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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소이의 죽음? 가슴 떨리는 비극의 예감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뿌리깊은 나무

'뿌리깊은 나무' 소이의 죽음? 가슴 떨리는 비극의 예감

빛무리~ 2011. 12. 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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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는 이제 막바지 3회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21회에서는 지금껏 생각도 못했던 처절한 비극이 살짝 예고된 듯한 느낌이 들어 제 마음을 불안하게 합니다. 광평대군(서준영)은 역사적으로도 이 무렵에 죽었다고 기록되어 있는지라, 죽음의 상황에 대한 극적인 각색은 있겠지만 어쨌든 오래 살지 못할 것을 예감했었지요. 그러나 여주인공 소이(신세경)는 세종(한석규), 강채윤(장혁)과 더불어 드라마의 처음과 끝을 책임져야 할 인물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번도 그녀의 죽음을 예상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막판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뿌나' 리뷰의 스크롤 압박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밀본의 수령 정기준(윤제문)은 세종의 글자를 막기 위해 어떠한 수단 방법도 가리지 않을 것임을, 단순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써 만천하에 선포했습니다. 정윤암에서의 만남 당시, 정기준은 세종을 죽이기 위해 강채윤을 자극하여 자신을 먼저 죽이게 만들려 했었고, 그 다음으로는 광평대군을 살해하여 그 시신을 세종에게 보냈습니다. 한글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걸 뿐 아니라 얼마든지 살인도 불사하겠다는 극강의 선전포고였습니다. 이 악랄함에 맞서야 하는 세종은 한글 수호를 위해 또 하나의 과정이 필요하게 되었음을 절감합니다. 국가적으로 시행하는 '반포' 외에, 백성들 사이에 글자의 씨앗을 퍼뜨리는 '유포'가 바로 그것입니다.

궁녀 4인방에게 막중한 소임을 내려 궁 밖으로 내보내기 전에, 세종은 강채윤과 소이를 불러 간곡한 어조로 당부의 말을 건넸습니다. "채윤아, 글자의 반포는 내가 맡을 것이나, 유포는 소이가 맡아야 할 것이다... 이는 위험한 일이니 네가 지켜줘야 한다. 그 일이 완수되는 날, 너는 소이와 함께 떠나거라! 그 때까지 소이를 내 사람으로 남겨줄 수 있겠느냐?" 강채윤이 기꺼이 고개 숙여 명을 받드는데, 갑자기 소이가 나서서 말합니다.

"전하, 저 또한 약조받을 일이 있사옵니다. 혹여 소인이 그 일을 하다 위험에 처하고 죽는다 하더라도, 전하께서도 오라버니도 저를 찾는데 시간을 쓰시면 아니됩니다. 누구의 죽음도 우리의 앞길을 막아서는 아니됩니다!" 그러자 세종이 굳건한 어조로 소이의 말을 받습니다. "그것은 나 또한 그러하다. 설령 내가 죽는다 하더라도 너희는 너희의 임무를 끝까지 완수해야 한다!" 그렇게 비장한 약속을 뒤로 하고, 이제 소이와 강채윤은 궐 밖에서 한글 유포 작업에 한창입니다.

밀본의 정기준도 곧 낌새를 알아차리고 궁녀들을 쫓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은근히 정기준의 독단에 불만을 품고 있던 이신적(안석환)과 심종수(한상진)가 결국 밀본을 배신하고 말았군요. 이제 그들의 입장에서는 정기준보다 먼저 궁녀들을 붙잡고 해례를 확보한 이후, 그것을 빌미삼아 정기준을 압박하는 것만이 살 길입니다. 정기준의 수중에는 자신들의 서명이 적힌 밀본지서가 있고, 수많은 성균관 유생들이 정기준을 따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정기준을 굴복시킬 수만 있다면 그의 모든 세력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고 그들은 계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욕심이 과한 것인지 머리가 나쁜 것인지, 둘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이신적과 심종수는 제각각 독자 노선을 선택하는군요. 그래서 궁녀들의 행방을 쫓는 밀본의 추격전은 복잡한 3파전의 양상을 띠게 됩니다. 정기준이 파견한 반쪼가리 살수 윤평(이수혁), 이신적의 청탁을 받고 태평관에서 출동한 명나라 자객 여인, 그리고 심복 한 사람만 거느린 채 몸소 출동한 심종수, 이 3개의 추격팀이 궁녀들의 신변을 조여 옵니다.

4명의 궁녀들도 그 동안 2개 팀으로 분리되어 있었군요. 거지와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쳐서 한글을 퍼뜨리려는 소이와 덕금은 창암골에 자리를 잡았고, 무당으로 분장하여 한글 부적을 통해 주문처럼 글자를 퍼뜨리려는 목야와 근지는 또 다른 마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목야와 근지 팀은 부적으로 사용할 종이(괴황지)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덜미를 잡히고 말았군요. 종이를 사러 간 사람은 강채윤의 겸사복 친구 초탁이였는데, 이 녀석은 뻔히 윤평에게 자기 행적이 발각된 줄을 알면서도 다른 쪽으로 새지 않고, 꼬리를 줄줄이 단 채 곧장 궁녀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으니 그 아둔함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염려했던 대로 강채윤도 하필 그 자리에 없었으니, 박포와 초탁이 둘만의 실력으로는 윤평과 그 패거리를 당해낼 수가 없었지요. 싸움이 벌어진 사이에 허겁지겁 달아나던 목야와 근지는 각각 다른 쪽으로 잡혀가는데, 명나라 자객 여인에게 붙잡힌 근지는 미혼향에 취해서 소이의 거취를 발설하고 맙니다. 이어서 들이닥친 심종수도 근지의 입으로부터 '창암골'이라는 단서를 알아내고 곧바로 추격을 시작하는데, 근지의 횡설수설하는 모양이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미혼향에 취해서 처음 말할 때는 "애초부터 해례는 없었다"고 했는데, 나중에 심종수에게는 "해례가 창암골에 있다"고 말을 바꾸었던 것입니다.

알고 보니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찾던 해례(解例)는 책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한글 창제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머릿속에 스캔하고 있는 세종의 최측근 소이, 그녀였습니다. 뒤늦게 물벼락을 맞고 정신을 차린 근지는 강채윤에게 말합니다. "빨리 창암골로 가서, 해례를 지키세요!" 소이가 바로 해례이고 밀본의 표적이 되었음을 알게 된 강채윤은 마음속으로 절규합니다. "소이가 위험해!" 그 애타는 발걸음의 다급함이야 무엇으로 표현할까마는, 왠지 느낌이 쎄하군요.

불안한 이유 1 : 강채윤의 태평스런 미소

사실상 강채윤을 향한 세종의 당부는 더없이 비장한 것이었습니다. "위험한 일이니 네가 지켜주어야 한다" 이 말의 뜻은 사랑하는 그녀가 위험에 처하고 죽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으니까요. 저는 여기서 당연히 강채윤의 표정이 심각해질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어린애같은 성품의 강채윤은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골라서 들었군요. "그 일이 완수되는 날, 너는 소이와 함께 떠나거라.." 꿀처럼 달콤한 이 말에 벌써부터 행복에 잠긴 이 녀석은, 그 일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아직도 체감하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광평대군의 처참한 죽음을 보고서도 경계심을 잊다니, 강채윤처럼 단순한 사내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흡사 마약에 취하듯 이성을 잃게 만드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채윤은 그저 하루빨리 세종이 맡긴 일을 후딱 해치우고, 소이와 부부의 연을 맺어 알콩달콩 살게 될 날만을 그리는 중입니다. 세종 앞에서도 심각한 기색 하나 없이 좋아서 헤벌쭉 웃더니, 창암골에서 소이와 함께 일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강채윤의 입가에선 흐뭇한 미소가 떠나질 않는군요. 시시각각 닥쳐오는 위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녀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해하는 강채윤의 미소가 저는 불안합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렇게 불안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불안한 이유 2 : 죽음을 예감한 듯한 소이

소이는 지금껏 수많은 위험에 처했지만 두려워한 적이 없습니다. 가냘픈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지닌 그녀는, 한 번도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거나 절망적인 단어를 입에 올린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세종이 힘을 잃고 주저앉으려 할 때마다, 더없이 강인한 말들로 주군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아직 말문이 트이지 않았던 당시, 흰 종이 위의 검은 글씨로 폭풍처럼 질주하던 그녀의 격려... "전하의 책임이 아니옵니다!" 를 기억하십니까? 소이는 세종에게 가장 필요한 말, 가장 도움이 되는 말들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소이가 이제 입을 열어 죽음을 말합니다. 물론 굳건한 다짐을 하자는 뜻에서 꺼낸 말이었지만, 왠지 심상치가 않습니다. 원래 그녀의 성품대로라면 "모든 일은 반드시 잘 될 것입니다. 저는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와, 전하께 기쁜 마음으로 하직 인사를 올린 후 떠나겠습니다!" 라고 긍정적인 말을 해야 어울렸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마치 죽음을 예감이라도 한 것처럼 "제가 죽더라도 걸음을 멈추지 마시옵소서!" 라고 말했다는 것이 저는 몹시 불안합니다.

불안한 이유 3 : 소이의 존재를 지나치게 부각시킨다는 점

해례(解例)란 보기를 들어 풀이한다는 뜻이니, 말하자면 한글을 가르치는 교본이나 해설서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소이의 기억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다른 누구보다도 그 역할에 적임자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사라진다 해서 한글의 해례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한글과 그 모든 원리는 세종을 비롯한 집현전 학사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고, 갖가지 자료들도 남아 있을 테니까요. 설령 소이가 죽는다 해도, 해례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녀를 대신하여 또 만들면 그뿐입니다. 이미 창제 과정이 마무리된 이상, 소이의 역할은 예전처럼 크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이상할 만큼 소이의 존재를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마치 그녀가 유일무이한 해례인 것처럼, 그녀가 없어지면 한글도 사라지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단 말이지요. 세종이 더 이상 아픔을 겪지 않고 무난히 한글의 반포와 유포에 성공하게 될 거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강채윤과 소이의 앞날에 핑크빛 행복한 미래가 펼쳐질 거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이쯤에서는 서서히 놓아주어도 될 듯한 소이의 존재를 막판까지 너무나 부각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저는 불안합니다.

아마도 소이는 광평대군의 뒤를 이어, 우리 민족의 보물인 한글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제물로 목숨을 잃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종이 한글로 불경을 인쇄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정기준은 치미는 분노에 야수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지요. 그런데 설상가상 이신적과 심종수의 배신을 알게 되었으니 어쩌면 그 다혈질에 이성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그 상황에서 소이가 잡혀 온다면, 한 치의 두려움도 보이지 않는 그녀의 의연함에 울화통이 터진 정기준은 어쩌면 직접 그녀를 살해하지 않을까요? 세종에게 소이가 어떤 존재였는지를 감안한다면, 세종을 사무치도록 증오하는 정기준의 손에 그녀가 죽는 것은 가장 극적인 설정입니다.

더구나 이번에 정기준은 윤평의 손을 빌릴 수도 없습니다. 마음속으로 소이를 흠모해 온 윤평은 오히려 그녀를 구하려다가 평생 모셔 온 주군 정기준의 손에 함께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된다면 '뿌나' 최고의 순정남 타이틀은 강채윤이 아닌 윤평에게로 돌아가겠군요. 흠, 끝없이 뻗어가는 이 슬픈 상상력이라니...;;

만약 다음 회에서 소이가 죽는다면, 남은 2회는 여주인공 없이 진행해야 되겠군요... 무리일까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 소이는 벌써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다했기 때문에, 그녀가 이쯤에서 장렬히 퇴장해도 스토리의 진행에는 별 무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이 드라마의 핵심은 '멜로'가 아니라 '한글'이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강채윤과 소이의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한글이 얼마나 어렵게 만들어졌고 얼마나 많은 희생을 통해 지켜져 왔는지, 그 과정을 최대한 드라마틱하게 표현하여 감동을 극대화시킴으로써, 한글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유산인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소이를 잃은 강채윤과 세종의 처절한 슬픔은 오히려 더욱 굳건한 한글 수호 의지를 불태우게 하는 원동력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특히 사랑하는 그녀와 함께할 행복한 나날을 눈앞에 두고 있다가 삽시간에 모든 희망을 잃게 된 강채윤은, 그 옛날 아버지를 잃었을 때처럼 눈이 뒤집히지 않겠습니까?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강채윤의 독기는 밀본을 소탕하는 데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입니다. 최종회는 아마도 세종과 정기준의 제2차 끝장토론, 그리고 정기준의 최후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군요...... 가슴 떨리는 이 비극의 예감이 과연 맞을지, 아니면 그저 무난한 해피엔딩을 선택할지, 이토록 탁월한 작품을 탄생시킨 김영현 작가의 마지막 선택이 매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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