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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광평대군, 부친을 꼭 닮은 호랑이 아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뿌리깊은 나무

'뿌리깊은 나무' 광평대군, 부친을 꼭 닮은 호랑이 아들

빛무리~ 2011. 11. 2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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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까지는 거의 단역에 지나지 않았던 광평대군(서준영)의 존재감이 15회에 이르러 극대화되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세종대왕의 다섯째 아들인 광평대군은 부왕 못지 않게 학문에 힘써 사서삼경 등에 능통하였고 국어, 음률,산수에도 밝았으며, 서예와 격구에도 능하였다 합니다. 또한 성품이 너그럽고 용모마저 아름다웠으나, 안타깝게도 20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하고 말았다는군요. 그는 이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유일한 왕자로서 부왕의 한글 창제를 적극 돕고 있습니다.  

1. 호랑이 아들 광평대군의 신념과 기개

사대부의 거센 반발을 일단 잠재우고자 한글 연구 자료들을 몰래 옮기려던 광평대군(서준영)과 궁녀 소이(신세경)은 밀본에 의해 납치를 당하지만, 다행히도 강채윤(장혁)의 손에 구원을 받았습니다. 세종(한석규)의 곁에 남겠다는 소이의 뜻이 워낙 완강하므로 강채윤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두고 떠나려 했었지만, 이제 다시 그녀가 위험에 처하고 목숨이 위태로워진 상황을 또 한 차례 목격하게 되자 울화통을 터뜨리고 맙니다. 강제로 그녀를 질질 끌고서라도 데려가려 하는데, 광평대군이 급히 달려와 막아섭니다. 부왕의 한글 창제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소이는 그 작업에 꼭 필요한 인재인데 그냥 데려가도록 놓아둘 수야 없는 일이었습니다.

"대군마마께서 상관하실 일이 아니옵니다!" 강채윤은 자기 눈앞에 서 있는 왕자의 존재를 싸늘히 무시해 버리고, 소이에게만 울분을 털어놓습니다. "왜 너만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임금은 편안히 궁에 앉아서 명만 내리고, 왜 너만 여기저기 헤매면서 목숨 거는 거냐고? 너 이용당하는 거야. 네 재능과 마음을 모두 임금이 이용하는 거라고!" 듣다 못한 광평대군이 "네 이놈, 무엄하다!" 고 외쳤으나 강채윤은 들은체도 하지 않습니다. "소이, 너 결국엔 이용만 당하고 버려질 거야. 네 목숨 버리게 된다고 이 등신아!" 그러자 광평대군이 말합니다. "아바마마께서도 목숨을 거신 일이다!"

소이도 광평대군을 거들어 강채윤을 설득합니다. "맞아, 우리보다도 훨씬 더 무겁게 거신 일이야!" 그러나 강채윤은 납득하지 못합니다. 벌써 이 일과 연관되어 학사가 세 명이나 죽었는데도 임금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하찮은 인간의 목숨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그 잘난 대의만을 추구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백성 한 사람의 목숨을 자기 목숨보다 더 귀히 아끼는 부왕의 뜻을 너무도 몰라주는 강채윤을 보며 광평대군도 울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너는 전하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나!" 그러자 강채윤은 내기를 제안합니다.

"글자를 포기하지 않으실 경우 대군마마의 목숨이 위태롭게 된다면 전하께서는 어떤 결정을 내리실까요?" 광평대군은 부왕께서 아들인 자신을 포기하고서라도 글자를 지키실 거라 단언했고, 강채윤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내기는 성립되었습니다. 광평대군이 이길 경우 강채윤은 세종의 곁으로 돌아가 그의 협력자가 되기로 했으며, 강채윤이 이길 경우 광평대군은 기꺼이 자기 목숨을 내어놓기로 했습니다. 시종일관 한 점의 두려움이나 흔들림 없이 굳건한 신념과 기개를 보여주는 광평대군의 모습은 감동적이었습니다. 과연 호랑이의 아들은 호랑이일 수밖에 없나 봅니다.

2.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한글의 압도적 우수성

세종이 강채윤이라는 인재를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알기에, 광평대군과 소이는 어떻게든 그를 설득하여 세종의 곁으로 데려가려는 노력을 계속합니다. 광평대군이 내기에 이긴다 해도 그 마음을 승복시키지 못한다면, 껍데기뿐인 육신을 끌고 가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한글 창제의 필요성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는 강채윤을 설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백성들은 먹고 살기에 바빠서요, 글자를 배우고 싶어도 배울 시간이 없습니다. 양반님네들이야 공부하는 게 일이니까, 5만 자나 되는 한문도 척척 외우실 수가 있겠지요. 하지만 백성들은 새벽부터 오밤중까지 온 몸이 닳도록 일해야만 먹고 살 수가 있어요. 그게 백성의 삶입니다. 도대체 언제 시간을 내서 글자를 배운단 말입니까?"

광평대군이 외쳤습니다. "아직 해보지도 않았잖느냐? 할 수 있다!" 그러나 강채윤은 코웃음을 칩니다. "저는 5만 자의 한자 중에서 고작 천 자를 배웠을 뿐이지만, 얼마나 힘들고 오래 걸렸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백성들이 글자를 배워요? 도대체 전하의 글자는 몇 자나 되십니까? 5천 자요? 3천 자? 아니면 천 자입니까?" 그러자 광평대군이 차분한 어조로 대답합니다. "스물 여덟 자!" 강채윤은 자기 귀를 의심하며 묻습니다. "천 스물 여덟 자요?" 광평은 고개를 젓습니다. "아니, 그냥 스물 여덟 자다!" 강채윤이 어이없다는 듯 다시 코웃음을 칩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이 헛간 안에 있는 물건만도 스물 여덟 가지가 넘습니다. 그런데 글자는 세상을 다 담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고작 스물 여덟 자 안에 만 가지, 이만 가지를 담을 수가 있단 말입니까?"

강채윤의 비웃는 얼굴을 조용히 응시하며, 광평대군은 확신에 가득찬 어조로 대답합니다. "만 가지, 이만 가지가 아니다. 십만 가지, 백만 가지도 담을 수 있다!" 옆에 있던 소이는 지필묵을 꺼내어 훈민정음의 자음과 모음 스물 여덟 글자를 삽시간에 적어내려갑니다. "이거야. 이것만 외우면 돼!" 강채윤 또한 우둔한 자가 아닌지라 그것을 보는 순간 결코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달으며, 비웃음이 사라지고 진지한 표정으로 바뀝니다.

강채윤의 비상한 두뇌는 불과 반나절만에 한글을 완전히 익히고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땅바닥에 한글로 자기의 이름도 써 보고, 담이를 만났다는 이야기도 써 보고, 아부지 보고 싶다는 말도 써 보면서 강채윤은 중얼거립니다. "이게 정말 가능한 거야? 정말로 모두가 글을 쓸 수 있는 세상이... 올 수도 있는 건가?" 소이가 와서 자기가 막 쓴 글자를 정확히 읽는 것을 보면서도 반신반의합니다. "정말 이게 맞아?" 소이가 대답합니다. "응, 맞아. 오라버니는 다 배운 거야. 반나절만에."

지금껏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해 왔지만, 스스로 체험한 이상은 믿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강채윤은 세종의 한글 창제 사업이 결코 무의미한 일이 아님을 절실히 깨달았고, 마음으로 감복하며 그의 협조자가 되었군요. 천하에 둘도 없는 고집쟁이의 마음을 돌려놓은 것은 그 누구의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바로 한글 자체의 부인할 수 없는 우수성이었습니다. 새삼스레 뿌듯한 자부심으로 가슴이 벅차오는군요.

3. 아들을 버리고 글자를 선택한 세종... 임금이기 때문에!

조정에서는 광평대군과 소이가 밀본에게 납치되었다는 사실만 알 뿐, 중간에 강채윤이 가로챘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미 세 명의 집현전 학사를 무참히 살해한 밀본의 악랄함으로 미루어 볼 때, 그들이 행여 왕자의 목숨이라고 귀히 여겨줄 리는 없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광평대군의 목숨은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운 상황이었죠. 세종 또한 아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광평대군이 강채윤과 내기를 걸면서 한치의 의심도 없이 확신했던 것처럼, 세종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글자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한글 창제는 만백성의 삶을 이롭게 하기 위한, 더 나아가서는 세세대대로 우리 민족을 부흥케 하기 위한 세종의 숙원 사업이었습니다. 평생의 고심 끝에 이제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는데, 그것을 제 자식 한 명의 목숨을 살리자고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세종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임금이었기 때문입니다.

밀본은 곳곳에 방을 붙여 경고하기를, 세종이 경연 때에 글자를 포기하겠다 선언하지 않으면 인질로 잡고 있는 광평대군을 해치겠노라 협박했었지요. 드디어 약속된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정인지는 일단 시치미를 떼면서 시간을 벌어 보시라고 권합니다. 글자 따위는 만든 적도 없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세종은 더 이상 그런 꼼수로 피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났음을 느끼고, 과감히 정면 대결을 결심합니다. 한글 창제를 정식으로 선포하고, 반대하는 신하들과 피터지는 싸움을 시작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광평대군의 목숨은 십중팔구 희생되겠지요.

결심을 굳히고 경연에 들어가기 전, 세종은 홀로 앉아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들의 이름을 부릅니다. "광평아..." 언제나 곁을 지키며 가장 살뜰하게 아비의 사업을 도와주던 예쁜 아들인데, 아비는 임금이면서도 자식의 목숨 하나 지켜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집니다. 아들에게 미안해하는 그 마음이 어찌나 제 가슴까지 아프게 전해져 오던지요. 저도 세종과 함께 눈물 흘리며 속으로 내내 중얼거렸습니다. "울지 마세요, 전하... 울지 마세요... 왕자님은 무사하실 것입니다!"

드디어 신하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세종의 얼굴에는, 눈물 자국은 커녕 통쾌한 미소만이 가득했습니다. 아들의 목숨을 담보로 위협하며 한글을 포기하게 하려는 밀본을 향해, 세종은 거침없는 답변을 날렸습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히야~ 정말 끝내주더군요. 욕설이 저토록 멋지게 사용될 수 있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왕손을 납치하여 협박하면 과인이 네네, 무섭습니다, 따르겠습니다, 그럴 줄 알았나 보오. 이 조선의 임금과 왕실을 그토록 우습게 알았단 말인가? ...광평은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대사를 그르치기를 바라지 않는, 나의 가장 자랑스런 아들이오!"

그리고 이어서 세종은 한글 창제가 완성 단계에 이르렀음을 선포합니다. "과인이 우리의 말과 우리의 소리를 본딴, 우리 조선의 글자를 만들었소!" 곧바로 몇 명의 신하가 언성을 높이며 한글 창제의 부당함을 아뢰었으나, 그 문제에 대한 토의는 내일부터 죽도록 거듭할 것이니 준비들이나 하고 있으라는 명령을 끝으로 세종은 경연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종은 밀본에 대한 회심의 일격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정기준에 대한 속시원한 한풀이이기도 했습니다.

어렸을 때 소년 정기준은 충녕대군 이도 앞에서 태종 이방원을 가차없이 도둑놈이라 몰아붙였지요. 눈앞에서 자기 아버지를 모욕하는데 분개한 이도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휘두르는데, 한 대 맞은 정기준은 입술 한쪽을 들어올리며 신랄하게 비웃었습니다. "겨우 폭력이라니... 너도 네 아비와 다를 게 없구나!" 그 말이 소년 이도의 가슴에 깊이 박히며 평생토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들을 납치하여 죽이겠다 위협하는 밀본의 비겁한 행태는, 과거 이도가 휘둘렀던 주먹 한 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더 큰 폭력이 아니겠습니까? 세종은 신하들을 향해 말했습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이 자리에 밀본원이 있다면 수령에게 똑똑히 전해 주시오. 겨우... 폭력이라니!!! 하하하"

그러나 신하들을 등 뒤로 하고 걸어 나오는 세종의 얼굴에는 어느 새 웃음기가 사라지고 절제된 슬픔만이 가득했습니다. "광평아, 나는 이렇게 하였다... 앞으로 네가 어찌 된다 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참아낼 것이다..." 언제나 아비의 마음을 깊이 이해해 주던 아들 광평은 이번의 불가피한 선택도 이해해 주리라 믿으며, 아들에 대한 죄책감이 앞으로의 사업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인간의 자연스런 감정마저 애써 억누르려 하는 세종의 처절한 모습이었습니다.

4. 슬픔 뒤에 찾아 온 기쁨

그런데 세종이 텅 빈 편전에 홀로 들어서자 놀랍게도 광평대군과 소이, 그리고 강채윤 세 사람이 나란히 서서 그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좀전까지도 분명히 그들은 윤평(이수혁)을 비롯한 밀본의 추격팀에게 쫓기고 있었는데 어찌된 일일까요? 비록 무휼(조진웅)의 내금위가 도와주러 가긴 했지만 아무래도 도망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보였는데 말입니다. 왜냐하면 저쪽에는 윤평 외에 또 다른 고수(개파이)가 합세한 데다가, 이쪽에는 광평대군이 혼자 걷지도 못할 만큼 심한 부상을 입었으니까요.

그런데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무사히 빠져나왔을까요? 또 어떻게 그토록 빨리 궁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치 않았습니다. 세종의 슬픔이 삽시간에 기쁨으로 바뀔 수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로서는 더없이 흐뭇할 뿐이었습니다.

아비가 무정하게 버려서 죽은 줄만 알았던 아들이 멀쩡한 모습으로 눈앞에 서 있는 것을 보는 순간, 세종은 다리의 힘이 풀려서 비틀거리다가 계단에 낭패스럽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 인간적인 모습이 또 어찌나 짠하게 다가오던지요.

세종은 그렇게 주저앉은 채 아들의 얼굴을 애틋하게 어루만지고, 딸처럼 아끼던 소이의 얼굴도 반갑게 쳐다보고, 마지막에는 그토록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던 삐딱한 인재 똘복이(강채윤)에게로 흐뭇한 시선을 던집니다. 수족같은 사람들을 다 잃은 줄만 알았는데 무사히 돌아왔을 뿐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덤까지 달고 왔으니 임금의 마음이 얼마나 기쁠까요? 그와 함께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어졌습니다.

세종 앞에 엎드린 강채윤은 앞으로 두말없이 전하의 뜻을 받들겠노라고 맹세했습니다. 첫째로는 광평대군과의 내기에서 졌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한글의 우수성에 진심으로 감복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세종을 죽이기 위해 칼을 갈며 복수심 하나로 살아왔던 똘복이가, 이제는 오히려 철천지 원수로 여겼던 세종을 섬기게 되었으니 이 어찌 기적같은 일이 아닐까요?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막상 그 장면을 지켜보게 되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강채윤은 종이 위에 직접 한글로 '석삼'이라는 글자를 써서 세종께 바치며, 그것이 제 아비의 이름이니 부디 전하께서 잊지 말고 기억해 주십사고 청했습니다. "그래 알았다. 내 꼭 그리 하마!" 굳건히 약속하는 세종의 용안을 우러러 보는 강채윤의 눈빛은 이미 예전과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가 앞으로 얼마나 눈부신 활약을 보여줄지 무척 기대되고 설레는군요. 강채윤이 세종의 품에 안길 수 있어서, 정말이지 너무나 기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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