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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 2회, 미친존재감 허염(임시완)의 강렬한 등장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해를 품은 달

'해를 품은 달' 2회, 미친존재감 허염(임시완)의 강렬한 등장

빛무리~ 2012. 1. 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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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의 오빠'라는 캐릭터는 아무리 잘났어도 거의 주변인에 그칠 뿐,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천일의 약속'에서 이상우의 캐릭터에 약간 기대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 무리였더군요. '선덕여왕' 같은 드라마는 주연들만이 아니라 서브와 단역에 해당하는 캐릭터까지 모두 매력적으로 살려 주었지만 그것은 대본, 연출, 배우의 삼박자가 기막히게 맞아 떨어져서 발생된 예외적인 케이스였고, 대부분의 경우 가뜩이나 주인공 살리기에도 바쁜 제작진이 주변인 캐릭터까지 신경써 줄 여력은 없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기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떤 드라마든 초반에는 상당 부분을 인물 소개에 할애하는데, 주변인 캐릭터에 이렇게까지 심혈을 기울이는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해를 품은 달' 2회를 장악한 주인공은 이훤도, 양명도, 허연우도 아니고, 다만 여주인공의 오라비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허염(許炎)이라는 인물이었습니다. 심지어 두 명의 남주인공, 이훤과 양명군의 존재감을 너끈히 압도할 만큼, 등장과 동시에 뿜어내는 허염의 기세는 대단했습니다. 제작진은 아예 대놓고 몇 차례나 그의 주변에 빛나는 아우라를 깔아 주더군요.

문과에 장원급제한 허염(임시완)은 성조대왕(안내상)이 내린 특단의 조치에 따라 왕세자 이훤(여진구)의 새로운 스승으로 임명됩니다. 15세의 훤보다 고작 2살 연상인 17세의 어린 나이로 스승이 된 것입니다. 이에 세자를 모시는 내관 형선(정은표)은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조사해서 보고하는데, 내용이 다음과 같습니다.

"허염 그 자는 이번 문과에 장원급제해... (이것은 허연우와의 관계를 일찍 파악할 수 있는 중요 부분이었으나, 성질 급한 세자의 버럭질로 인해 형선이 잠시 멈칫 하다가 그냥 다음으로 넘어감..;;) 그 자의 인기와 명성은 성균관 유생 시절부터 대단했다고 합니다. 인물이면 인물, 학문이면 학문, 인품이면 인품,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선비의 이상형으로서, 성균관의 대사성은 물론 전 유생들의 칭송과 흠모를 한 몸에 받았으며, 남녀노소 신분 고하를 불문하고 모든 이를 아우르는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로서 일명 마성의 선비라 불리었사온데, 그를 질시하던 자들마저 그의 외모와 인품에 반해 스스로 벗이 되어 달라 청하고 나섰다 하옵니다. 뿐만 아니라 정치, 문학, 역사, 철학, 잡학에 이르기까지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가 없고 깊이가 없는 학문이 없는, 한 마디로 공부가 제일 쉬웠다는 초천재... (여기서 다시 세자의 짜증으로 소개 중단..;;)"

말하자면 허염의 캐릭터는 조선의 젊은 선비로서 완벽 그 자체인 인물입니다. 글쎄, 학문이나 인품은 몰라도 외모가 얼마나 대단하면, 같은 남자끼리도 보자마자 삽시간에 반해서 친구가 되고 싶어질 정도일까요?..;; 심지어 까칠 도도한 이훤조차도 허염과 처음 마주했을 때는 그 출중한 외모의 아우라에 눈이 휘둥그래졌으니, 대충 짐작할만은 한데 아무래도 너무 과장되게 띄워서 오글거리는 면은 있더군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주변인에 불과한 허염의 존재감을 이토록 극대화시키는 걸까요?

제가 찾아낸 답은 이것입니다. 허염의 캐릭터는 바로 여동생 허연우(김유정)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형제 자매끼리 무조건 닮는다는 법은 없지요. (잠깐 딴소리를 하자면 '하이킥3'에서 윤지석은 자기 형 윤계상과 닮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어려서부터 형하고 내가 닮은 점은 같은 윤씨라는 것밖에 없었어요"..ㅎ) 그렇게 안 닮은 경우도 있기는 한데, 그래도 한 가족끼리는 남들이 눈치챌 정도로 닮은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외모 뿐만 아니라 성품과 재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면 음악가 집안으로 세계에 명성을 떨치는 정트리오(정명화, 정경화, 정명훈)의 경우를 보아도 알 수 있지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입에 침이 마르도록 허염을 칭찬하는 형선 내관의 대사는, 곧장 여주인공 허연우에 대한 칭송으로 연결될 수가 있습니다. 사대부의 법도가 엄하던 시절, 양반가의 깊숙한 규방에 거처하는 소녀가 어떤 외모와 학문과 인품을 지녔는지, 사실상 외부인이 어떻게 알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니 온 세상에 칭찬이 자자한 오라비 허염을 통해, 여주인공이 그처럼 눈부신 외모에 뛰어난 학식과 인품을 지닌 인물임을 간접적으로 소개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허염은 세자 훤에게 "제 누이는 어려서부터 웬만한 선비들보다 책을 즐겨 읽는 아이다 보니, 저 역시 배울 점이 많사옵니다" 라고 말했지요. 허염은 문과에 장원급제를 한 사람인데 그가 배울 점이 많다고 한다면, 그의 누이 허연우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는 넘치도록 증명된 셈입니다.

성조대왕이 특별히 허염을 지목하여 세자의 스승으로 삼은 데는 두 가지 의도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청렴결백한 충신 허영재(선우재덕, 홍문관 대제학)의 세력을 키워 갈수록 험악하게 득세하는 외척 윤씨 일가를 견제하려 함이고, 둘째는 세자를 위해 가장 좋은 인연을 만들어 주고자 함이었습니다. 불소지신(不召之臣 - 임금도 오라가라 부르지 못하는 신하)이란 임금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신하이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는 임금을 두려워하지 않고 직언을 해줄 수 있는 친구같은 신하가 아니겠습니까?

"스승이자 벗이 되는 신하라... 좋지, 아주 좋아..." 혼자 중얼거리는 성조대왕의 미소는 그저 흐뭇하기만 합니다. 반항심 창창한 나이의 세자에게 굳이 높은 연배의 스승을 두어 무조건 따르기를 강요하기보다, 비슷한 연배의 친구같은 스승을 두어 마음을 열게 하려는 부왕의 뜻은 매우 심오한 것이었습니다. 훗날 자신과 허영재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두 젊은이는 평생토록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걸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겠지요. 그러나 임금의 의도를 파악한 대왕대비 윤씨(김영애)는 파르르 떨면서 분노를 금치 못합니다. 아무래도 어려움이 많겠네요.

이훤과 허염, 두 소년이 친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으나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오만하고 까칠한 왕세자 이훤이 고작 2살 위의 스승을 달갑게 받아들였을 리가 없지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세자 때문에 골치를 썩이는 허염에게 여동생 허연우는, 입에 달콤한 소리를 하며 비위를 맞출 것이 아니라 세자를 위하는 진심으로 다가선다면, 세자는 영특한 분이시니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받아 주실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이에 용기를 얻은 허염은 과감히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이훤에게 내기를 걸어 옵니다. 자신이 내는 수수께끼의 정답을 다음 서연 때까지 알아내면 이훤의 승리요, 알아내지 못하면 자신의 승리라고 말입니다. 스승 자리에서 물러나느냐, 아니면 진심으로 스승 대접을 받게 되느냐의 한판이 걸린 시합이었습니다.

"세상 만물을 한 순간에 밝힐 수도 있으며, 세상 만물을 한 순간에 어둡게 할 수도 있는 것이 무엇인가?" 허염이 낸 수수께끼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이훤은 온갖 경전을 뒤지며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데, 천방지축 민화공주(진지희)가 보기에는 늘 삐딱하던 세자 오라버니가 모처럼 열공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이며 수수께끼의 내용을 묻더니, 놀랍게도 이 소녀는 곧바로 정답을 맞혀 버리는군요. "그건 눈꺼풀이 아니야? 요렇게 눈을 감으면 온 세상이 컴컴해지고, 요렇게 눈을 뜨면 온 세상이 환해지니까 말야!" 하지만 이훤은 여동생의 의견을 곧바로 묵살해 버립니다. 어린애 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경전을 뒤져서 이훤이 내놓은 답변은 '군주의 정치'라는 것이었습니다. 군주가 선과 덕을 쌓아서 좋은 정치를 하면 천지만물, 즉 백성들의 삶이 밝아질 것이요, 그 반대의 경우는 백성들의 삶이 어두워질 터이니, 정답은 바로 '군주의 정치'라는 의견이었습니다. 이 답변을 들었을 때, 저는 어이쿠 싶었습니다. 제 생각에도 허염이 갖고 있는 정답은 민화공주의 '눈꺼풀'일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이훤이 내놓은 답변도 절대 틀린 것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트집을 잡자면 너무 현학적이고 잘난체 하는 느낌이 들어서 좀 재수없는(ㅎㅎ) 면은 있지만, 논리적으로는 빈틈없이 완벽한 정답이었습니다. 절대 틀렸다고는 말할 수 없을텐데, 오히려 허염이 궁지에 몰리는 것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허염은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대답했습니다. "송구하오나, 저하... 소신이 가진 답과 다르옵니다!" 이훤이 놀라서 묻습니다. "그럼 대체 정답은 뭐란 말이냐?"... "정답은 눈꺼풀이옵니다!" 이훤은 어린아이의 말장난 같은 그것이 어찌 답이 될 수 있느냐며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세간의 칭송을 받는 허염의 풍부한 식견과 유려한 말솜씨는 확실히 이훤보다 한 수 위로군요. "어린아이의 눈으로 보면 세상 만물 모두가 문제가 될 수 있고, 세상 만물 모두가 그 답이 될 수 있는 것이옵니다. 배움에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정답을 안다고 자만하는 오만이옵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잣대로만 사물을 판단하는 편견이옵니다. 정답이 군주의 정치라 하신 것은 참으로 옳은 말씀이오나, 눈꺼풀을 굳게 닫은 채 어찌 백성의 삶을 살필 것이며, 어찌 제왕의 도를 논하겠사옵니까? 먼저 배움에 임하는 자세부터 바로 하소서!"

허염의 진심어린 충언이 이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세자는 내관 형선을 불러 다과상을 준비하라 이르고는, 허염을 향해 조용히 고개를 숙입니다. "오늘 스승에 대한 예를 올리고 가르침을 청하고자 하오니, 그간의 무례를 잊고 부디 인사를 받아 주십시오..."

줄곧 '너'라고 부르며 하대를 하다가 순식간에 스승에 대한 예로 극존칭을 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법도 한데,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고 쿨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이훤의 모습, 멋진걸요! ㅎㅎ 마침 문 밖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던 성조대왕은 "오늘에서야 세자가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났구나" 하면서 흐뭇해하는데, 곁에 모시고 서 있는 허영재와 윤대형(김응수)의 각기 다른 눈빛들은 어지러운 미래를 예고합니다. 

한편 허연우는 민화공주를 위한 예동으로 뽑혀 사흘에 한 번씩 입궐하라는 명을 받는데, 그 곁에는 시한폭탄처럼 위험한 존재가 한 명 따라붙게 되었군요. 최대 정적인 윤대형의 딸 윤보경(김소현)도 함께 예동으로 발탁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두 얼굴의 소녀는 고모할머니이신 대왕대비를 쏙 빼닮은 듯, 조그만 것이 무서울 만큼 내숭과 정치색으로 가득한데, 그녀와 함께 있다 보면 천진난만한 허연우는 수시로 위험에 처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바야흐로 고난의 시작일까요?

하지만 허연우를 위해 다행인 것은, 민화공주가 허염을 보는 순간부터 첫눈에 홀딱 반하여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남자도 반하는 그 아우라에 사춘기 소녀가 반하지 않을 수는 없겠죠..ㅎㅎ) 만약 윤보경과 허연우가 부딪히게 된다면, 민화공주는 당연히 허연우의 편을 들어 줄 거라고 예상됩니다.

훗날 민화공주는 자신의 소원대로 허염과의 혼인을 치르게 되는데, 앞날이 창창하던 남편의 날개를 자신이 꺾어버린 듯하여 죄책감도 느끼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더군요. 조선시대의 경우 임금의 사위(의빈, 부마도위)는 벼슬을 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었기 때문에, 허염과 같은 출중한 인재를 부마로 삼는다는 것은 무척 비효율적인 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본인의 입장에서도 손발이 묶인 듯한 답답함을 느꼈겠지요. 그러고 보면 허염의 인생도 결코 순탄치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현재 허염의 아역을 맡고 있는 임시완은 '제국의 아이들'에 속해 있는 아이돌 가수로서, 연기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처음치고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군요. 발성과 대사 처리에는 큰 무리가 없는 듯한데, 표정과 눈빛 연기에서는 미숙함이 그대로 묻어났습니다.

세자 훤 역의 여진구와 맞붙는 씬이 많았는데, 흔들림 없이 상대방을 응시하는 여진구의 안정된 눈빛에 비해, 좀처럼 상대방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임시완의 자신없는 눈빛은 솔직히 허염의 캐릭터와 잘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나이는 어려도 수년간 연기 경력을 쌓아 온 여진구와 비교하는 건 무리일 수 있겠지만요.

앞으로 임시완의 바통을 이어받게 될 성인 연기자는 송재희라는 배우인데, 역시 조금은 익숙치 않은 얼굴이라 어떨지 모르겠군요. 부디 임시완도 송재희도, 허염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꾸준히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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