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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시즌2' 새 멤버들의 좌충우돌 캐릭터 잡기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박2일-시즌2' 새 멤버들의 좌충우돌 캐릭터 잡기

빛무리~ 2012. 3. 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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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기도 전부터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 버린 '1박2일' 시즌2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첫방송을 본 후 시청자들의 소감은 극과 극으로 나뉘는 양상인데, 개인적으로 제 느낌은 나쁘지 않더군요. 물론 초보 제작진의 미숙함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것이 좀 불편하긴 했지만, 기존 '1박2일'의 포맷이 워낙 잘 짜여져 있는지라 조금씩만 변형시키면 되기 때문에, 당분간 큰 문제는 없을 듯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간의 염려를 모으던 새 멤버들의 역량은 오히려 예상보다 훌륭한 편이었습니다. 모두들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나온 듯, 벌써부터 저마다 특정한 캐릭터가 잡히기 시작했어요.

1. 김승우

일단 큰형님 김승우는 좀 엉뚱한 캐릭터입니다. 자칭 예민해서 잠이 없는 편이고 잠자리를 옮기면 더욱 잠 못드는 사람이라 주장하면서, 일단 머리가 바닥에 닿기만 하면 제일 먼저 "드르렁~"하면서 잠들어 버리는 캐릭터는 '큰언니' 양희은을 흉내낸 게 아닐까 싶기도 하더군요. 게임에 관심없는 척 하더니만 의욕과잉으로 뛰어오르다가 천정에 쿵하고 머리를 박기도 하고, 흔들바위를 보러 산에 올라갈 때도 초입에서는 자신만만하게 큰소리를 탕탕 치더니만 갈수록 힘에 부쳐 투덜거리는 (이 때는 마치 투덜이 스머프 같았다는..ㅎㅎ) 조금은 허당스럽고 엉뚱하지만 귀여운 큰형님이네요. 그런데 이런 캐릭터로는 카리스마 있게 동생들을 리드하기가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실질적 리더는 따로 있는 걸까요?

2. 주원

막내 주원은 살짝 얄미울 정도로 빈틈없는 엄친아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첫방송에서의 이미지는 그렇더군요. 이승기는 엄친아면서도 의외의 허당기를 발휘하며 친근함으로 다가와 인기를 얻었지만, 똑같이 따라할 수는 없으니까 좀 다른 캐릭터가 필요하겠죠. '허당승기'가 대박을 친 후 '패밀리가 떴다'의 이천희가 그 짝퉁격인 '엉성천희' 캐릭터로 연달아 대박을 친 전례가 있긴 하지만, 세번째 답습은 좀 무리가 있을 듯하군요. 일단 주원은 예능적 캐릭터보다, 그냥 시청자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는 역할쯤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잘생긴 얼굴과 훤칠한 기럭지... 눈을 호강시키는 그 완벽한 비주얼에, 무슨 일이든 시키면 군말없이 열심히 하고 잘하기까지 하더군요. 닭싸움도 1등, 산에 오르기도 1등, 처음부터 넉살좋게 동네 어르신에게 밥 얻어 먹을 줄도 알고, 설거지로 보답도 할 줄 알고, 냅다 뛰어야 할 일이 있으면 젊은 피 흩뿌리며(?) 열심히 달려 주니,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흐뭇해지더군요. 하지만 앞으로는 약간의 변형이 필요할 것입니다. 계속 1등만 해서 맛있는 도시락이며 좋은 것들을 몽땅 막내가 차지해 버리면, 점차 보기도 안 좋을 뿐더러 재미도 없어질 테니까요. 하지만 일단은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고 흐뭇했어요..^^

3. 성시경

성시경은 뜻밖에도 '배려의 아이콘' 이었습니다. 시청자 투어 때도 90대 팀의 조장을 맡아 어르신들을 극진히 섬기는 모습을 보며, 까칠한 이미지와 달리 그 심성은 무척 따뜻한 사람이라고 느꼈는데, 이번에도 은연중에 그런 성품이 드러나더군요. 흔들바위를 찾아 산행을 시작할 때, 김승우와 나란히 맨 뒤에서 천천히 뒷짐까지 지고 슬슬 올라오는 것을 볼 때는 그냥 애늙은이 같다는 생각만 했을 뿐 그 이유를 알지 못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44세의 큰형님 김승우가 혼자서 맨 뒤로 처질까봐 일부러 챙기고 있던 거였습니다.

머리에 우물물을 뒤집어쓰는 벌칙자로 엄태웅이 선정되자 다들 좋다고 깔깔대며 웃는 와중에, 조용히 엄태웅의 곁에서 옷이 젖지 않도록 슬쩍 접어넣어 준 사람도 성시경이었습니다. 그렇게 말없이 섬세한 행동으로 동료들을 챙기는 성시경의 모습이 참 보기 좋더군요. 지금 생각해 보니 이승기의 캐릭터를 주원과 성시경이 나눠가진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주원은 '비주얼'과 '열심히 하는 것'을 이어받고, 성시경은 '배려심'을 이어받은 것처럼 보였거든요. 하지만 배려심 하나만 갖고는 예능의 고정 출연자로서 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없으니 뭔가 보충이 필요하기는 할 것입니다.

4. 차태현

새 멤버들 중 가장 예능감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는 차태현의 활약은 중반을 넘어서도록 부진한 듯 보였습니다. 특별히 빵빵 터뜨리는 것도 아니고, 열정적인 성실함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분위기가 처지려고 할 때면 기존 멤버 중에서도 최고 고참인 이수근이 나서서 즉흥적인 번외 게임을 제안하곤 했는데, 차태현은 늘상 귀찮은 기색으로 마지못해 참여하곤 했지요. 하지만 그게 다 컨셉이었습니다. 물바가지 벌칙 대상자에서 자기가 제외되자 곧바로 신나서 날뛰며 물을 길어올리고, 가장 적극적으로 벌칙 주기에 참여하며 엄태웅을 약올린 사람이 차태현이었거든요.

곧이어 차가운 우물물에 등목할 사람을 정하는 가위바위보에서 차태현은 성시경과 단둘이 남았습니다. 최종 당첨자는 묵찌빠 게임으로 선정하기로 했는데, 차태현은 눈부신 솜씨로 눈 깜짝할 사이에 승리를 거머쥐고 말았군요. 너무 빨라서 허망하긴 했지만 반칙은 아니었기 때문에 패배자는 성시경이었습니다. 발라드 가수 성시경이 웃통을 벗고 한겨울의 등목을 하게 될 찰나, 차태현은 스스로 한 발짝 물러서며 게임을 재개시켰습니다. "이렇게 하는 거야, 이제 알았지?" 하면서 이미 확정된 승부를 연습게임으로 돌려 버렸거든요.

다시 시작된 묵찌빠 게임에서 열띤 접전 끝에 차태현은 패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다분히 의도적이었습니다. 게임실력과 눈치와 심리전 등... 모든 면에서 확실히 성시경보다는 차태현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거든요. 조그만 꾀돌이 차태현에 비하면 키 크고 덩치 큰 성시경은 우직한 곰처럼 보일 지경이었어요. 그런데도 차태현은 스스로 패배하여, 멤버들에게 굴욕적으로 윗옷을 모두 벗기우고 꼼짝없이 등목을 당하는 희생자가 되었습니다. 그 깐족거림의 피해자가 한둘이 아닌지라, 차태현이 최종 패배자로 결정되자 모두들 환호성을 올리고 난리였지요.

그런데 사실 이 모든 상황은 차태현 본인이 의도적으로 이끌어낸 것이었습니다. 이로써 매사에 의욕없고 심드렁해 보였던 차태현이, 사실은 가장 열정적으로 '1박2일-시즌2'에 임하고 있음이 증명되었습니다. 어쩌면 차태현은 '초딩+천재'였던 은지원의 캐릭터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어받은 멤버인지도 모르겠어요. 앞으로의 활약이 가장 기대되는 멤버입니다.

5. 최재형 PD

새로운 출연진들이 기대 이상으로 제 역할을 잘해준 것에 비해, 구멍이 숭숭 뚫린 제작진의 엉성함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첫인사도 나누기 전에 새 멤버 4명을 제각각 다른 섬에 떨어뜨려 놓기로 한 것은, 정신적 육체적 물질적 소모만 극심할 뿐 별다른 의미도 없고 그래야 할 이유도 없는 무리한 설정이었습니다. 더구나 낚싯배가 출항 거부를 당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점도 초보 제작진의 엄청난 착오이며 실수였지요. 그래도 뭐... 차츰 나아질 거라고 기대해 보면서..;;

나영석 PD가 워낙 연예인 못지 않은 대스타였던지라, 그 뒤를 이어받은 최재형 PD의 부담감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원칙적으로 따지면 카메라 앞에 직접 나서서 웃기거나 재치있는 말발을 자랑해야 하는 것이 제작진의 역할은 아닌데, 이렇게 되어버린 현재의 상황이 조금은 억울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전임자가 쓸데없는 짓(?)을 해놓는 바람에 꼼짝없이 그 전례를 따라야 하게 생겼으니까요. 그만큼의 역할을 못하면 영락없이 비교당하면서 재미없다는 소리를 들어야 할 테니까 말입니다..ㅎㅎ 

그런 최재형 PD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던지, 주변인들은 벌써부터 그의 외모적 특징에서 착안하여 '새'라는 별명을 붙여주고는 일종의 캐릭터 창출 작업에 들어갔더군요. 아직은 밍숭밍숭하니 그저 별명뿐이지만, 앞으로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또 한 명의 스타 PD가 탄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겠지요. 저는 잘할 거라고 기대해 보렵니다. 시즌2, 우려했던 것보다 괜찮았고, 나름대로 재미있었습니다. 정겨운 '1박2일'의 냄새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것도 좋았고요. 완전히 떠나보낸 게 아니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런데...


방송을 다 보고 나니까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더군요.
승기야, 5년 동안 지켜오던 네 자리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정말 서러워져서 펑펑 울었니?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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