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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 7회, 한가인의 국어책 연기... 눈앞이 캄캄하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해를 품은 달

'해를 품은 달' 7회, 한가인의 국어책 연기... 눈앞이 캄캄하다

빛무리~ 2012. 1.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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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스런 마음을 애써 다독이며 긍정적인 자세로 기다려 왔건만, 희망은 와르르 무너져 내렸습니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우려했던 것보다도 사태는 더욱 심각했습니다. 차라리 대사를 안 하고 있을 때는 그럭저럭 봐줄만 했는데, 한가인이 입을 열자마자 '해품달'은 사극도 아니고 시트콤도 아닌, 기묘한 장르의 알 수 없는 드라마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껏 드라마 전체를 은은하게 휩싸고 있던 슬프고도 신비한 분위기는 한순간에 와장창 깨지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야말로 "헉~!"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 충격이었습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몇 년만의 안방극장 컴백인데,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에 다시 드러낼 모처럼의 기회이며,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온갖 비난을 잠재우고 주연급 여배우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세울 수도 있었던 절호의 찬스인데, 어쩌면 그렇게도 준비 없이 무작정 나설 수가 있었을까요? 발성이고 억양이고 전혀 사극톤에 맞춰져 있지 않은 데다가, 요즘은 연기 생초보들도 하지 않는 국어책 읽기 대사를 하고 있으니 도대체 이걸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 

김수현의 연기도 수준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가인과 비교하니 세기의 명배우가 따로 없더군요. 사극 연기가 처음이다 보니 아직은 좀 어설프고 전체적으로 약간씩 오버된 경향이 있지만, 적어도 김수현은 사극에 어울리는 발성과 억양, 특히 임금다운 말투와 몸짓과 표정을 구현해 내기 위해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김수현의 연기를 칭찬해주고 싶은 이유는 '이훤'이라는 캐릭터의 내면을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지난 6회를 시청하고 나서 젊은 임금 이훤의 처절한 고통이 가슴으로 전해져 오기에 저는 한동안 마음을 추스를 수 없었는데, 그것은 연기자가 캐릭터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고 자신과 일치시키지 않으면 결코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없는 울림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인은 '허연우'라는 캐릭터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다른 노력은 고사하고 아역 김유정의 연기를 꼼꼼히 모니터링만 했어도 허연우를 이토록 망가뜨리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가능하다면 원작소설도 읽어서 '무녀 월(月)'이 어떤 인물인지를 알고, 그 캐릭터를 어떤 분위기로 표현하면 좋을지를 미리 연구하고, 최선을 다해 자신을 그 인물과 일치시키고, 대사와 표정을 충분히 연습한 후 들어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그건 욕심이겠죠.

차라리 원작을 읽지 않았더라면 좀 나았을까요? 1~2회를 시청한 후 드라마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드라마 시청에 도움이 될까 하고 원작을 구입해 읽은 저로서는 그저 황당할 뿐입니다. 7회에서 이훤과 허연우가 재회하는 장면은 원작소설이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드라마는 아역에서부터 시작했지만, 소설은 두 사람의 재회에서부터 시작하여 지난 날의 회상과 현재의 일들이 교차하면서 진행되는 형식이거든요. 그들의 재회가 원작에서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되었는지를 알기에, 한가인의 연기는 제 마음속에 실망을 넘어 분노를 일으켰습니다. 설렘도, 떨림도, 두근거림도, 신비로움도, 아무것도 없는 그 밋밋한 재회의 장면이라니... 정말이지 울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김수현에게는 책임이 없습니다. 그 초라한 작은 방에 앉아서도 이훤은 왕의 품위를 잃지 않았고, 눈빛과 말투에서는 아련한 그리움과 설렘이 묻어났습니다. 그런데 한가인은 그 앞에서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국어책 읽기 신공을 펼쳤습니다. 대사만이 아니라 표정 연기도 매우 어색했고, 발성 연습이 안 되어선지 목소리도 너무 어리게 들리더군요. 외모는 큰누나뻘인데 표정과 말투와 목소리는 오히려 어린애 같으니, 그 민망한 부조화는 저절로 손발을 오그라들게 했습니다. 그렇다고 귀여운 것도 아니고...;; 이훤이 말할 때는 사극이었다가, 허연우가 말할 때는 정체불명 시트콤이었다가... 이런 상황에서 무슨 몰입이 가능하겠습니까?

원래 그 캐릭터의 특징이라면 천한 무녀로 볼 수 없는 고아한 기품이 온 몸에 깃들어야 하는데, 한가인이 표현하는 '무녀 월'에게서는 한 조각의 기품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보슬비(煙雨)를 맞으며 집을 찾아든 이훤과 김제운이 몸을 녹일 수 있도록 따뜻한 술 한 잔을 대접하는 그 장면에서는 신비로움과 애틋함이 느껴져야 마땅했으나, 초라한 옷차림으로 술을 따라주는 허연우의 모습에서 떠오르는 것은 "설마... 주모(酒母)...?" 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몸가짐이나 말투에 전혀 품위가 없고, 게다가 남자 손님들보다 나이도 꽤 들어 보이니 영락없는 주모처럼 느껴졌어요.

대왕대비의 등쌀에 못 이긴 이훤은 결국 온양행궁으로 요양을 나서는데, 임금의 행차를 구경하고자 수많은 백성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때마침 장녹영(전미선)은 집을 비웠고, 허연우와 설(윤승아)은 그 구경꾼 틈바구니에 끼어 있었지요. 멀리서 이훤의 얼굴을 보는 순간, 연우의 눈에는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이번 기회에 백성의 고달픈 삶을 직접 살펴보고 싶었던 이훤은 호위무사 김제운(송재림)만 데리고 몰래 행궁을 빠져나와 잠행에 나섰다가 문득 어린 연우의 환영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홀연히 미소짓다가 어디론가 달아나 버리는 연우의 모습을 무작정 쫓던 이훤은 어두운 산 속에서 길을 잃고 마는데, 그 때 아련한 불빛을 보고 찾아든 곳이 바로 현재 허연우가 살고 있는 집이었습니다. 비록 아무 감흥없는 밋밋한 장면으로 연출되었지만, 하여튼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두 사람의 재회는 그렇게 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이제 곧 대왕대비의 명을 받고 장녹영이 입궐하게 될 것이며, 이훤으로부터 새로이 월(月)이라는 이름을 하사받은 허연우도 태양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전개될 일들은 더없이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한 내용일텐데, 어째서 이토록 재미있는 드라마에 더 이상 기대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 걸까요? 심지어 이것을 계속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주인공이 계속 이런 식으로 겉돌면서 작품에 녹아들지 못한다면, 시청해봤자 속만 터질 것 같습니다. 열정과 노력 자체가 너무나 부족해 보이니 앞으로 차츰 나아질 거라는 기대도 하기 어렵습니다. 충분히 명품 사극의 반열에 오를 수 있으리라 믿었던 '해를 품은 달'이 결국 이렇게 몰락하고 마는 건가요? 도통 해결책이 보이질 않으니 그저 눈앞이 캄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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