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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가장 그들다웠던 마지막 여행 ... 이젠 안녕!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박2일' 가장 그들다웠던 마지막 여행 ... 이젠 안녕!

빛무리~ 2012. 2. 2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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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별다를 것 없는 '1박2일'이었습니다. 그들은 언제나처럼 황당한 미션을 수행하러 뛰어다녔고, 여느 때처럼 잠자리 복불복 게임을 했습니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오히려 다른 날보다 더욱 잔잔하고 평화로웠지요. 마당에서 스태프들과 족구 시합이라도 벌였다면 좀 더 요란 뻑적지근한 마지막 게임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좁은 방 안에서 멤버들끼리 서로를 붙잡으러 다니는, 평범한 좀비 게임을 했을 뿐입니다. 심지어 유일한 이벤트였던 영화관에서의 깜짝 팬미팅도, 그저 팬들이 보내준 케이크 두 개만 놓고 조촐하게 치렀습니다. 화려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던, 그 어느 때보다도 소박하고 평범했던 마지막 여행... 어쩌면 가장 '1박2일'다운 마무리였습니다.

 

하긴 100회를 맞이했을 때도 특집 방송은 커녕 아무런 티도 내지 않으려 했던 사람들이지요. 국내 각지와 해외의 팬들이 정성껏 보내준 선물들이 아니었다면, 멤버들은 100회인 줄도 모르고 지나갔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벌써부터 마지막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 날과 다를 것은 하나도 없네요. 평범한 일요일날 온 가족이 소풍이라도 온 것처럼, 신나게 그네를 타며 놀다가 삼겹살을 구워 맛있게 저녁을 먹고 나니, 오늘도 그 날처럼 조용히 해가 저물었습니다. 방 안에 둘러앉아 밤 늦게까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니, 지나 온 시간들이 모두 아련하게 되살아납니다.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대박 여행뿐만 아니라, 승기의 손가락이 부러지는 사고로 급히 촬영을 접어야 했던 황당한 일들도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는, 모두 그리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제 막을 내리는 '1박2일' 시즌1을 기념하며, 수고한 멤버들을 위해 제작진이 마련한 선물은 우정반지였습니다. 똑같은 반지 5개를 저마다 손가락에 나눠 끼고 새삼 밀려오는 감동에 울컥하려는 순간, 그 반지에도 복불복이 숨어 있었다는 반전을 깨닫고 말았지요. 24K 순금반지는 엄태웅이 차지했고, 김종민은 14K, 은지원은 10K, 그리고 특별 주문 제작한 5K 반지는 이승기의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감동이 극대화되는 순간 뒤통수를 치고, 눈물이 흐르려는 순간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1박2일' 특유의 코드는 이렇게 변함없이 끝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정직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 태양은 다시 떠오르고 새벽이 밝아왔습니다. 제작진이 특별히 늦잠을 허락했는데도 멤버들은 저절로 하나 둘씩 깨어나 담담한 표정으로 마지막 아침을 맞이하는군요. 오직 은초딩... 은지원만이 눈을 뜨지 못하고 온 몸으로 이별을 거부해 보려 했지만 피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한 때는 YB를 이끄는 카리스마 은대장이었는데, 마지막회에서의 은지원은 유난히 어려 보이더군요. 팬미팅 때 양미리 아저씨의 등에 꼬맹이 막내아들처럼 폴짝 뛰어올라 업히던 모습... 조금이라도 헤어짐의 시간을 늦추고 싶어서 이불을 다 뺏기고도 맨바닥에 누워 떼쓰듯 늦잠을 고집하던 모습... 맏형 엄태웅의 품에 갓 태어난 강아지처럼 폭 안겨 있던 모습... 귀여운 어린아이 같던 그 모습들이 앞으로 종종 생각나겠지요.

 

유난히 어려 보이는 은지원에 비해, 막내 이승기는 오늘따라 더욱 의젓해 보였습니다. 일찍 일어나서 세수하고 꽃단장도 마치고, 나영석 PD를 비롯한 스태프들과 기념사진까지 찍는 등, 아침부터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움직이더군요. 혼자서 머리를 감다가 문득 울컥한 나머지 소리죽여 한참이나 울기는 했지만, 형들 앞에서는 의연하게 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끝내 흐르는 눈물은 감출 수 없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든 참으려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떠나는 은지원과 이승기는 물론이거니와, 가장 오랫동안 그들과 함께 해 온 이수근의 슬픔도 무척 큰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울지 않기로 굳게 약속을 했었나봐요. 지원과 승기의 눈에 살짝 눈물이 비치려 할 때마다 이수근이 잽싸게 달래며 울지 못하게(?) 하더군요. "지원아, 울지 않기로 했잖아...", "승기야, 울지 마... 참아, 참아..." 그래 놓고 나중에는 자기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중얼거리더군요. "참았어, 참았어... 가슴을 이겼어!"

 

좀 울면 어때서 왜 그렇게까지 안간힘을 다해 참으려 했던 걸까요?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이별이었기에, 울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랬을까요? 방송이고 촬영이고 상관없이, 그저 얼싸안고 끝없는 대성통곡만 하게 될 것 같아서 그랬을까요? 하긴 그랬다면 스태프들까지 휩쓸려 울기 시작해서 촬영도 엉망이 되었을 테고, 그들의 마지막 모습은 울보 못난이로 기억되었을지도 모르지요..ㅎㅎ (농담입니다;;) 그렇게 참으려 애썼지만 모두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고, 합류한지 1년 밖에 안 된 엄태웅도 슬쩍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닦았습니다.

 

그런데 유독 김종민은 시종일관 표정이 밝더군요. 영화관에서의 팬미팅 때 서럽게 울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습니다. 사실 그 때는 자기 설움에 겨워서... 제 역할을 못하니 동료들에게는 미안해서 괴롭고 남들에게는 욕 먹어서 괴롭던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울었던 것이죠. 이별은 그닥 슬프지 않았나봅니다. 동료들이 모두 눈물을 참느라 애쓰는 동안 혼자서 벙글거리며 분위기를 깨거나, 아쉬운 남의 속도 모르고 급히 클로징을 하려고 덤비는 모습을 보니 약간은 걱정이 되더군요. 어느 곳에서든 동료들의 마음과 융합되지 못하고 혼자서 겉돌다 보면 힘들 수밖에 없지요. 몇 년을 끈끈한 정으로 함께 해 온 시즌1에서도 마지막까지 겉돌고 있는데, 과연 시즌2에는 적응을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어쨌든 그들의 마지막 여행은 가장 '1박2일' 답게 마무리되었습니다. 평범하게, 소박하게, 담담하게, 오버스럽지 않게, 눈물은 감추고 웃음은 드러내며, 언제나 그랬듯이, 내일도 어제처럼, 변함없이 계속될 행복한 여행을 꿈꾸며 그들은 헤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도 애써 눈물을 참으며, 가장 편안하고 담담한 마음으로 그들을 보내 주었습니다. 귀여운 초딩 지원이와 의젓한 막내 승기를 더 이상 '1박2일'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여야겠군요. 오랫동안 그들 때문에 참 많이 웃고 행복했지요. 정말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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