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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남자' 승유와 세령 커플이 살아나는 방법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공주의 남자

'공주의 남자' 승유와 세령 커플이 살아나는 방법

빛무리~ 2011. 8. 1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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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단종은 누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에 경혜공주(홍수현)의 사가를 찾아가고, 오누이는 서로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부마 정종(이민우)은 친구 신면(송종호)에게 이렇게 말하는군요. "언제나 오늘처럼만 평온했으면 좋겠네. 전하께서도 공주마마께서도 아무 걱정 없이 환히 웃으실 수 있게..." 하지만 신숙주의 아들 신면은 이 평온한 시간이 결코 길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정종의 사람좋은 미소에 화답하지 못합니다.

임금이 궁궐을 비운 그날 밤, 수양대군(김영철)은 네 명의 교자꾼과 한 명의 시종만을 거느린 채 김종서(이순재)의 집을 찾아갑니다. 김종서와 단둘이 마주앉은 수양이 긴히 의논할 것이 있다며 꺼낸 말은, 바로 자신의 장녀 세령(문채원)과 김종서의 막내아들 김승유(박시후)가 몰래 만나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놀란 김종서는 문 밖에 있던 큰아들 승규에게 당장 승유를 불러오라고 명하는데, 밖으로 나가던 김승규는 수양의 교자꾼이 휘두른 칼날에 맞아 순식간에 상처를 입고 맙니다. 네 명의 교자꾼은 모두 일당백의 고수들이었고, 교자 밑에는 번뜩이는 긴 칼들이 숨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한편 방 안에서도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흐릅니다. "아드님이 제 딸에게 쓴 편지를 보니 두 아이의 연정이 벌써 깊어진 모양이더군요... 아드님의 필체를 직접 확인하시겠습니까?" 그러면서 수양은 문 밖에 서 있던 시종을 불러들입니다. "편지를 가지고 들어오너라." 뭔가 심상찮은 낌새를 느낀 듯 김종서의 눈빛이 번뜩이지만 일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방 안에 들어선 수양의 시종을 올려다보는데, 멀리서 김승규가 달려오며 외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버님, 어서 피하십시오!"

그 순간 시종이 옷소매에서 번개같이 뽑아 든 것은 편지가 아니라 철퇴였습니다. 피할 틈도 없이 노장 김종서는 철퇴에 맞아 쓰러지고, 부상당한 몸으로 아버지를 구하러 뛰어든 김승규도 역시 철퇴에 치명상을 입게 됩니다. 드디어 계유정난의 피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버지와 형이 그렇게 집안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 김승유는 세령의 혈서를 받고 그녀를 찾아 승법사로 갔기 때문에 화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8회가 지나도록 아직도 세령과 승유의 사랑에 전혀 몰입되지 않는 걸까요? 심각한 현실 속에서 사랑 타령이나 하고 있다는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닙니다. 분명 피바람 속에서도 사랑은 꽃피게 마련이니까요. 오히려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이 더욱 돋보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성스캔들'에서는 비밀 결사를 조직해 독립운동을 하면서 하루하루 목숨을 걸어야만 했던 위험한 상황이었기에,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더욱 애틋하고 처절했지요.

그리고 '서동요'에서는 신라와 백제가 수시로 전쟁을 벌이고 왕권 다툼까지 치열해서 끝없는 피바람이 불었지만, 그 와중에도 무왕과 선화의 사랑은 전혀 빛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적국의 왕자와 공주였으니 오히려 승유와 세령보다 더 심한 로미오와 줄리엣 관계였으나, 그들의 사랑은 정말 몰입도가 대단했습니다. "왜 연모에게만 희생하라 하십니까? 나라도 중요하고 대의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연모가 전부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라고 외치던 선화의 절규에 깊은 공감까지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승유와 세령의 사랑에는 도무지 공감대가 형성되질 않습니다.

경혜공주와 단종 오누이의 단란한 모습을 볼 때는, 이제 곧 그들에게 닥쳐올 비극을 예감함에 저절로 눈시울이 젖어들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엔 그저 착하기만 하다가도 위급한 순간에는 듬직한 장부의 기개를 드러내는 부마 정종이 참 멋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보았을 때, 진정한 '공주의 남자'는 김승유가 아니라 정종 같아요. 게다가 수양대군과 김종서 사이의 불꽃 튀는 기싸움은 또 어떻습니까? 숨막힐 듯한 긴장감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결국 늙은 충신의 선혈이 흘러 땅을 검붉게 물들이고, 숙부는 어린 조카의 숨통을 잡아채기 위해 냉혹하게 돌아서는데, 이 가슴 서늘한 비극은 중견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력으로 더없이 생생하게 잘 표현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듯 주변 상황에 잔뜩 몰입하다가도, 정작 주인공들만 등장하면 답답함과 지루함을 느끼게 되니 이것 참 큰일입니다. 분명 드라마의 주된 스토리는 승유와 세령의 사랑이야기이건만, 서로를 그리워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그들의 모습이 어째서 애틋하기보다 한심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이들의 사랑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내용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한 채, 물 위에 뜬 기름처럼 겉돌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경성 스캔들'의 남녀 주인공은 독립운동의 동지였습니다. 그들은 조직 내에서 각자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사랑도 했습니다. '서동요'의 선화는 사랑을 위해 공주의 신분을 버렸고, 서동을 백제의 왕위에 올리는 데 엄청난 공을 세웠습니다. 그들은 오직 사랑만 한 것이 아니라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서로를 도와 이런저런 일들도 함께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전체적인 사건들과 줄거리 속에 자연스럽게 사랑이야기가 녹아들어가며 공감대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러나 승유와 세령의 사랑은 완전히 따로 놀고 있습니다. 수양대군은 계유정난을 준비하느라 분주하고, 김종서는 그런 수양대군을 견제하느라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고, 경혜공주는 어린 동생의 안위를 염려하느라 마음 편할 날이 없는데, 김승유와 이세령은 "그런 것들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야?" 라고 말하듯 오직 서로에게만 관심이 있을 뿐 주변 상황은 나몰라라 했던 것입니다. 심지어 세령은 경혜공주가 직접적으로 "이제 네 아비와 그의 아비는 철천지 원수가 되었다" 라고까지 말해 주었건만 그게 무슨 뜻인지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맹함의 극치를 보여주었습니다.

오밤중에 느닷없이 수양대군이 찾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위험한 것입니까? 김종서의 가족들로서는 바짝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장남 김승규는 집 주변에 호위무사들을 배치시키고 만반의 대응 자세를 갖추었으며, 비록 숨겨진 칼날을 발견 못하고 놓치긴 했지만 수양을 집에 들이기 전에 꼼꼼히 살펴보며 수색도 했습니다. 그런데 막내아들 김승유는 그 위험한 상황에서 늙은 아버지와 집안을 지킬 생각은 하지 않고, 여자를 만나기 위해 절간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물론 세령의 혈서를 받고 놀라서 그랬다는 점에서는 이해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오직 사랑에만 올인하는 바람에 주인공들은 드라마의 전체적인 흐름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무책임하고 한심해 보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수양이 김종서를 죽이기 위해 찾아오면서 겉으로 내세운 이유가 바로 그들의 연애 문제였으니, 결국 승유와 세령의 사랑은 김종서의 죽음을 몰고 온 빌미가 되었습니다. 다른 작품의 주인공들은 사랑을 하면서도 뭔가 건설적인 일들을 함께 했고 드라마의 진행에도 큰 역할을 했었는데, 이들의 사랑은 주변에 계속 민폐만 끼칠 뿐이고 전체 줄거리의 진행에도 거의 도움이 되질 않는군요.

앞으로는 좀 달라질까요? 김종서가 죽고 집안이 풍비박산 되었으니, 이제 김승유는 피바람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없겠군요. 만약 세령이 지금까지의 무기력하고 맹한 캐릭터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앞으로도 희망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그녀가 아주 당차고 적극적인 자세로 김승유를 돕기 시작한다면, 비록 수양에게는 만고의 불효녀가 되겠지만 비로소 이들의 사랑에는 당위성과 공감대가 형성될 거라고 봅니다.

기껏 김종서의 집 앞까지 갔으면서 한 마디 말도 전하지 못하고 다시 끌려오는 식의 무력한 모습으로는 곤란합니다. 광에 갇혀서 발만 동동 구르는 답답한 모습으로는 더 이상 안됩니다. 승유와 세령은 자신들이 좀 더 쓸모있는 인간임을 증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직 사랑 말고도 뭔가 할 줄 아는 게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설마 이 상황에서도 김승유가 계속 사랑에만 올인하여, 집안도 내팽개치고 복수도 나몰라라 하고, 세령만 끌어안고 어디론가 도망가는... 그런 식으로 진행되지는 않겠지요? ;; 하여튼 저는 주인공들의 눈부신 변화를 기대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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