 사랑하는 사람에게 도움은 커녕 부담스런 짐만 될 뿐임을... 그래요, 어리고 철이 없어서 모르나 봅니다. 그런 생각은 아예 들지도 않는 모양이에요.

"즐겁게 느끼는 일? ... 마음은 늘 바뀌어!" 마치 투정부리는 어린애를 달래는 듯한 윤계상의 표정이 제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김지원이 윤계상에게 의지하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윤계상도 마음 한켠을 그녀에게 기대고 있었거든요. 무의식중에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녀와 함께 있을 때면 종종 평소와 전혀 다르게 심기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심지어 엄마가 돌아가신 후로는 아무에게도 해본 적 없던 뒤로 넘어지는 위험한 장난을 그녀에게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나이 어린 친구 김지원은 윤계상에게도 가장 믿을 수 있고 소중한 존재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어깨를 나란히 기대고 있던 든든한 소울메이트가, 어느 날 갑자기 말도 안 통하는 5살 꼬맹이로 변해서 등에 업고 다녀야 할 지경이 되었으니... 지금 윤계상의 속이 얼마나 터질까 싶더군요.

그리고
저는 이제껏 김지원이 삶의 목표를 뚜렷이 세우고 자기 주관에 따라 당차게 살아가는 소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알고 보니 이렇다할 꿈이 없는 아이였네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과대학에 진학하려던 이유는 그냥 돌아가신 아빠가 바라셨던 일이고 하선 언니가 좋아하니까 그랬을 뿐이라고 말하는데 또 어찌나 실망스러운지..;; 그렇게 타인의 뜻에 좌지우지되면서 살던 아이였나요? 여태까지 보아 왔던 김지원 캐릭터가 정말... 이 아이가 맞는 건가요?

107회에는 안내상과 임간호사에 얽힌 지겨운 에피소드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주목한 것은 시도때도 없이 주먹을 휘둘러대는 윤유선의 분노조절장애라든가, 그런 아내의 손에 글러브를 끼워놓고 살살 약을 올려대는 안내상의 진상 행각이 아니었습니다. "누나, 그만, 그만 해!" 라고 몇 번이나 소리높여 버럭버럭 고함을 쳐대던 윤계상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던 모습과는 너무 달랐던 거죠. 예전 같으면 윤유선이 아무리 흥분해서 난리를 쳐도 그렇게 덩달아 소리를 질러대지는 않았을 텐데... 아무래도 갑자기 달라져버린 지원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살짝 들더군요..;; 

한편 최근 안종석의 분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해석이 가능할 듯합니다. 첫번째는 이제껏 줄곧 생각해 온 것처럼 '지붕킥' 준혁(윤시윤)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준혁이도 막판에 분량이 꽤 늘어나서 신세경과 둘만의 데이트를 즐겼고, 심지어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까지 간직할 수 있었지만 그것은 큼지막한 떡밥이었을 뿐이죠. 만약 종석이가 준혁이의 전철을 밟고 있는 거라면, 그의 어떤 발버둥도 결말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겁니다.

두번째는 윤계상과 김지원 사이에 안종석이라는 존재가 개입함으로써 관계의 현실적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입니다. (107회 이후로는 이 두번째 가능성이 부쩍 높아졌네요...) 준혁이는 세경이가 삼촌 이지훈(최다니엘)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그 둘 사이에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하긴 그 때는 이지훈이 황정음과 연애중이었으니까, 준혁의 입장에서도 굳이 삼촌과 세경이 가까워질까봐 경계하거나 끼어들 필요가 없었지요. 그런데 이번에 종석이는 준혁이와 달리 두 사람 사이에 매우 적극적으로 끼어들고 있습니다.

안종석... 자기의 사랑을 표현한답시고 최선을 다해 그녀에게 잘해주려고는 하는데, 워낙 어설픈 녀석이다보니 잘해준답시고 하는 일이 모두 민폐네요..;; 잼 뚜껑도 못 열어서 시간만 끌고, 쓰레기도 깔끔하게 못 버려서 온통 흩어놓더니, 렘브란트 전시회장까지 버스를 타고 가겠다는 지원을 굳이 붙잡아서 스쿠터에 태우는 바람에 사고를 당하게 하고 맙니다. 그 사고로 종석은 발목을 삐었고, 쓰러지면서 아스팔트에 머리를 부딪힌 지원은 잠시 기절했다가 깨어났습니다.

김지원은 일단 겉보기에는 멀쩡한데, 안종석은 걷기가 불편한 지경입니다. 차마 그런 종석을 혼자 두고 갈 수 없었던 지원은 그 곁을 지켜주었고, 결국 윤계상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군요. 그렇다고 지원의 마음이 종석에게로 돌아선 것은 아닙니다. 단지 미안함과 의리일 뿐이죠. 곁을 지키되 가장 멀리 떨어진 의자 끝에 앉아있는 지원의 모습은 가까워질 수 없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종석이가 아니었다면 계상과 지원은 그 날 밤 다시 만났을 것이고, 두 사람은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겠지요. 하지만 본의 아니게도(?) 두 사람 사이에 종석이가 끼어들어서 만남을 방해하고 말았군요.

그 날의 약속이 깨어진 것이 궁극적으로 어떤 의미일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이 중요한 시점에서 발생한, 결코 심상치 않아 보이는 스쿠터 사고는 무심히 넘길 수가 없는 설정이군요. 오늘처럼 앞으로도 종석이가 계상과 지원의 사이에서 의외의 변수로 작용한다면, 줄곧 존재감 미미하던 안종석은 어떤 식으로든 막판 엔딩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셈입니다. 이번에도 메인 커플의 운명은 작품의 엔딩과 연결될 테니까요.

저는 병원에서 김지원의 눈을 들여다 본 의사가 "뇌진탕 같지는 않은데..." 라고 말하던 부분이 괜시리 마음에 걸리는군요. 분명히 사고를 당하던 순간 헬멧이 벗겨지며 아스팔트에 머리를 부딪힌 것 같았는데, 뇌진탕이 아니라니... 그렇다면 왜 정신을 잃은 것인지, 설마 그 와중에 기면증이 발작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예를 들어 뇌진탕은 아니지만 또 다른 심각한 부상이었는데 무심코 지나쳤다가 나중에 엄청난 후유증으로 돌아온다면...

그래서 김지원의 인생에 커다란 어려움이 닥쳐온다면, 이 사건은 르완다로 떠나려던 윤계상의 발목을 단단히 붙잡는 족쇄가 될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헤어질 뻔했던 윤계상과 김지원을 결정적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안종석이 하게 되는 셈입니다. 물론 차후로 어떤 에피소드가 추가되느냐에 따라서 그 반대의 경우(종석이가 계상과 지원 사이를 갈라놓는 역할을 하게 되는)도 가능하겠지만, 저의 예감에는 107회에서 일어난 스쿠터 사고가... 단순히 그냥 이것으로 끝은 아닐 듯하군요.

끝으로 한 가지 사담을 곁들이자면, 저는 요즘 '하이킥3'를 시청하기가 점점 괴로워지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지붕뚫고 하이킥'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엔딩이 가까워질수록 보고 있기가 정말 괴로웠습니다. 계속 "저건 아닌데... 왜 저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다가 마지막회를 보고 나서야 그 때까지의 괴로움과 답답함이 한 순간에 해소되는 것을 느꼈었지요. 그 때는 남주인공 지훈이가 속을 썩이더니만, 이제는 여주인공 지원이가 말썽입니다. 급격히 망가져가는 김지원 캐릭터를 보는 게 몹시 힘들지만, 그래도 엔딩에서는 이 고통을 모두 보상해 줄 것을 기대하며 계속 애정을 갖고 지켜봐야겠지요.

그냥 보는 것만도 괴로우니, 리뷰를 쓰는 것은 더욱 괴롭습니다. '지붕킥' 때는 어떻게 했었던가 새삼 궁금해져서 2년 전에 썼던 리뷰들을 살펴보니, 지금처럼 열심히 쓰지 않았더군요. 그 때는 아예 포기하고 넋놓은 상태에서 시청했기 때문에, 일주일 내지 열흘 정도의 간격을 두고 게으르게 띄엄띄엄 리뷰를 올렸더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가속도가 붙어서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네요. 힘들어도 그냥 내달릴 수밖에... 무슨 시트콤을 이렇게 만들어서 번번이 사람의 진을 다 빠지게 하니, 스텐레스김의 능력이 참 대단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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