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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 알리의 안녕, 그녀의 인사였을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불후의 명곡' 알리의 안녕, 그녀의 인사였을까?

빛무리~ 2011. 12.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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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알리가 직접 작사 작곡했다는 노래 '나영이'의 가사를 처음 접했을 때,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섬뜩함과 오싹함을 느꼈습니다. 일단 가사 내용이 너무 원색적이었을 뿐 아니라, 그 표현들이 심하게 잘못되어 있었기 때문에 황당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끔찍한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였던 그 어린아이는 청춘을 버린 것도 아니고 몸을 팔거나 영을 판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남의 인생을 가리켜서 대놓고 "불쌍한 인생아" 하고 부르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고, 게다가 '더럽혀진 마음'이라는 표현은 더욱 말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몸의 상처보다 몇 배나 컸을 마음의 상처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어도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보다 무척 힘든 삶을 겪어 나가야 하겠지요. 하지만 그 아이의 앞날을 걱정하고 위로하기 위해서라면 "진실한 사랑을 원할 때 너는 느낄 수 있을까? 지킬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부정적인 어법을 써서는 안 되는 거였습니다. 위로하고 격려하기는 커녕, 오히려 "너는 사랑할 수 없을 거야" 라고 말하며 희망을 죽이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요.

"네 마음을 믿어" 하는 마지막 부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가사는 치명적 실수와 오류의 표현들로 가득했습니다. '불후의 명곡2' 출연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실력파 가수 알리, 한동안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그녀의 기세는 이번 사건으로 완전히 꺾이고 말았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도덕적'인 면에서는 시각에 따라 여러가지 다른 해석이 존재할 수 있겠지만, 일단 뮤지션으로서 그녀의 작사 능력은 함량 미달이라는 점이 이로써 증명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가사를 읽은 후 등골이 오싹해지고 소름이 끼쳤던 이유는, 그 잘못된 표현들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표현이나 단어들과는 상관없이 그 가사 안에서 저절로 뿜어져 나오는 음산한 상처의 기운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가사를 읽으면서, 알리가 그 어린아이의 상처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어떻게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의 상처에 이렇게까지 깊이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지요. 비록 표현들은 너무나 잘못되어 있었지만, 그녀의 진심에는 악의가 없음을 저는 느꼈습니다.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제 마음에는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남의 상처를 들쑤셔 돈벌이에 이용하려 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알리를 성토할 때, 제가 그 대열에 동참할 수 없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제 마음의 느낌이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차마 알리를 향해 "너 나빠!" 라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기자회견을 통해 알리의 충격적 과거가 밝혀졌습니다. 3년 전, 나영이와 비슷한 시기에 알리도 끔찍한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였지요. 그제야 비로소 저는 그 정체모를 소름끼침의 원인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알리는 가사 안에 타인이 아닌 자신의 상처를 담았고, 저는 글쓴이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받았던 것입니다. 잘못된 표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이토록 생생히 전달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체험이었습니다.

차마 공개하기 힘든 상처를 세상에 고백했지만, 알리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절반 정도밖에 따뜻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아픔을 동정하며 이해해 주는 사람들도 생겼지만, 오히려 더욱 차가운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번 일로 더욱 큰 상처를 입은 그 어린아이와 가족들에게 직접 사과할 생각은 않고, 기자회견을 통해 대중들에게만 면죄부를 받으려 한다면서 말이지요. 성폭행 피해 아동을 돕기 위해 음원 수익을 기부하겠다든가 하는 의사 표현도 없이, 돈 받고 파는 앨범에 그 노래를 실었다는 것 자체가, 화제성을 노린 돈 욕심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도 말합니다.

그녀를 비난하는 시각에도 충분한 일리가 있으니 무조건 감싸줄 수는 없겠군요. 하지만 알리는 집안도 좋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연 자신의 끔찍한 상처를 세상에 공개하면서까지 몇 푼의 돈을 더 벌고 싶었을지는 의문입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마음속 진실이야 모를 일이지만, 분명히 이번 사건으로 알리는 엄청난 타격만을 입었습니다. 야심차게 발표했던 첫 앨범은 전량이 수거 파기되었고, 여자로서 숨기고 싶었던 과거의 상처는 적나라하게 온 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그녀가 얻은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12월 17일자로 방송된 '불후의 명곡2'는 이번 파문이 일기 전에 녹화된 분량이었습니다. 전설로 초대된 가수는 김태화, 정훈희 부부였지요. 알리는 김태화의 명곡 '안녕'을 선택했고, 언제나처럼 훌륭한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아직 하차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며 제작진과 의견 조율 중이라고 하지만, 여론이 싸늘한 만큼 어쩌면 이것이 '불명2'에서 보는 알리의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필 이 무대에서 부른 노래의 제목이 '안녕'이라는 것도 뭔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바비 인형처럼 늘씬하고 예쁘장한 외모의 걸그룹 아이돌 천하... 그 속에서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여가수 알리가 설 자리는 결코 넓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 모처럼 기회를 잡아 훨훨 나는가 싶었는데, 날개를 활짝 펼치기도 전에 꺾여 버렸으니 참 운명도 얄궂습니다. 물론 그녀 자신이 커다란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요. 알리의 꺾인 날개는 과연 다시 회복될 수 있을까요? 그녀의 노래 '안녕'은 우리에게 건네는 인사가 되어버린 걸까요? 이별의 슬픈 감정을 가득 실어서 부르는 '안녕'은 더욱 쓰라리게만 들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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