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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누가 박하선의 마음에 빗장을 채웠을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누가 박하선의 마음에 빗장을 채웠을까?

빛무리~ 2012. 1. 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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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제 친구 생각이 나요... '겨울의 짧은 황혼 앞에 서 본 적 있니?' 하고 가끔 묻던..." 윤지석(서지석)과의 짧은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차창 밖으로 하늘 가득 펼쳐진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박하선이 중얼거린 말입니다. 가벼운 미소를 띤 채 하염없이 창 밖을 응시하는 그녀의 얼굴은 석양빛에 물들어 마치 꿈결처럼 아름다웠지만, 제 마음은 점점 슬퍼졌습니다. 그녀의 잔잔한 목소리... 왠지 서글퍼 보이는 미소... '겨울의 짧은 황혼'이라는 언어가 뿜어내는 이별의 아쉬움... 이 모든 것들이 저를 슬프게 했습니다.

현재 다른 인물들의 감정선이 비교적 뚜렷이 정리되고 있는 반면, 윤계상과 박하선 두 사람의 감정선은 오리무중입니다. 최고의 성품과 외모를 겸비한 그들은 수많은 이성의 짝사랑을 받고 있지만, 정작 그들 본인의 마음은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지붕킥'에도 이와 같은 캐릭터가 한 명 있었지요. 바로 최다니엘이 연기했던 이지훈입니다. 그는 주변의 누구에게도 깊은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았고, 황정음과 공식 연인이 되어 연애를 하면서도 껍데기뿐인 듯 허전해 보였습니다. 이지훈의 과거 속에는 그 마음의 빗장을 채워버린 '누군가'가 존재했던 겁니다.

어느 날 무심히 지훈의 책장을 살펴보던 정음이 한 권의 책을 발견하면서, 그 '누군가'의 존재가 어렴풋이 드러납니다. 책의 제목마저 의미심장하게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였지요. 책갈피에 고이 간직된 한 장의 사진... 그 속에서 지훈은 티없이 밝게 웃고 있었지만, 그의 품에 안겨 있던 소녀(이나영)가 떠나면서 지훈의 마음에는 빗장이 채워져 버렸습니다. 빗장의 열쇠를 갖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지훈의 마음을 열 수 없을 것입니다. 김병욱 PD는 그 열쇠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끝내 숨기고 있다가, 얄궂게도 마지막회에서 가서야 폭탄처럼 터뜨렸었지요. 설마 이번에는 그렇지 않겠지만...

박하선은 아름다운 석양을 보며, 가슴 속 깊숙이 꽁꽁 파묻어 두었던 추억을 떠올립니다. 그토록 깊이 묻어 두었던 이유는, 너무도 아프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이기에 아무도 몰랐지만, 사실은 떠올리기조차 힘겨운 아픈 기억이 그 마음 속에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이제 박하선은 조심스레 그 기억을 꺼내어 다시 열어 보는군요. 결코 가볍게 취급할 수도 없고, 껍데기만으로 대할 수도 없는 윤지석의 진심을 마주하고 섰기 때문입니다. "겨울의 짧은 황혼 앞에 서 본 적 있니?" 하고 묻던 그녀의 옛 친구는 누구였을까요? 누가 그녀의 마음에 이토록 단단한 빗장을 채우고 떠나갔을까요?

한 해를 보내는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윤지석은 오랫동안 지녀왔던 사랑을 박하선에게 고백했지만 그녀의 반응은 별로 긍정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며칠 잠도 못 자면서 고민하던 박하선은 윤지석에게 완곡한 어조로 거절의 뜻을 밝혔지요. "저한테 윤선생님은 언제나 웃으면서 만나고, 가끔은 맘 놓고 화도 내는, 너무 편하고 소중한 사람이세요. 그래서 지금 같은 이런 관계를 깨고 싶지가 않아요. 미안해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박하선이 이렇게 이기적인 캐릭터였나 싶을 정도로 의아했습니다. '가끔은 맘 놓고 화도 내는' 그 부분 때문에 저는 박하선이 윤지석을 무의식중에 좋아하고 있다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윤지석의 사랑 고백을 똑부러지게 거절하는 이유가 그저 '가끔씩 맘 놓고 화도 낼 수 있는 편한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서' 라니 정말 황당했습니다.

하지만 윤지석도 쉽게 포기할 수 없죠. 그는 박하선에게 과감히 말합니다. "미안한데, 나한테 박쌤은 더 이상 편하기만 한, 그런 사람 아니에요. 박쌤 마음이 불편하더라도, 나는 계속 좋아할 겁니다..." 지금까지의 태도를 보아서는 박하선도 분명 윤지석에게 마음이 없지는 않은 듯한데, 고영욱의 막무가내 고백을 받아주었던 것과 달리 심하게 망설이는 모습은 좀 석연치가 않습니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밥 한 번 같이 먹자는 윤지석의 거듭된 데이트 신청을 박하선은 계속 거절합니다. 급기야 윤지석은 할 줄도 모르면서 실내 암벽등반 연습장에까지 그녀를 따라와, 혹시라도 자기가 이기면 밥 한 번 같이 먹자면서 내기를 신청합니다. 하지만 수년째 암벽등반 경력을 쌓아온 박하선의 실력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죠.

깨끗이 패배를 인정한 윤지석과 헤어지고 돌아온 박하선은, 그의 반 학생인 사촌동생 김지원을 통해 윤지석이 사실은 고소공포증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박쌤이랑 밥 한 번 먹으려고 목숨 걸었는데..." 라고 한 말은 농담이 아니었던 거죠. 게다가 백진희를 통해 자신을 향한 윤지석의 마음이 생각보다 무척 오래되었고 맘고생도 심했음을 알게 된 박하선은 새로운 결단을 내립니다.

그녀가 먼저 전화를 걸어 밥 한 끼 먹자고 청하니, 윤지석은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습니다. 그토록 꿈꾸던 시간이 막상 눈앞에 닥쳐오자 정신이 하나도 없나 보군요. 평소와 달리 허리를 90도로 굽혀서 인사하질 않나, 그녀의 목도리가 낀 줄도 모르고 차 문을 쾅 닫아버리질 않나, "아는 스테이크가 추천해 준 형이 있는데요..." 하면서 말실수를 하질 않나, 레스토랑에서 그녀의 의자를 빼 준답시고 설치다가 둘이 나란히 앉게 되는 해프닝을 연출하지 않나... 윤지석의 거듭되는 실수는 시트콤 특유의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정말 귀엽고 웃겼어요.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박하선도 좀처럼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군요.

하지만 머뭇거리던 것에 비해서 너무 쉽게 데이트를 허락한 박하선의 속마음이 왠지 불안합니다. 이 데이트가 끝났을 때, 과연 윤지석은 지금처럼 기분좋게 웃을 수 있을까요?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온 세상을 가득히 물들이던 석양의 붉은 빛도 이상했습니다. 마치 지훈과 세경의 마지막 길에 퍼붓던 빗줄기처럼 심상치 않은 느낌...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슬픈 예감이 솔솔 밀려들었죠.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은 다, 그게 짧게 지속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겨울 황혼처럼... 누군가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도... 제가 그랬죠? 제가 정말 맘 놓고 장난치거나 웃거나 화낸 사람은, 윤선생님 밖에 없다고, 그만큼 윤선생님은 저한테 소중한 분이시라고... 연애는 아름답지만, 저렇게 사라지는 저녁 노을같은 것일 수도 있는데, 그게 사라지고 나면 윤선생님은 제 곁에 없고 아픈 기억만 남을까봐 두려워요.."

오리무중이던 박하선의 마음은 이 말로써 약간 윤곽이 잡혔습니다. 100% 연애 감정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녀가 윤지석을 아주 많이 좋아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아마도 그의 존재가 사라지면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고 상처도 피할 수 없겠지요. 박하선은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닥쳐오지도 않은 일을 벌써부터 겁내며 시작조차 못하는 이유는, 너무나 아팠던 과거의 기억이 마음에 빗장을 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지석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를, 박하선은 애써 확인하려 하지 않습니다. 친구인 듯 연인인 듯 애매한 상태로 놓아두기를 원합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녀도 모를까요? 자신들의 관계가 순수한 친구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대편에서 이미 선을 넘은 이상 앞으로는 더욱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알면서도 염치불구하고 친구로 지내자 하는 이유는, 윤지석과의 관계가 박하선에게도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연인 관계가 되면 친구일 때보다 헤어지기 쉽다는 것을 그녀는 경험상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겨울 황혼처럼 짧은 행복이 지나간 후, 소중한 그 사람을 영영 잃게 되면 어쩌나 싶어서 두려운 겁니다.

고영욱의 프로포즈를 비교적 쉽게 받아주었던 이유도 분명해졌습니다. 고영욱에게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쉬웠던 거죠. 짧은 연애가 끝나고 헤어져도 큰 상처는 받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묘한 안도감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박하선은 사랑하지 않았던 고영욱과의 이별조차 쿨하게 넘기지 못하고 꽤 오랫동안 힘들어했지요. 그녀는 너무나 이별에 약해서 좀처럼 적응을 못하는군요. 이런 박하선이 윤지석의 고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그녀에게 윤지석이 고영욱보다 훨씬 더 소중한 사람이라는 증거입니다. 굉장히 모순되는 듯하지만, 과거의 상처에 갇혀 있는 그녀의 마음 속에서는 이것이 진실입니다.

"왜 그렇게 끝난다고 생각해요? 안 그래요... 나는 안 그럴 자신 있는데..." 윤지석이 확고한 마음으로 설득해 보려 하지만, 아직은 그녀의 빗장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미안해요, 윤선생님... 진심으로, 우리 그냥 지금처럼 지내요..." 하지만 윤지석은 실망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워낙 말주변이 없어서 그런다며 짧은 편지를 써서 그녀의 손에 전달하는군요. "어제 하선씨 말 들으면서,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어서 이렇게 펜을 들고 몇 자 적습니다. 하선씨가 느끼는 그런 마음 이해해요. 뭐가 두렵고 걱정되는지...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난 하선씨 옆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릴 거라는 거... 언제까지나..."

평생 운동만 해 온 남자이다보니 맞춤법에 익숙치 않아서, 그 짧은 편지에도 틀린 글자가 적잖이 눈에 띕니다. 국어 교사인 박하선은 습관처럼 빨간 펜을 들어 교정하기 시작하는데,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정말 알 수가 없네요. 그녀의 마음에 단단히 채워진 빗장의 열쇠는 과연 누가 간직하고 있을까요? 저의 개인적 소망으로는 그 사람이 꼭 윤지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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