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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 월급쟁이 뮤지션 윤종신, 이 시대 예술가의 모범답안!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강심장' 월급쟁이 뮤지션 윤종신, 이 시대 예술가의 모범답안!

빛무리~ 2012. 2. 2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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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힐링캠프'에 출연한 윤종신은 평생 완치되지 않는 희귀병인 '크론병'을 앓고 있음을 밝혀 가슴 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병이 있음을 알고부터 노력을 통해 오히려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게 되고, 그 모든 고통을 기꺼이 함께 짊어져 준 아내의 사랑을 통해 예전보다 더욱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다는 느낌이 확 전해져 오더군요. 함께 출연한 아내 전미라는 "내가 운동선수 출신이라 남달리 도전정신(?)이 강한 편"이라면서, 윤종신으로부터 병이 있다는 고백을 받았을 때 "이 남자의 병을 내가 낫게 해주어야겠다"는 도전정신이 불쑥 생겼다고 말해서 주위의 웃음을 유발했지만, 깊은 사랑이 아니고서야 어찌 쉬운 결정이었겠습니까?

평소 예능에서 '깐족'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는 윤종신인지라 아내와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대놓고 표현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결혼 이후로 참 많이 달라진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는 건강을 위해 즐기던 술 담배를 끊은 듯하고, 뮤지션으로서의 자존심이나 체면을 차릴 것 없이 각종 예능에 가리지 않고 출연해서 기꺼이 망가지고 있으며, 그 와중에도 어느 때보다 왕성한 창작욕으로 수많은 노래들을 만들어내는 중입니다. 동료 가수들을 통해서도 이미 검증된 바 있듯이, 윤종신의 컴퓨터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노래들이 저장되어 있다지요.

'강심장'에 출연한 윤종신은 현재 인터넷 음원 차트에서 사랑받고 있는 '월간 윤종신'의 탄생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015B의 객원 보컬로 주목받으며 데뷔했고, 그 후 매년 발표하는 음반마다 히트를 거듭하며 20대 초중반의 화려한 시절을 보냈지요. 그러나 군대를 다녀온 뒤 서른줄에 접어들면서 피할 수 없는 하락세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앨범 한 장을 내려면 준비기간만 2~3년 정도가 걸리는데, 발표한 뒤 기껏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는 현실은 무척 답답했지요. 게다가 앨범이 나오면 보통 타이틀곡 하나만 부각되기 때문에, 애써 만든 다른 노래들은 거의 묻히거나 버려지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의 고민을 거쳐 2010년부터 파격 프로젝트를 실천에 옮기니, 그렇게 시작된 것이 '월간 윤종신'이었습니다.

"노래를 일기처럼 써 보자!" 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는 '월간 윤종신'을 통해 그는 현재까지 매달 1~3곡씩의 노래를 꾸준히 발표하고 있습니다. 오늘 느낀 감동이 있었다면, 그 느낌 그대로 즉흥적으로 노래를 쓰는 거죠. 물론 매번 역작을 쓸 수도 없고 매번 남들의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없지만, 이것은 자신과의 약속이며 스스로 변함없이 음악을 계속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윤종신은 말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하다 보면, 그 중엔 얻어걸리는 것도 있거든요!" 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월간 윤종신'을 통해 발표된 '막걸리나'는 버스커버스커가 불러 새삼 인기를 끌었고, '본능적으로'는 강승윤을 통해 뒤늦게 히트곡이 되었습니다.

물론 한 곡 한 곡마다 심혈을 기울여, 피고름을 짜내는 듯한 고통으로,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낸 작품들에 비하면, 얼핏 쉽게 쓰여진 듯한 윤종신의 노래들은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래는 문학으로 치자면 '시(詩)'와 비슷한 장르이므로, 긴 호흡과 끈질긴 노력보다는 순간적인 발상과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또한 긴 호흡이 필요한 장르라 할지라도 끊임없는 다작(多作)은 그 자체가 마르지 않는 샘물을 솟아나게 하는 요령이며, 정말 좋은 작품의 밑거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부활'의 리더 김태원은 언젠가 '남자의 자격' 촬영중에, 한 대학의 밴드 동아리를 찾아갔던 적이 있습니다. 로커의 꿈을 키우는 어린 후배들과 정답게 대화를 나누던 그가 물었습니다. "그런데 너희들은 직접 노래를 만들어볼 생각은 없니? 계속 남의 노래만 부를 거야?" 그러자 대학생들이 쭈뼛거리며 대답했습니다. "저희가 직접 만든 노래도 있어요. 하지만 아직은 사람들에게 들려줄만한 수준이 못되는 것 같아서..." 그러자 김태원이 말했습니다. "자기가 만들어놓고, 자기 맘에 쏙 드는 노래가 있을 것 같아? 나도 그런 곡은 하나도 없었어. 하지만 남들 귀에 어떻게 들릴지는 알 수 없는 거야. 일단 많이 쓰고, 많이 불러보는 게 중요해. 사람들 앞에 자기 작품을 내보이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돼!"

김태원의 그 교훈을 현재 자신의 삶 속에서 가장 충실하게 실현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윤종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려 23년 동안 음악 활동을 해 왔으면 이제 슬슬 나태해지거나 힘이 빠질 법도 하건만, 그는 오히려 점점 더 힘이 넘치며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는 중이네요. 이미 엄연한 가요계의 대선배 입장인데도 혹평이나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고, 부단한 노력으로 끝없는 창작을 계속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하루마다 공기가 달라지는 이 격변의 시대에는 너무 긴 호흡을 고집하는 것보다 '월간 윤종신'처럼 빠른 호흡으로 진행하는 예술이 더 걸맞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다섯 살 난 큰아들 라익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빠의 앨범 포장 작업을 도와주는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되었는데 무척 귀엽더군요. 다들 효자라고 감탄하는데 윤종신이 말했습니다. "제가 다 이야기해 줬어요. 이거 나중에 다 네 것이라고... 저작권 유효기간이 이제는 원작자 사후(死後) 70년까지로 늘어났거든요. 사후 70년이면, 라익이 손자까지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걸요!"

비록 농담같은 어조였지만 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의 윤종신이 이토록 열심히, 젊은 날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큰 의욕과 열정으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았습니다. 건강한 제2의 인생과 더불어 세 명이나 되는 귀여운 자녀들을 안겨준 아내의 사랑에 보답하려면, 이보다 더 좋은 최상의 선물이 있을까요? 자칭 '월급쟁이 뮤지션'이라는 윤종신의 꾸준한 노력과 열정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예술가의 모범 답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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