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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같아라' 김미숙, 또 한 번 악역에 도전하나? 본문

드라마를 보다

'오늘만 같아라' 김미숙, 또 한 번 악역에 도전하나?

빛무리~ 2011. 12. 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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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드문 수작이었던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인물은 주인공들보다 오히려 악역 김미숙이었습니다. 이제껏 주로 선역을 맡아 왔던 김미숙은 차분한 표정과 기품있는 말투로, 눈 한 번 부릅뜨지 않고 언성 한 번 높이지 않으면서도 누구보다 소름끼치는 악역 백성희를 훌륭히 소화해냈었지요. 오직 돈을 가로채기 위해 살아있는 남편을 죽은 사람으로 만들고, 아픈 아이를 먼 곳에 내다 버렸으며, 가족들을 뿔뿔이 헤어지게 만들고, 사랑하는 연인 사이를 갈라놓으려 하는 백성희의 악행에는 정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역할에 100% 몰입하여 진짜 백성희가 된 듯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었던 김미숙은 '선덕여왕'의 미실 고현정보다 한 발 앞서 '악역 전성시대'를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새로 시작된 드라마 '오늘만 같아라'에서 김미숙이 맡은 배역 윤인숙의 모습이 심상치 않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악역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어머니에 불과하지만, 진짜 선역이라면 결코 그렇게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거짓말을 밥먹듯 해댈 수는 없습니다. 윤인숙의 애절하고 슬픈 표정은 마치 그녀를 억울한 피해자처럼 보이게 하지만, 따지고 보면 현재 그녀는 모든 가족들을 감쪽같이 속임으로써 마땅히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교묘히 회피하고 있습니다. 엉뚱하게도 가장 큰 피해자가 된 사람은 그녀의 아들 장지완(이재윤)입니다.

이재호의 아이를 가진 채로 장춘복(김갑수)과 결혼한 그녀는 이제껏 남편 한 사람을 제외한 모두를 속여 왔습니다. 가족들도 친지들도 진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윤인숙의 시어머니 오갑분(김영옥)은 금쪽같은 손자 장지완이 자기 아들의 씨가 아니라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고, 이재호의 여동생 이재경(견미리) 역시 죽은 오빠가 아들을 남겼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못 했습니다. 이 엄청난 속임수에 있어서는 장춘복과 윤인숙이 공범이라 하겠지만, 남의 자식을 기꺼이 제 자식으로 끌어안았던 장춘복의 희생적인 사랑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데 비해, 제 자식의 아비를 속이고 그 짐을 장춘복의 어깨에 지움으로써 세상의 비난을 피하며 살아온 윤인숙의 인생은 따지고 보면 참으로 가증스런 삶이었습니다.

그런데 장지완이 하필 이재경의 딸 문희주(박시은)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평생토록 간직하려 했던 윤인숙의 비밀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사촌남매임을 알고 있는 장춘복과 윤인숙은 필사적으로 결혼을 반대했지만 다 큰 아이들의 사랑과 고집을 무슨 수로 말리겠습니까? 결혼해선 안 될 이유를 납득하지 못한 장지완은 부모에게 실망했다며 가출까지 해버렸으니, 이대로는 근친간의 결혼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윤인숙은 어쩔 수 없이 아들에게 진실을 밝히기에 이릅니다.

장지완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죠. 하루 아침에 아버지가 바뀐 것만도 기절할 노릇인데, 그 덕분에 결혼하려던 여자와도 영영 헤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을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자기 책임은 아니지만 사촌누이를 사랑했다는 사실은 장지완의 가슴에 묘한 죄책감을 심어 주었습니다. 문희주가 자신과 똑같은 수치심을 품고 살아가기를 바라지 않는 장지완은 차마 그녀에게 진실을 알리지 못하고 스스로 나쁜 남자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부모님의 반대를 이유로 다짜고짜 이별을 선언하는 장지완의 태도에 놀란 문희주는 헤어질 수 없다고 매달리지만, 그녀를 떼어낼 수밖에 없는 장지완은 "너를 한 번도 여자로 본 적 없다"는 잔인한 소리를 하면서 배신남이 되고 말았습니다.

문희주의 엄마 이재경도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결국 딸에게 항복하고 장춘복을 찾아와서 결혼을 승낙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나 장춘복의 완강한 태도에 한 발 물러선 이재경은 다시 한 번 그의 집을 찾아가는데, 혼자 집을 지키고 있던 오갑분은 한 때 상전으로 섬기던 재경아가씨의 부탁에 그저 황송해하며, 어떻게든 자신이 나서서 그 결혼을 성사시키겠다고 승낙하고 맙니다. 할머니가 나서서 손자의 결혼을 적극 지지하기 시작했으니 장춘복과 윤인숙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지고 말았지요. 그런데 이 때 윤인숙의 초강수가 등장했습니다.

"지완이한테 다시 한 번만 물어보고요, 그래도 꼭 해야겠다면 결혼 시킬게요!" 윤인숙은 이렇게 말함으로써 오갑분을 진정시키는데 성공했지만, 그녀의 폭탄 선언에 장춘복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맙니다. 장지완이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윤인숙은 장춘복에게 숨겼거든요. 아들을 잃고 싶어하지 않는 장춘복의 마음을 배려해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이로써 윤인숙은 남편까지 속이는 여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당신 어쩌려고 그래요?" 불안해서 쩔쩔 매는 장춘복에게 윤인숙은 자신있게 말합니다. "저는 지완이를 믿어요. 우리 아들은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윤인숙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아들을 믿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미 진실을 알고 있는 장지완은 결코 문희주와의 결혼을 선택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치미 뚝 떼고 시어머니와 남편 앞에서 거짓말을 한 윤인숙은 이로써 무거운 책임을 벗고 아들에게 모든 고통과 뒷수습을 떠넘겼습니다. 이제 윤인숙은 아들의 결혼을 허락한 좋은 엄마가 되었지만, 장지완은 사랑하는 여자를 결혼 직전에 배신한 나쁜놈이 되고 만 것입니다. 사태를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장지완이 홀로 질 수밖에 없게끔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의 원인은 윤인숙 그녀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이제껏 드라마에서 자식을 괴롭히는 어머니가 등장한 적은 꽤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윤인숙이 아들 장지완에게 안겨준 고통은 가히 최고 수준이라 하지 않을 수 없군요. '찬란한 유산'의 백성희 만큼은 아니지만, 기품있는 얼굴로 남편을 속이고 시어머니를 속이고 주변 사람들 모두를 속이면서 살아가는 윤인숙의 캐릭터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심상치 않은 악역입니다. 이렇게 김미숙은 또 한 번 악역에 도전하는 셈인데, 앞으로의 내용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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